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2일, 김홍도 목사(금란교회)가 사기 미수 등의 혐으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지난 2000년 미국 선교 단체로부터 받은 선교 지원금이 화근을 불러왔다. 김 목사 측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즉각 항소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지난 2006년 교회 돈 공금횡령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김홍도 목사(금란교회)가 또다시 사회 법정에 섰다. 이번에는 사기 미수, 위조 사문서 행사, 무고,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관련 기사: 김홍도 목사, 징역 2년형 법정 구속) <뉴스앤조이>는 이번 사건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1심 판결문과 선고 공판 자료를 입수해 확인해 봤다.

북한 선교비 49만 달러의 후폭풍

이번 사건은 지난 2000년, 미국 선교 단체 International Peace Institute(IPI)와 김홍도 목사가 체결한 계약에서 시작한다. IPI는 북한에 1000명 이상의 교인이 다닐 수 있는 교회를 지어 줄 것을 요청하면서 금란교회에 49만 달러를 송금했다. 2008년까지 교회를 짓지 못하면 위약금 98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단서도 넣었다. 금란교회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자, IPI는 2011년 위약금에 이자를 더한 1400만 달러를 지급하라며 미국 법원에 소송을 냈다. 김 목사는 교회에 입금된 49만 달러는 헌금이고, 대한민국 법률에 따라 헌금은 환불이 불가하다며 맞섰다. 하지만 미국 법원은 IPI의 손을 들어 주고, 김 목사에게 140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김 목사가 항소하지 않으면서 판결은 확정됐다.

IPI는 한국 법무법인(유)로고스(로고스)를 소송 대리인으로 선임하고 법적 대응을 이어 갔다. 2012년 5월 서울북부지법 민사13부에 미국 법원의 확정판결에 따른 집행 판결 청구 소송을 냈다. 로고스는 금란교회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 신청을 하며 압박했다. 1심 재판부는 2013년 5월 손해배상 금액이 과하다는 김 목사 측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이고, 원금에서 이자를 더한 55만 달러 범위 내에서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소송은 항소심에 계류 중이다.

위조문서 제출, 형사소송으로 번져

민사소송 과정에서 김홍도 목사 측은 IPI의 소송을 맡은 미국 법률 사무소 Brindle McCaslin & Lee PC(BML)와 한국 로펌 로고스가 결탁했기 때문에 자신들이 미국 법원에서 패소했다고 주장했다. 근거로 로고스와 BML이 주고받았다는 제1, 제2서류를 법원에 제출했다. 각 문서에는 대표 변호사의 서명이 기재돼 있었다. '금란교회 소송 관련 로고스의 최종 주요 제안'이라는 제목의 제1서류에는, 로고스가 김홍도 목사 횡령 사건의 판결문과 금란교회 부동산 정보 자료 등을 BML에 제공한 것으로 나와 있다. 로고스는 지난 2003년 김홍도 목사가 횡령 사건 등에 연루됐을 당시 소송대리인을 맡았다. 제2서류 '재판 진행 과정 및 판결 결과 최종 Report'에는 BML이 로고스로부터 제공받은 판결문 등을 미국 판사에게 사적으로 제공해 IPI가 승소했고, 한국에서 있을 집행 재판을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두 건의 서류는 IPI 내부 고발자들로부터 입수한 것이라고 김 목사 측은 주장했다. 2012년 5월 당시 금란교회 사무국장 박 아무개 장로는 IPI 직원 양 아무개, 장 아무개 씨로부터 로고스와 BML이 불법적인 서류를 주고받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한 달 뒤 박 장로는 제1, 제2서류를 얻을 수 있었다.

김 목사 측은 확보한 제1, 제2서류를 바탕으로 로고스를 향해 공세를 퍼부었다. 2012년 8월 김 목사는 로고스 김 아무개, 백 아무개 변호사가 비밀 유지 의무, 쌍방대리 금지 의무,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진정서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제출했다. 한 달 뒤 김 목사는 로고스 측 변호사들이 자신을 무고로 고소했다며 이들을 검찰에 맞고소 했다. 2013년 3월에는 <국민일보>와 <조선일보>에 '핵폭탄보다 더 심각한 위협'이라는 제목의 광고를 통해 로고스를 비판했다. 로고스를 'L' 로펌으로 지칭하며, 소속 변호사들이 민사소송에서 쌍방대리, 비밀 유지 의무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로고스는 △사기 미수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무고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 5가지 혐의로 김 목사와 박 장로를 검찰에 고소했다.

사문서 위조 빼고 전부 유죄

10월 2일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 재판부(변민선 판사)는 김홍도 목사에게 징역 2년형을 선고하고, 증거 인멸을 우려해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사문서 위조'를 제외한 나머지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제1, 제2서류는 동일인이 복사 또는 스캔 등의 초보적 방식을 동원해 위조한 것으로 봤다. 한글과 영문 양식을 짜깁기했고, 공문에는 다수의 비법률적 용어가 사용됐다면서 법률 전문가들이 쓴 서류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두 대표 변호사의 서명도 위조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김 목사와 박 장로가 서류가 위조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민사소송 재판부에 제1, 제2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봤다.

김 목사가 로고스의 쌍방대리를 문제 삼은 것과 관련해 재판부는 "2003년 로고스가 김 목사의 횡령 사건을 변호한 것과 2012년 민사 사건 IPI의 소송대리인으로 나선 것은 동일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김 목사가 로고스 측 변호사들을 형사처분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내용의 진정서와 고소장을 작성했다면서 무고 혐의를 인정했다. 일간 신문에 광고를 낸 것은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해당 변호사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봤다.

김홍도 목사와 같은 내용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금란교회 전 사무국장 박 아무개 장로는 즉각 항소했다. 선고 공판에서 판사가 할 말이 있냐고 묻자 김 목사는 자신은 돈을 횡령한 적이 없고, 장로들 허락 없이는 돈 만 원도 쓸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장로는 하늘과 땅이 안다면서 허위 문서를 위조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자 판사는 "(공판 과정에서) 문서가 위조됐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대목이 많다"고 지적했다.

금란교회 측은 재판이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협약서 체결 당시 문구가 영어로 돼 있었고, 김홍도 목사는 서명만 한 것이라고 했다. IPI로부터 받은 49만 달러는, 협약서를 체결한 전 아무개 장로가 고려대학교 기부 명목으로 다시 찾아갔다고 했다. 그러나 금란교회 측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빙 자료는 제시하지 못했다. 최명수 사무국장은 "재판부가 우리들의 주장을 반영하지 않은 채 서둘러 판결을 내렸다"면서 항소심에서는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도 목사가 구속됐지만, 금란교회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10월 5일 주일 예배에서 김정민 담임목사는 "감독님이 고난 중에 있으니 지켜 달라"고 기도했고, 교인들은 연신 아멘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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