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 홍콩에서는 렁춘잉(Leung Chun-ying) 현 행정장관의 퇴진과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도로와 정부 청사 등을 점거했다. 중국 당국이 제시한 2017년 선거안에는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 수반인 행정장관 후보를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결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이 중국의 간섭 없는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민주화 시위는 쏟아지는 비와 최루탄을 막기 위해 시위대가 펴든 형형색색의 우산들로 인해 '우산 혁명'이라고도 불리며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1989년 일어난 천안문 사태 이후 가장 격렬하고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 낸 반중(反中) 시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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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위의 가장 큰 특징은 통일화된 지도자가 없다는 점이다. 시위를 이끄는 그룹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데 한쪽은 젊은 학생들의 모임인 '학민사조(Scholarism)'이고 다른 한쪽은 교수들이 중심이 되어 이끄는 '사랑과 평화로 센트럴을 점령하라(Occupy Central with Love and Peace·OCLP)'이다. 이 그룹들을 설립한 사람 중 다수는 기독교인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로 17세인 조슈아 웡(Joshua Wong)은 기독교인으로, 이번 시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우산 혁명'의 대표적인 인물로 자리 잡았다. 사실 그가 시위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홍콩 교육 당국은 중국공산당을 찬양하는 내용의 국민교육 과목을 필수 교과목으로 지정하려고 했다. 당시 15세이던 웡은 중·고등학교 운동 단체를 만들어 대대적인 국민교육 반대 운동을 펼쳐 교과목 도입 계획을 무산시킨 적이 있다.

'학민사조'가 학생들 중심의 단체라면 OCLP는 50대 이상의 중년 남성들이 주도하여 만든 단체다. 홍콩대 법대 부교수인 베니 타이(Benny Tai·50)는 츄이우밍(Chu Yiu-ming·70)과 함께 이 단체를 만들었다. 츄이우밍 목사는 과거 천안문 사태 당시 관련자들을 해외로 도피시키는 일을 한 홍콩 민주화 운동의 대부다.

이 단체는 이번 '우산 혁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했다. '시민 불복종 매뉴얼'을 만들어서 시위에 대처하는 방법과 자세, 경찰에 연행되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 등을 만들어 인터넷에 게재했다. 츄이우밍은 침례교 목사고, 타이 교수는 자신의 본업인 법학 외에도 기독교와 저항에 관한 논문을 쓸 수 있을 만큼 신학에 대한 이해가 뛰어난 기독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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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를 주도하는 기독교인이 있는가 하면, 시위에 직접 참여하는 기독교인들도 있다. 웬디 로(Wendy Lo)는 복음주의 개신교에서 운영하는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기독교인이 되었다. 홍콩대학에서 언어학을 전공하는 그녀는 성경을 오늘날 운동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인지 성경 공부 모임에서 나눴다고 했다. 그녀는 에스더 왕비가 왕의 허락 없이 왕 곁으로 가려고 한 부분을 인용하며 "이 에스더의 이야기는 지금 사회에서 내 의견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만약 홍콩 시민이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지 않는다면 누가 대신해 줄 것인가"라고 했다.

시위대와 함께하는 교회들도 있다. 기도하는 그룹도 있고, 길거리에 모여 앉아 함께 성경을 읽는 이들도 있다. 홍콩의 개신교 교회들은 현장에서 그룹을 결성해 사람들을 돕고 있다. 홍콩 기독교선교협력교회의 우치웨이(Wu Chi-wai) 목사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밖에서 '새벽송'을 부르는 것처럼, 시위 현장에서 함께 기도하고 찬송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이번 시위에 주도적으로 나서거나 운동을 돕는 이유는 결국 중국에 대한 적대감에서 오는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렁춘잉 현 행정장관은 중국 정부에서 지명한 사람인데 취임 이후 자택 불법 개축과 측근 비리로 끊임없이 퇴진 요구를 받았다. 홍콩 가톨릭교회의 수장이었던 조셉 젠(Joseph Zen) 추기경은, 렁춘잉 문제는 중국을 지배하고 있는 부정부패와 거짓의 문화가 홍콩에도 침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잘못된 문화가 우리 홍콩에 침투하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저항해야만 한다"라고 했다.

홍콩 시티대학 정치학 교수인 조셉 쳉(Joseph Cheng)은, 기독교인들이 행동에 나선 것은 홍콩에서 중국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커지면 본토와 같이 종교의 자유가 제약받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UCANews>에 밝혔다. 그는 중국과 기독교인 사이의 간극을 단시간에 메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쳉 교수는 "기독교인들은 기본적으로 공산주의자를 신뢰하지 않는다. 반면 공산주의자들은 기독교인들이 어느 곳에 있든 그들을 억압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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