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3일 개천절은 김홍술 목사가 단식기도를 시작한 지 40일째 되는 날이다. 다들 그걸 아는지, 종교인 단식장을 찾는 사람들은 평소보다 조금 더 많아 보였다. 이날 방문자들은 꽃을 많이 들고 왔다. 덕택에 종교인 단식장 안에는 향기로운 꽃향기가 가득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개천절은 '하늘이 열린다'라는 의미다. 간절한 기도에 하늘이 열리기를 그 누구보다 바라는 사람이 있다. 김홍술·방인성 목사다. 두 목사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40일·38일째 단식기도 중이다. 광화문광장은 곳곳에서 열린 개천절 기념행사와 가족 단위 관광객들로 복작댔지만, 두 목사의 하루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10월에 접어들면서 날씨가 부쩍 쌀쌀해졌다. 단식장을 찾은 이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환경에서 40일간 지내면, 삼시 세끼 꼬박 챙겨 먹어도 병이 날 거라며 혀를 내두른다. 그렇지만 두 목사는 인상 한번 쓰는 법이 없다. 수시로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는 건 언제나 웃음 띤 얼굴이다. 방문객들이 두 목사 앞에 앉아 대화를 청할 때도 그들은 힘든 내색 없이 시민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단식장을 찾은 이들은 두 목사의 건강 상태부터 묻는다. 두 목사는 애써 괜찮다고 말하지만, 날로 핼쑥해져 가는 두 목사의 얼굴은 그들의 상태를 알려 준다. 수시로 두 목사의 건강을 체크하는 소방대원은 방인성 목사의 저체온증을 걱정했다. 방인성 목사는 겨울 점퍼를 입고 있다. 워낙 추위에 약한 몸인데, 영양 섭취가 중단돼 체온이 많이 떨어졌다. 오전에는 날이 미처 풀리지 않아 무척 쌀쌀했다. 거기에 단식장 옆 분수대에서 쏟아지는 물은, 주변 온도를 떨어트려 두 목사를 괴롭힌다.

▲ 광화문광장 곳곳에서 개천절 기념행사가 열렸다. 광화문은 온종일 행사장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와 주변을 오가는 행사 참여자들로 소란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꽃을 든 여인…김홍술 목사, "여기까지 온 건 하나님의 은혜"

개천절인 10월 3일, 아름다운 여성 한 명이 두 손에 꽃다발을 들고 나타났다. 자동차 매연 냄새만 풍기던 단식장 안이 꽃향기로 가득 찼다. 꽃을 든 여인은 이서윤 씨였다. 단식장 단골손님 중 하나다. 그는 현직 항공 승무원이다. 비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단식장부터 들렀다. 10월 3일이 김홍술 목사의 단식기도 40일인 걸 알고 있었다.

김홍술 목사는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서윤 씨는 자리에 앉아 있던 방인성 목사에게 먼저 꽃다발을 건넸다. 방 목사는 웬 꽃다발이냐며 고마워했다. 10여 분쯤 지났을까. 김홍술 목사가 텐트 밖으로 나왔다. 이서윤 씨는 서둘러 김홍술 목사에게도 다가가 꽃을 전했다. 김홍술 목사는 영문도 모른 채 꽃다발을 받았다. 이서윤 씨는 힘든 싸움을 이어 가고 있는 두 목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었지만,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 꽃을 준비했다고 했다. 김홍술 목사는 그제야 밝게 웃었고, 시민들은 박수로 호응했다. 꽃다발을 받아 든 김홍술 목사는 싱글벙글이었다. 꽃이 마음에 드는지, 이서윤 씨의 마음이 고마웠는지 한동안 꽃다발을 가슴에 꼭 안고 있었다.

▲ 꽃 선물을 받은 김홍술 목사는 기분이 한결 좋아 보였다. 꽃다발이 마음에 드는지 가슴에 꽃을 꼭 안았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김홍술 목사는 40일간의 소회를 전했다. 그는 방인성 목사가 있었기에 자신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9월 15일 진보·보수 목회자 500여 명이 한데 어울려 드린 철야 기도회는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라고 했다. (관련 기사 : 목사 500명, 광화문에서 밤샘 기도) 김홍술 목사는 40일 이후에도 단식을 이어 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40일 단식기도를 할 수 있었던 건 하나님의 은혜였다. 지난 40일 동안 4번의 고비가 있었다. 특히, 방인성 목사가 목욕탕에서 쓰러졌을 땐 정말 놀랐다. 천만다행으로 옆에 있던 내 팔 위로 쓰러져 큰 부상은 막을 수 있었다. 단식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 가겠다. 많은 사람이 건강 문제를 우려하지만, 나는 노숙 생활에 익숙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괜찮지만, 방 목사님은 나이도 연로하시고 건강도 좋지 않다. 단식을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가실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

9월 15일 목회자 철야 기도회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진보·보수를 막론한 500여 명의 목사들이 함께 기도한 일은 나에게 큰 울림이 되어 돌아왔다. 기독인들이 꾸준히 현장을 지키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거기에 모인 목회자들이 전국에 흩어져 생명 살림 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 세월호 참사로 큰 시련을 겪은 한국교회와 조국에 주신 하나님의 은혜다."

세월호를 잊지 않는 기독인들…"김홍술 목사는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분"

▲ 오후 2시께 재일교포 대학생들이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제일 먼저 단식 중인 두 목사에게 찾아와 인사했다. 그들은 안내자의 소개로 두 목사의 얘기를 전해들은 뒤 낯선 한국말로 감사를 표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오후가 되자 단식장에는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함께여는교회 교인들을 비롯해 수많은 기독인들이 단식장을 가득 메웠다. 방문객들은 두 목사의 안부를 묻거나, 한편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눴다. 기독인이 아닌 시민들도 단식장을 찾았다. 이들은 9월 27일 있었던 국민대회에서 두 목사를 뵀다고 했다. 두 목사 앞에 앉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개중에는 한국을 방문한 재일동포 대학생들도 있었다. 그들은 단식 중인 두 목사를 찾아 어색한 한국말로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부산교회개혁연대 안현식 대표는 아침에 부산에서 올라왔다. 방인성 목사와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했다. 그는 방인성 목사의 기력이 많이 쇠한 것 같다며 걱정했다. 남은 기간 건강관리에 유념해 무사히 단식을 마쳤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세월호 이슈가 점차 잊히고 있지만, 서울 중앙 자리에서 이런 활동이 계속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두 목사가 있어 그나마 한국교회가 체면치레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안현식 대표는 김홍술 목사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부산에서 시민운동을 벌일 때 김홍술 목사를 몇 번 뵀다. 부산에는 활동가들이 많지 않아, 복음주의 진영과 에큐메니컬 진영 활동가들이 연합 활동을 자주 한다. 자신은 복음주의 진영에서 활동하지만, 연합 활동을 통해 김홍술 목사를 알게 됐다. 부산에서 김홍술 목사는 급진적이고 실천적인 인물로 정평이 자자하다고 했다. 거지나 노숙자들을 돌보는 '극빈 운동'을 주로 한다며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분이라고 했다.

▲ 손님들의 방문은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두 목사는 힘들 법도 하지만, 수시로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언제나 웃음 띤 얼굴로 대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한편, 세월호참사희생자·실종자·생존자가족대책위원회가 농성 중인 서울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는 제23차 촛불 기도회가 열렸다. 총신대 민주동문회(김영운 회장)가 주관한 기도회는 총신대 민주동문회 회원, 예장합동 목회자, 총신대학교 재학생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3일에는 세월호 유가족 대부분이 실종자 가족을 만나기 위해 진도에 내려간 터라 유가족의 참석이 많진 않았다.

하지만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고 김재현 군의 아버지 김기현 씨가 예배에 참석했다. 그는 예배 후 증언 발언을 했다. "아이 장례를 치르고 광화문광장에서 단식 중일 때 어느 노부부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들은 상품백화점 붕괴로 아이를 잃은 부부였다. '나 역시 그때는 관심이 없었다. 참으로 후회스럽다'고 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이 유가족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고 했다. 기도회에 참석한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도 전했다. 진실 규명과 안전 시스템 마련을 위해 기독인들이 끝까지 유가족들과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 총신대 민주동문회(김영운 회장)가 주관한 제23차 촛불 기도회.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30여 명의 총신대 출신 기독인들이 참여해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이날 사회는 함께하는교회 이광식 목사가 맡았고, 설교는 예수나무공동체 김진 목사가 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