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단총회공동대책위원회가 10월 6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에서 2014년 교단 총회를 참관한 결과를 발표했다. 교단총회공대위는 9월 말 열렸던 예장합동, 예장통합, 예장고신, 기장 총회를 참관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한국교회 각 교단들은 1년에 한 번씩 총회를 한다. 우리나라에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장로교회 총회는 매년 9월 셋째 주에 있다. 노회에서 선출된 총회대의원(총대)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3~5일간 회의를 한다. 총회는 교단의 최고 의결 기구다. 각 노회나 교회는 총회에서 결의된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이렇게 중요한 회의체지만 일반 교인들은 이런 회의가 있다는 사실도 잘 모른다.

교단총회공동대책위원회(교단총회공대위)는 10년 전부터 각 교단에 민주적인 회의 방법과 교계·사회에 도움이 될 만한 의제들을 제안해 왔다. 총회 기간 중에는 참관단을 모집해 회의를 모니터링하고, 총회가 끝나면 결과를 정리해 평가하고 각 교단에 알렸다. 올해에도 26명의 참관단이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통합(예장통합)·고신(예장고신),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를 직접 모니터링했다.

교단총회공대위는 총회 전, 각 교단이 교회 세습 방지와 종교인 과세에 대해 진일보한 논의를 하고, 민주적 회의 구조와 총대 구성에 신경 쓸 것을 주문했다. 대사회적으로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교단총회공대위는 이에 대한 결과를 가지고 10월 6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주요 장로교단의 총회는 큰 소란 없이 진행됐지만, 이는 문제가 없어서가 아니라 논란을 피하기 위해 넘어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세월호 참사 논의 부족, 납세는 방관, 세습은 역행

▲ 최호윤 회계사는 종교인 과세가 이슈화한 지 10년이 되어 가는데 교단들이 아직도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포기함에 따라 이번 총회에서는 목회자의 자발적인 납세에 대한 논의는 미진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난항을 겪고 유가족들의 농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교단들은 기장을 제외하고 총회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별로 얘기하지 않았다. 기장은 수요일 저녁 예배 때 '고난받는 이웃과 함께'라는 주제로 세월호 유가족을 초청했다. 이외에도 기장은 회의장 로비에서 특별법 제정 촉구 서명도 받았다. (관련 기사: 목사에게 상처받고 목사에게 위로받다) 예장통합은 총회 사회봉사부 보고 시간에 세월호 참사에 대처하는 사업 계획안이 언급된 정도였다. 예장합동과 예장고신은 세월호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다.

교단총회공대위는 "한국교회가 세월호의 비극에 대해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배제하지는 않았으나,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옆에서 지켜보거나 무관심한 모습을 보였다.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 주어야 함에도 교단 총회가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모습을 충분히 보여 주지 못했다. 교회가 사회 속에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관련 기사: [교단 총회 결산2] 세월호 특별법 외면한 한국교회 총회)

교단들은 종교인 과세도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다. 예장합동은, 올해 7월 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추진할 뜻을 사실상 접은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목회자세금납부연구위원회가 지난 2년간 활동했지만 이번 총회를 끝으로 없어졌다. 예장통합은 작년 98회 총회에서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지만 강제가 아닌 자발적으로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현 상황이나 대책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기장과 예장고신은 종교인 과세를 1년간 더 연구하기로 했다. 적극적으로 납세를 추진하기에는 목회자들 사이에서 충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판단했다. (관련 기사: [고신3] '종교인 세금 납부 운동' 내년에 논의) 교단총회공대위는 "많은 국민들이 이미 종교인 과세를 원하고 있지만, 개신교 내부에서만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이는 교회 재정을 공개하기 싫고, 이를 통해 드러날 교회의 치부가 두렵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된다"고 평했다.

기자회견에서 최호윤 회계사(삼화회계법인)가 목회자 납세에 대해 논평을 내놨다. 교단들이 매번 '목회자 납세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에 그치는 것을 비판했다. 그는 "종교인 소득세가 사회적 이슈로 제기된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에, 교단들이 소득세 신고에 대해 논의하지 않는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교계에서 합의할 시간을 달라고 했을 때 사회는 종교계가 이미 충분한 시간을 보냈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교회 세습 방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오히려 후퇴했다. 예장합동은 세습 금지 세칙을 마련해 달라는 헌의를 기각했고, '세습'이라는 용어 자체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예장고신은 담임목사직 세습의 부정적인 영향을 목회자들에게 알리겠다고 했지만, 세습금지법 제정은 부결됐다. 예장통합은 작년 세습 금지 결의에 이어 헌법을 개정했지만, 개정된 법으로도 자식에게 지교회를 만들어 주고 몇 년 후 담임목사로 불러오는 등의 변칙적인 세습은 막을 수 없다.

갈 길이 먼 민주적인 회의 구조

▲ 구교형 목사는 이번 총회가 큰 소란 없이 마친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적극적으로 토론해야 할 일까지 그냥 넘어갔다고 말했다. 많게는 1500명의 총대들이 모여 5일간 회의를 해서 교단의 1년을 결정한다는 자체가 한계를 품고 있다고 말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총대들은 목사·장로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절대다수가 남자다. 여성들이 교회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에 비해, 최고 회의체인 총회에서는 남자들만 활동한다. 여성 목사·장로가 없는 예장합동·고신은 여성 총대가 아예 있을 수가 없다. 예장통합은 전체 1500명의 총대 중 1%를 갓 넘는 16명만 여자다. 기장은 726명 중 41명(5.6%)이 여자였다. 기장은 교단 내 양성평등위원회를 가동하고 있음에도, 작년 총회 때(6.9%)보다 여성 총대가 적어졌다.

상황이 이래도 총회에서 여성들의 권익을 증진하자는 논의는 별로 없다. 예장합동은 오히려 직영 신학교인 총신대 운영이사회가 여성들이 목회학 석사(M.Div.) 과정에 입학할 수 없도록 결의를 했는데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예장고신이 여성 안수(장로·권사)와 여성 지도자들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연구위원회를 구성한 것이 그나마 고무적인 결의였다. 교단총회공대위는, 총대 구성을 남자 목사·장로뿐 아니라 여성과 청년들을 포함해 교회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좀 더 폭넓게 들으라고 촉구했다.

총회라는 회의 자체의 한계도 많다. 한국교회에서 가장 덩치가 큰 예장합동과 예장통합은 1500여 명의 총대들이 4~5일간 교단의 1년 사업을 돌아보고 계획한다. 모든 사람의 의견을 수렴할 수도 없고, 회의가 막바지로 갈수록 총대들이 지쳐서 심도 있는 논의도 이뤄지지 않는다. 교단총회공대위는 "현재 교단 총회가 매우 비효율적인 시스템이라는 지적은 이미 여러 단위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런 비효율성을 극복하려면 총대들이 총회 전에 헌의안과 진행 사항에 대해 숙지하고 회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 게시 및 우편 배부, 회의 때 전자기기를 활용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무력한 총회, 세월호 참사 연상하게 해"

▲ 김애희 사무국장은 실제로 교단의 결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이 교단총회공대위에 필요하다고 자성했다. 총회에 헌의할 수 있는 각 교단 노회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해 내년 총회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장 구교형 목사는, 2014년 교단 총회를 "문제가 산적한데도 태평했다"고 평가했다. 사회자인 총회장이 잘 중재하고 총대들 사이에서 큰 다툼이 일어나지 않은 점은 긍정적이었지만, 정작 목소리를 내야 할 문제에서조차도 침묵했다는 것이다. 구 목사는 "마치 세월호 참사처럼, 교단들은 침몰하는 한국교회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총회가 개교회 문제에도 이렇다 할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구교형 목사는 말했다. 예장합동의 경우,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와 제자교회 정삼지 목사, 홍대새교회 전병욱 목사 등 교계와 사회에서 지탄을 받고 있는 목사들에 대해서 총회는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예장통합 총대들도 명성교회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을 다 알고 있으면서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구 목사는 "교단들이 이런 목사에 대해 조치하지 않고, 교인들이 총회 현장까지 찾아와 규탄해도 '노회를 통해 정식으로 올라온 헌의가 아니면 논의할 수 없다'는 기계적인 이유로 논의를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자회견에서는 교단총회공대위가 스스로 성찰하는 모습도 보였다. 교계와 사회에 득이 되는 주제를, 주장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관철해야 한다는 자성이 나왔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김애희 사무국장은 "작년 예장통합 총회에서 세습금지법이 가결되기까지, 전국 노회에 공문을 발송하고 노회 인사들을 접촉했다. 헌의안의 주체는 노회이기 때문에 실제로 총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노회 목사·장로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단총회공대위는 앞으로 뜻을 같이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 실질적인 교단의 결의를 이끌어 내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 교단총회공대위 기자회견에는 약 15명의 교계 기자들이 참석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구권효 / <마르투스>·<뉴스앤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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