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촌역 근처에서 '풍삶기*' 훈련을 진행했을 때, 늘 점심시간이 겹쳐서 따르미*와 식사를 함께 했다. 맛있는 김밥집이 있었지만, 가게가 적어 김밥집 안에서 식사했던 적이 별로 없다. 그런데 그 옆에 'ㅈㅅ'떡볶이라는 소위 3대 메이저 프랜차이즈 식당이 있었다. 김밥을 사서 그 식당에서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따르미에게 이야기를 했을 때, 그 떡볶이 식당이 '외부 음식 반입 금지'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풍삶기 : '풍성한 삶의 기초' 줄임말로 하나복훈련원에서 기획한 제자 훈련 프로그램 / *따르미 : 양육받는 이)

2. 지난여름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전교인 수련회를 가평에 위치한 펜션에서 했다. 3층으로 이루어진 펜션을 답사하지 못했다. 한 블로그에서 그 펜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미리 확인도 했으나 자신을 크리스천으로 소개한 관리인의 말을 그대로 믿고 계약을 했다. '믿음, 소망, 사랑'이라는 표어가 걸려 있는 그 펜션을 나는 두 번 다시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멤버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차라리 자신을 크리스천이라고 소개하지 않았다면 조금이나마 이해가 갔을지도 모른다. 앞서 '외부 음식 반입 금지'라는 표어가 붙어 있던 그 떡볶이집은 애교에 불과하다.

▲ 떡볶이집도 생각하는 그 '상생'을 오히려 머리 되신 주님의 몸 된 교회는 왜 모를까. 눈에 보인다고 아무 떡볶이집이나 갈까. 맛이 변하고 맛이 없으면 가지 않는 게 인지상정. 식당도 그러한데 하물며 교회는 어떠하랴.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3. 오늘 국대떡볶이 김상현 대표의 인터뷰를 우연히 봤다. 자신의 가게를 찾아 준 한 남학생이 김밥 한 줄을 들고 들어와 굉장히 죄송하다는 표정으로 '김밥과 같이 떡볶이를 먹어도 되냐?'고 물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자신의 가게를 찾아 준 것만으로 감사한 생각에 당연히 먹으라고 했단다. 그리고 그 이후 국대 떡볶이는 '외부 음식 반입(환영)'이라는 표어를 붙여 놓았다고 한다.

4. 국대떡볶이의 사훈이 있다고 한다. '같이, 오래'

5. 김 대표는 '정직하게 경영하고 이익을 나눠도 잘 살 수 있는 장수 기업'을 꿈꾼다. 2012년 6월부터는 '무가맹비'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기업은 적게는 2000만 원에서 4000만 원이 넘는 가맹비를 받는다. 국대 떡볶이는 원래 가맹비도 약 1400만원으로 다른 기업에 비해 매우 적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마저도 포기한 것이다. 왜 이런 결정을 한 것일까? 그의 신념에서 나온 '같이, 오래'에서 그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6. 앞서 살펴봤던 '외부 음식 반입 환영'도 '같이, 오래'에서 파생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이촌역에 위치한 그 떡볶이집이 국대떡볶이처럼 음식물 반입을 허용했다면, 나는 13주 동안 김밥을 들고 늘 한산해 보였던 그곳을 들락날락했을 것이다.

7. 교회가 '왜'라는 가치를 잊어버리게 될 때, 그 교회는 반드시 '무엇을'이라는 결과를 내놓기 위해 다른 교회와 다른 차별적인 '어떻게'에 힘쓰게 된다. 그러나 '왜'라는 교회의 본질과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면 교회는 더 이상 그 존재 가치를 지닐 수 없게 된다. 마치 '외부 음식 반입 금지'를 벽에다 붙여 놓은 떡볶이집도 국대떡볶이집과 별 다를 바 없는, 다양한 음식을 내놓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떤 떡볶이 집을 가고 싶을까?

8. 나는 아직 국대떡볶이집을 제대로 방문했던 적이 없다. 어쩌다 지나가다 먹어 본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3대 메이저 떡볶이 프랜차이즈집들의 차이도 이제는 크게 없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 사실은 분명히 안다. 김 대표의 신념인 '같이, 오래'라는 이 가치가 귀하게 다가온다는 사실이다. 치열한 생존 경쟁 싸움이 매일 일어나는 비즈니스계에서 '상생'을 외치는 그가 존경스럽고 부럽다.

9. 떡볶이집도 생각하는 그 '상생'을 오히려 머리 되신 주님의 몸 된 교회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생각하면 답답하다. 떡볶이를 파는 일개 청년보다도 못한 자격 미달의 자질을 지닌 목회자들과 성도들로 가득한 한국교회보다는 이런 가치를 가지고 파는 그 떡볶이가 훨씬 더 꿈을 주는 것 같다.

10. 30년 전 아버지의 임지를 따라 대구에 내려갔을 때가 국민학교 4학년 때였다. 그 학교 앞에서 팔던 떡볶이가 당시 100원에 10개였다. 떡볶이와 파 외에는 전혀 들어간 것이 없었던 그 떡볶이의 맛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맛을 그대로 재현하지는 못하겠지만, 국대떡볶이의 김상현 대표는 그 맛을 재현하고 지키려고 노력하는 한 사람인 것 같다.

11. 난 이제 국대떡볶이로 갈아탄다. 눈에 보인다고 아무 데나 가지 않으련다. 교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맛이 변했는데도 그 음식점을 찾아가는 것은 어리석은 바보다. 맛이 변했다면 맛이 왜 변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리고 주인장에게 '맛이 형편 없어졌다'고 말하는 것이 고객의 정당한 권리가 아닐까! 그것도 아니라면 다시는 그 식당을 찾지 말라! 어디엔가 분명 김상현 대표 같은 이들이 성도요, 목회자로 있는 교회가 있을 테니까 말이다.

최호남 / 예수사랑교회 목사 

*이 글은 최호남 목사의 페이스북에 실린 것입니다. 허락을 받아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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