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25일, 제64회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총회에서 총대들은 '종교인 자발적 납세 운동'에 대한 결의를 1년간 유보하기로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지난 7월, 정부는 종교인에게도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기존 방안을 철회했다. 작년 초만 해도 2015년부터 종교인의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하겠다고 했지만, 8월 6일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서 '종교인 과세'는 빠졌다. 이런 정부 입장을 반영하기라도 한 듯, 지난 9월 말 열린 주요 장로교단 총회에서는 '목회자 납세'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개신교에서 이 문제는 논의가 시작된 지 10년 가까이 되었지만, 아직도 각 교단에서는 합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목회자의 사례비를 '소득'으로 분류하는 것에 반대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백남선 총회장)을 비롯한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예장고신·김철봉 총회장),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예장합신·우종휴 총회장) 세 교단은 총회장 명의로 지난 2월 성명서를 발표했다. 국회가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하자 종교인 과세를 법제화하는 것은 안 된다고 즉각 반발한 것이다. 대신 사례비에 비례하는 세금을 자발적으로 납부하는 캠페인을 벌이겠다는 내용을 담아 납세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성명서를 발표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예장합동은 과거의 약속은 완전히 잊은 듯하다. 제99회 총회에서, 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없던 일로 했다는 소식을 발표하자 총대들은 모두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2012년 97회 총회에서 목회자세금납부대책연구위원회를 만들어 납세에 대한 신학적·현실적 연구를 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총회를 끝으로 이마저 없어졌다. 목회자 세금 납부와 관련한 논의는 더 이상 없었다.

2014년 총회가 열리기 전,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유만석 대표회장)는 회원 교단에게 발의서를 보내 '종교인 자발적 납세 운동'을 이번 총회에서 다뤄 줄 것을 요청했다. 예장고신과 예장합신은 모두 지난 총회에서 한장총의 청원을 다뤘다. 예장고신 총대들은 자발적 납세 반대론을 펼치며 1년 후에 다시 논의할 것을 결의했다. 예장합신은 청원을 받아들여 납세를 법적인 의무로 규정하지 않는 조건하에서 자발적 납세를 연구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두 교단 모두 목회자 과세와 관련한 실질적인 논의는 회피한 것이다.

역시 한장총의 회원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정영택 총회장)은 이번 총회에서 목사가 세금을 납부하는 것과 관련해서 아무런 논의도 하지 않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예장백석·장종현 총회장)도 마찬가지다. 목사들의 납세 문제는 언급조차 없었다.

2005년부터 목회자 소득 신고 운동을 펼친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최호윤 회계사(삼화회계법인)는 우리 사회에서 종교인이 소득세를 납부하는 사안이 사회적 이슈로 제기된 지 벌써 10년이 다 되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교단에서 납세에 대한 진정성 있는 논의가 없다고 비판했다. 또 교계가 세금을 납부하는 것에 대해 논의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에 사회는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고 했다. 그는 이제라도 각 교단들이 종교인 소득세 납부에 대한 내부 합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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