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 장르가 '막장 드라마'다. 사랑에 빠진 연인이 알고 보니 이복 남매였다거나, 사랑을 느낀 여성이 장모가 될 사람이라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나오는 드라마를 가리켜 '막장'이라고 부른다. 미국 교회에서 실제로 '막장 드라마'에 견줄 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드라마가 일어난 장소는 미국 남동부 앨라배마(Alabama) 주에 있는 몽고메리(Montgomery)라는 도시다. 앨라배마 주는 기독교 근본주의가 다수를 이루는 '바이블 벨트'에 속한다. 이 지역에서는 아직까지도 동성 결혼을 허용하지 않고, 성적 순결을 으뜸 가치로 꼽는다. 그러나 최근 캐나다의 한 대학이 발표한 연구 결과, '바이블 벨트' 지역에서 포르노를 검색하는 횟수가 가장 높았다.

미국에서 '막장드라마'에 버금가는 사건이 일어났다. 주안 맥팔랜드(Juan McFarland)라는 목사가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알고도 교회의 여성들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고백한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마약도 복용하고, 교회 재정도 유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교인들은 맥팔랜드 목사가 교회를 떠나길 원하고 있지만 맥팔랜드는 교회 열쇠를 마음대로 바꿔 버리는 등 완강히 저항하고 있다. ( <USA Today> 기사 갈무리)

드라마의 주인공은 몽고메리 시 실로미셔너리침례교회(Shiloh Missionary Baptist Church)를 목회하는 주안 맥팔랜드(Juan McFarland) 목사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는 맥팔랜드가 지난 9월 14일 주일 설교 시간에 자신이 에이즈 감염자라는 사실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나면 '막장'이라는 수식어가 안 어울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연이어 또 다른 사실을 공개했다.

맥팔랜드 목사는, 자신이 처음 HIV 바이러스에 양성 반응을 보인 것은 2003년이고 에이즈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은 2008년이라고 했다. 그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교회의 여러 여성들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했다.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알고도 여성 교인들을 꾀어 잠자리를 즐긴 것이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맥팔랜드는 자신이 평소 코카인을 흡입하는 마약 중독자이며 교회 재정을 마음대로 사용한 사실도 모두 인정했다.

오랜 시간 그와 함께한 교인들은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고 몽고메리 지역 방송은 전했다. 교회는 즉각 회의를 소집해 맥팔랜드를 면직했다. 사건 이후 잠적했던 맥팔랜드는 교회를 떠나기 싫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교인들 몰래 교회 출입문의 자물쇠를 교체했다. 교회 명의로 되어 있던 은행 계좌도 자신의 명의로 변경해 다른 은행으로 옮겨 버렸다.

빨간 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소위 '바이블 벨트(Bible Belt)'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이 지역은 기독교 근본주의를 기반으로 미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지역에 속한다. 교인들에 성적 순결을 강요하고 전통적인 남과 여 사이의 결혼을 수호하기 위해 애를 쓰는 지역이다. 이번 사건은 '바이블 벨트'에 속한 동남부 지방 앨라배마 주의 작은 도시에서 일어났다. (위키피디아 지도 갈무리)

믿었던 담임목사가 에이즈 감염자인 것도 모자라 마약 중독자라는 사실은 이미 충분히 충격적이다. 하지만 교회를 떠나 달라는 요구를 무시하고 교회 재산을 가로채려는 목사를 교인들은 가만 놔둘 수 없었다. 교인들은 맥팔랜드가 교회에 접근하지 못하게 해 달라고 몽고메리지방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그리고 10월 20일, 몽고메리지방법원 찰스 프라이스(Charles Price) 판사는 교인들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프라이스 판사는 접근 금지는 물론이고 맥팔랜드가 바꿔 버린 교회의 열쇠를 교회 운영위원장인 리 스탠포드(Lee Stanford)에게 돌려주라고 했다. 교인들의 동의 없이 자신의 명의로 바꿔 옮겨 버린 은행 계좌도 원래의 상태로 되돌려 놓으라고 했다. 맥팔랜드가 타고 다니던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도 교회 소유이므로 교회에 가져다 놓으라고 명령했다. 맥팔랜드의 다음 재판은 12월 1일로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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