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양노회가 전병욱 목사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삼일교회 송태근 목사는 긴급 동의안을 노회에 제출했고, 노회원들은 이를 받아들였다. 삼일교회는 즉결심판을 원했지만, 평양노회는 절차상의 이유를 들며 재판국을 구성해 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수년간 여교인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전병욱 목사가 노회 재판에 회부된다. 2010년 성추행 사실이 언론에 드러난 후 4년 만이다. 전 목사가 소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평양노회(강재식 노회장)는 10월 13일 열린 정기회에서, 격론 끝에 재판국을 구성해 전 목사 치리를 판결하기로 했다. 재판국이 한 달 내로 판결하면, 이후 임시회를 열어 판결을 수용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전 목사는 정기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까지 평양노회가 전병욱 목사 징계 안건을 다룰 것인지 불투명했다. <숨바꼭질>로 전 목사를 성토하는 여론이 고조되고, 삼일교회(송태근 목사)가 노회에 '전병욱 목사 면직 청원'을 올렸다. 그러나 노회가 이를 다루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돌면서 평양노회 정기회는 혼란을 예고했다.

▲ 이진오 목사를 비롯한 '전병욱목사성범죄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회원들과 삼일교회 교인들은 개회 선언 직전인 오후 1시께 은석교회 3층 예배당으로 진입해 강재식 노회장에게 전병욱 목사 면직 청원서를 제출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역시나 전병욱 목사를 재판정에 서게 하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의 연속이었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숨바꼭질> 책임 편집자 이진오 목사를 비롯한 '전병욱목사성범죄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회원들이 예배당 앞에서 시위를 시작했다. 개회 직전인 오후 1시에는 공대위와 삼일교회 교인 30여 명이 함께 예배당으로 진입해 강재식 노회장에게 '전병욱 목사 면직 청원서'를 제출했다. 강재식 노회장은 "청원서가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아 효력이 없다"고 말한 뒤 청원서를 받았다.

공대위와 삼일교회 교인들은 평양노회 회원들에게 "한국교회를 살려 주세요", "전병욱 목사를 징계해 주세요"라고 호소했다. 노회원들은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한 듯 멍하니 공대위와 삼일교회 교인들을 바라보기만 했다. 몇몇 노회원은 "고작 그것 때문에 한국교회가 죽느냐"며 비아냥댔다. 

회의가 시작되자 삼일교회 송태근 목사가 치고 나갔다. 이번 정기회 주요 이슈 중 하나였던 평양노회 분립을 심의하기 전, 송 목사는 전병욱 목사 징계 긴급 동의안을 노회장에게 제출했다. 송 목사는 노회가 나뉘면 지금까지 올라온 전 목사에 대한 고소·고발·탄원은 전부 무효가 된다며 전 목사 치리 안건을 지금 이 자리에서 다뤄 줄 것을 요청했다. 즉시 재판국을 구성하든지, 노회를 치리회로 바꿔 즉결 심판하지 않는다면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겠다고 버텼다. 회의장 곳곳에서 "동의합니다", "재청합니다"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 삼일교회 송태근 목사는 전병욱 목사의 징계를 강하게 요구했다. 그는 전병욱 목사 징계안을 정식 안건으로 채택하지 않을 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신동식 목사(빛과소금교회)도 발언대로 나서 전병욱 목사를 이 자리에서 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목사는 "노회가 2010년에 (전 목사를) 치리했다면 이렇게까지 부끄러움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회는 지난 3년 동안 진지하게 논의하지 않고 조사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홍대새교회 가입 안건이 올라오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전 목사가 공적인 사과를 했다면 왜 문제 삼겠나. 그러나 그는 사과 없이 하나님께 다 용서받았다고 말한다. 피눈물 흘리는 자매들이 있다. 그들이 우리 딸이라 생각해 보라"고 설득했다. 발언이 끝나자 노회원들은 박수로 응답했다.

길자연 목사(왕성교회 원로)는 즉결 심판이 어렵다고 발언했다. 그는 "하나님의 공의대로 옳고 그름을 판결해야 한다. 이 사안은 한국교회에 널리 알려진 사안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재판국을 구성해 올해 말까지 판결하자고 했다. 한편, 길 목사는 자신이 배후에서 전병욱 목사를 비호하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며 불쾌해하기도 했다. 그런 내용이 들어간 <숨바꼭질>과 책에 추천사를 쓴 송태근 목사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평양노회 정치부는 전병욱 목사 징계에 부정적이었다정치부 논의 결과를 발표한 부장 김진하 목사는 삼일교회에서 약 10억 원을 피해 여성들에게 보상했다며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재징계는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또 총회 권징 조례에 따라 사건 발생 후 3년이 지난 사안은 심의할 수 없다고 했다삼일교회 측은 즉각 반발했다송태근 목사는 피해 여성들에게 보상한 금액은 10억 원이 아닌 1억 원가량이며, 돈 몇 푼 보상했다고 그들의 상처가 치유되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노회원들의 갑론을박은 한 시간가량 계속됐다. 결국 즉결 심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평양노회는 재판국을 구성해 전병욱 목사 징계 여부를 판결하고, 이후 열리는 임시회에서 최종 승인하기로 했다. 재판국원은 강재식 노회장을 비롯해 박희규·서문강·김진하 목사와 최병덕·윤달균·반원국 장로가 투표로 선출됐다. 정기회가 끝난 후 회의장을 나가는 송태근 목사를 만났다. 그는 "인터뷰는 나중에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 전병욱 목사 징계를 요구하는 삼일교회 측의 발언이 계속되자, 일부 노회원은 이들의 발언을 제지하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 예배당 맨 앞에 앉아 있던 길자연 목사는 노회 분립안이나 전병욱 목사 징계안과 같은 주요 안건이 논의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발언했다. 노회원들과 노회 임원들은 다른 노회원들의 발언이 조금 길어진다 싶으면 발언을 중간에 중지시켰지만, 길자연 목사는 예외였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 삼일교회 교인들과 '전병욱목사성범죄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회원들은 오전 9시 30분부터 노회 장소인 은석교회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미리 만들어 온 유인물을 노회원들에게 나눠주며 전병욱 목사 징계를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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