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개교 60주년을 맞는 영남신학대학교가 학내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학생회와 학교정상화를위한교수대책위원회는 총장과 이사회가 올해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ㅊ 전 교수(신학과)를 비호한다며 총장의 편파적인 학교 행정을 지적하고 있다. (영남신학대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올해 개교 60주년을 맞는 영남신학대학교(영남신대·권용근 총장)가 학내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50여 명의 학생들은 권용근 총장이 근무하는 본관 앞에서 매주 캠퍼스 정상화를 위한 기도 모임을 가지고 있다. 금식에 나선 학생도 있다. 신학과 4학년 박대일(45)·임중현(45)·방희용(47) 씨는 본관 앞에서 10일째(10월 18일 기준) 금식 중이다. 캠퍼스 곳곳에서는 학생들이 만든 현수막과 대자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현수막에는, 총장과 이사회의 행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권 총장과 김수읍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영남신학대학교 총학생회(김대동 회장)와 학교정상화를위한교수대책위원회(교수회·공동대표 김동건·최태영)는 총장과 이사회가 올해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ㅊ 전 교수(신학과)를 비호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영남신학대학교 학생들은 매주 채플이 끝나면 총장이 근무하는 본관 앞에 모여 캠퍼스 정상화를 위한 기도 모임을 갖는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신학과 4학년 박대일(45)·임중현(45)·방희용(47) 씨는 본관 앞에서 10일째(10월 18일 기준) 금식 중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조사위원회는 "중징계"...학교는 '경징계'

총학생회와 교수회는 그 근거로 2년 전 ㅈ 교수의 투고 사건을 거론한다. 2012년 투고를 작성한 ㅈ 교수는 선임인 ㅊ 교수의 연구 윤리 부정을 고발했다. ㅊ 교수가 ㅈ 교수에게 대필을 지시하고, 학위논문 심사 과정에서 학생들의 표절을 묵인했다는 것이다. 학교는 바로 조사에 들어가지 않고, ㅈ 교수의 신고 경위와 배후에 누가 있는지 추궁했다.

조사위원회는 12일이 지나고 나서야 구성됐고, 약 3개월의 조사 끝에 ㅊ 교수에게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ㅊ 교수에게는 파면 또는 해임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학교에 주문했다. 하지만 학교 징계위원회는 조사위원회의 요구와 달리 가벼운 징계를 내렸다. ㅊ 교수는 정직 3개월, 내부 고발자인 ㅈ 교수는 정직 1개월에 처했다.

권용근 총장은 "학교에 처음 발생했던 일이라 징계위원회가 어떤 책벌을 내려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ㅊ 교수와 ㅈ 교수가 같은 잘못을 저질러 한 명을 해임하면 다른 쪽도 그에 상응하는 징계를 내려야 해서, (둘을) 정직으로 처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수들과 학생들은 이러한 징계위원회의 결정을 납득하지 못했다. 이는 권 총장이 ㅊ 교수를 편들어 주는 것으로 편파적이라고 지적했다.

선임 교수의 윤리 부정을 고발한 ㅈ 교수는 그 해 학교를 떠났다. 재계약 심사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영남신학대학교 교원 재임용 평가 규정에 의하면 연구(40)·교육(30)·인성(30) 세 가지 분야별로 평가해 총점 79점 이상이면 재계약이 가능하다. 당시 ㅈ 교수의 재계약 심사 평정표를 작성한 사람은 ㅊ 교수였다. 규정상 분과 선임 교수가 평정을 하기 때문이다. ㅊ 교수는 인성 분야에서 ㅈ 교수에게 최저 수준의 점수를 줬다.

당시 동료 교수들은 ㅈ 교수에게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다며 소청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ㅈ 교수는 학교를 더 이상 시끄럽게 하고 싶지 않아 심사 결과를 받아들였다. 대신 시간 강사로라도 남게 해 달라고 학교에 청원했지만, 학교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교수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부정을 고발한 ㅈ 교수를, ㅊ 교수가 과연 좋게 평가했겠느냐. 결국 양심을 지킨 ㅈ 교수가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재임용 심사 탈락...임기는 오히려 연장?

이듬해인 2013년 말, ㅊ 교수도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다. 3인의 교수로 구성된 1차 교원인사위원회는 인성 분야에서 ㅊ 교수에게 불합격 수준의 점수를 줬다. 비정년 트랙 전임교원이었던 ㅈ 교수와 달리 신임 교원인 채 전 교수는 두 차례(1차 교원인사위원회, 2차 이사회) 심사를 받는다. 2차 평가에서 이사회는 교원인사위원회의 결정을 뒤집는다. 1차 평가 때 절차적인 문제가 있다며 ㅊ 교수의 임기를 6개월 연장했다.

신규 교원 재임용 평가 규정에 따르면, 교원인사위원회는 평가 대상자에게 임기 만료일로부터 2개월 전에 재임용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 ㅊ 교수의 임기 만료일은 2014년 2월 28일이었고, 이사회가 ㅊ 교수의 재임용 심사를 한 날은 2014년 2월 12일이었다. 권 총장은 재임용 통보 시기가 규정에 어긋나, 임기를 연장했다고 말했다.

교수와 학생들은 이러한 조치에 분개했다. 교수회를 조직한 15명의 교수는, ㅊ 교수를 두둔하는 총장과 이사회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3월 10일 발표했다. 총학생회도 3월 12일 동조하는 성명을 냈다. 지난 ㅈ 교수 투서 사건부터 권 총장이 ㅊ 교수를 비호한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성명서에는 이미 작년 12월 권 총장이 ㅊ 교수에게 재임용 심사 결과를 통보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교수회의 한 교수는 1차 교원인사위원회에서 탈락하면 자동적으로 2차를 거칠 필요가 없는데, 이사회가 6개월 유보라는, 규정에도 없는 조치를 내린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교수와 학생들이 거듭 총장에게 항의하자, 학교는 3월 19일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에서는 ㅊ 교수의 재임용 건뿐만 아니라, 이사회의 전횡도 함께 다뤄졌다. 이날 총장과 교수회는 합의문을 작성했다. △총장의 공개 사과 △이사 단임제 실시 △ㅊ 교수의 재임용 심사 공정 처리 △영신미래위원회(가칭)를 구성해 학생, 교수들의 학교 운영 참여 등을 결의했다.

▲ 캠퍼스 곳곳에서는 학생들이 설치한 현수막과 대자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은 최근 ㅊ교수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에서 승소한 것이 부당하다며 학교가 행정소송을 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총장, "믿고 기다려 달라"...학생·교수들, "신뢰 어렵다"

합의문을 통해 가라앉은 학내 갈등은 ㅊ 교수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승소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올해 전반기 ㅊ 교수는 재임용 심사를 다시 받았다. 결과는 작년과 동일했다. ㅊ 교수는 심사위원들이 담합해서 자신을 탈락시켰다며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재임용 탈락 처분 취소 청구를 제기했다. 그리고 지난 9월 25일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ㅊ 교수의 손을 들어 주었다.

총학생회와 교수회는 총장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ㅊ 교수는 변호사를 고용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학교 측은 이사나 변호사 없이 교수와 직원만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참석시켰다는 것이다. 총장은 이에 대해 이사나 변호사가 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해명했다. 현재 총학생회는 ㅊ 교수의 승소가 부당하다며 학교가 행정소송을 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권 총장은 이사회가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권용근 총장은 이번 학내 갈등을 시간과 절차가 해결해 줄 일이라고 말한다. 교수와 학생들이 총장과 이사회를 믿고 기다려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ㅊ 교수를 두둔한다는 지적은 일축했다.

권 총장의 해명에도 학생들의 불만은 커져 간다. 한 학생은 "총장은 지금까지 자신이 법과 원칙을 준수했다고 말해 왔다. 그렇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학교의 수장으로서 책임 있는 대답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교수회 중 한 교수는 지금까지 보여 온 총장과 이사회의 모습으로는, 이들을 신뢰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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