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10월 31일은 마르틴 루터가 비텐베르크 성당 문에 95개조의 토론 주제를 게시한 것을 기점으로 시작한 종교개혁 497주년을 기념하는 종교개혁 기념일이다. 이제 몇 년만 지나면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것인데, 우리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모습은 다시 천주교로 돌아가 버려 천주교보다도 더 천주교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있기 때문이다.

신앙과 생활에 있어서 최고의 권위는 오직 성경뿐이며(Sola Scriptura), 성경 전체로부터 우리의 신앙이 세워져야 한다(Tota Scriptura)는 종교개혁의 원칙은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있다. 성경의 가르침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 버리고, 오직 자신들의 이기적인 욕심을 위해 이 세상의 법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교계의 지도자들이 있고, 성도들도 마찬가지로 성경의 말씀에 따라 살기보다는 이 세상의 방법에 따라 철저하게 이기적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전통과 편리는 성경의 가르침을 짓누르고 교회의 방법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오직 우리의 구원은 예수 그리스도(Solus Christus)를 통해서만 가능하고, 오로지 하나님의 은혜 때문에(Sola Gratia) 우리가 구원을 받는 것이며, 오로지 믿음으로만(Sola Fide)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종교 개혁적 원칙은 천국 상급을 받으려면 이 세상에서 철저하게 공로를 쌓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이비 상급론에 밀려 무의미한 교리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여기서 충성 봉사하지 않으면 천국에서는 개털 모자밖에 쓰지 못할 것이라는 협박에 한국 교인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우리의 신앙과 헌신은 하나님의 무한한 은혜에 대한 감격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기보다는, 이 땅에서 그리고 하늘에서 복을 얻기 위한 방편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우리가 모든 일에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한다(Soli Deo Gloria)는 종교 개혁적 원칙은 강단 위에서 사람들을 칭찬하고 모범으로 내세우는 모습에서 철저하게 무시되고 있으며, 우리의 생활 속에서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을 위해 투쟁하는 일 속에서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결정하는 모든 것들은 과연 이것이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과연 이것이 나의 체면을 살리는 일이며 나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근거하고 있다.

우리는 가만히 있으면 자동으로 교만한 마음이 마음속에서 솟아오르고, 자신의 공로를 내세우는 쪽으로 흘러가게 되어 있다. 그래서 가만히 있지 말아야 한다. 항상 우리의 생각과 결정과 행동이 하나님의 말씀에 부합하는지 항상 살펴보고, 그 기준에 따라 우리를 맞추어 나가야 한다(Ecclesia reformata semper reformanda secundum verbum Dei).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엉뚱한 목적지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