▲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총무 인선 과정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회협 실행위원회는 10월 23일 김영주 목사를 총무로 선출했지만, 회원 교단인 예장통합 소속 교회협 실행위원들은 실행위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성명문을 낭독하고 있는 이홍정 예장통합 사무총장(가운데)의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NCC(교회협)가 한기총처럼 분열되지 말라는 법도 없고…"
"결국 통합(예장통합) 대 반통합 싸움 아닌가. 이러다가 행정 보류 이야기도 나오지 않을까"
"누군가 나서야 하는데, 중재할 만한 인물도 없는 상황이다."

10월 27일, 교계 단체가 밀집한 종로5가 일대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그 배경엔 총무 인선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가 자리하고 있다. 이날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정영택 총회장) 소속 교회협 실행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교회협 총무 인선 과정에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관례와 불법이 행해졌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을 지켜본 교계 관계자들은, 교회협 총무 선거로 교계 연합 운동 기구인 교회협이 분열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갈등 불러 온 김영주 목사의 연임 도전

9개 회원 교단으로 구성된 교회협이 내분에 휩싸이게 된 이유는 현 총무인 김영주 목사의 연임 도전과 맞닿아 있다. 지난 9월 18일, 김 목사가 공식적으로 총무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회원 교단 중 규모가 가장 큰 예장통합 소속 교회협 실행위원들이 반기를 들었다. 4년의 총무 임기를 모두 채울 수 없기 때문에 김 목사는 출마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자 김 목사는 "한국교회 심판을 받겠다. 3년 1개월간 열심히 일하겠다"면서 물러설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 총무 연임에 성공한 김영주 목사. 11월 24일 총회에서 재적 과반이 되는 지지를 받으면 정식으로 총무가 된다. (사진 제공 교회협)

뜨거웠던 연임 논란은 "교회협 헌장에 정년에 관한 별도의 규정이 없다"는 헌장위원회의 유권해석으로 가라앉는 듯했다. 유권해석을 받은 인선위원회는 10월 13일 투표로 김 목사를 차기 총무로 내정했다. (관련 기사 : 교회협 김영주 총무, 연임 임박) 이어 김영주 목사는 10월 23일 열린 실행위원회(실행위)에서 재적 80명 중 44표를 얻어 총무로 선출됐다. 교회협 총무는 실행위에서 재적 과반인 41표 이상을 획득해야 한다.

예장통합 소속 교회협 실행위원들은 기자회견에서, 투표권을 가진 실행위원이 대거 교체된 점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행위가 열린 당일 총 14명의 실행위원이 교체된 것과 관련해 예장통합 소속 교회협 실행위원들은 김 목사의 총무 선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김영주 목사가 3표 차이로 겨우 선출됐다"고 했다. 예장통합 소속 한 실행위원은 교회협 측이 실행위에 불참하는 위원을 미리 파악한 뒤, 해당 교단에 참석이 가능한 위원으로 교체해 달라고 요청한 정황도 있다고 했다. 실제 감리회 소속 교회협 실행위원인 신복현 목사는 실행위가 열린 당일 "해외 출장 때문에 실행위에 불참하는 위원을 대신해 교체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일부 위원이 부당하게 교체되거나, 특별한 사유도 없이 바뀐 데 있다고 예장통합 소속 교회협 실행위원들은 주장했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교체된 위원도 있고, 총무 선거 당일 결석한다는 이유로 위원을 교체한 곳도 있다고 했다. 이는 곧 '대리 투표'에 해당하며, 공공성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홍정 예장통합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공공성을 강조해 온 교회협이 공공성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교회협 회원 교단 총무단 회의와 임원회를 빨리 소집해 절차를 다시 밟을 것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이후 만난 예장통합 측 한 관계자는 "김영주 목사를 물러나게 할 목적으로 기자회견을 연 게 아니다. 연합 운동을 추구하는 에큐메니컬 기관이 바로 서길 바라는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계 언론도 10월 23일 열린 교회협 실행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크리스천 노컷뉴스>는 "교회협 총무 찬반 투표 앞둔 실행위원 교체 논란일 듯"이라는 기사를 통해 실행위원 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도했다. <아이굿뉴스>는 "교회협, 김영주 총무 재선…'후폭풍' 거세다"라는 기사에서 에큐메니컬 기구인 교회협은 정치 집단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라고 비판했다. <기독공보>는 "'김영주 총무 만들기' 온갖 꼼수가 판 친다"는 기사를 통해 사실상 교회협이 김 목사의 연임을 위해 앞장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교회협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내부 관계자는 실행위원 교체는 '관행'이며, 무엇보다 위원 교체는 해당 교단의 권한이라고 반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원 교단 총무의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지금까지 관례에 따라 실행위원을 바꿔 왔다. 예장통합도 실행위원을 바꿨는데 속된 말로 예장이 하면 로맨스고, 다른 교단이 하면 불륜이냐"면서 예장통합 소속 교회협 실행위원들의 지적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총무 인선 논란은 11월 24일 열리는 총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예장통합 소속 교회협 실행위원들은 필요하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교회협은 관례에 따라 실행위에서 선출한 신임 총무를 박수로 추대해 왔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반대 기류가 심하면 정식 절차를 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임 총무는 총회에서 재적 과반이 되는 지지를 얻어야 정식 총무가 된다. 

▲ 예장통합 소속 교회협 실행위원들의 주장에 대해 교회협 측 한 관계자는 관례에 따라 실행위원을 선임한 것이지 투표를 염두에 두고 바꾼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사진은 10월 23일 열린 교회협 실행위 모습. (사진 제공 교회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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