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전 대통령 기념관이 한동대학교에 들어서는 것일까. "한동대 내 이명박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구자문 교수의 발언이 <경북매일> 보도를 통해 9월 28일 알려졌다. 총학생회는 학교 당국에 명확한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한동대학교는 1995년 개교한 4년제 종합대학으로 온누리교회 장로 출신인 김영길 교수가 1995년부터 2013년까지 총장을 지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하나님의 대학'으로 불리는 한동대학교(장순흥 총장)가 이명박 기념관 설립 문제로 시끄럽다. "한동대 내 이명박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학내 중진 구자문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의 발언이 9월 28일 자 <경북매일>에 실렸다. 기념관 설립 논의를, 기사를 통해 처음 접한 총학생회는 9월 29일 성명을 발표해 학교 측에 명확한 경위와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이에 대외협력실장 원재천 교수(국제법률대학원)는 아직 논의 단계로 확정된 사안은 아니라고 전했다. 현재 해당 기사는 학교 측의 요청으로 삭제된 상태다.

문제의 발단은 구자문 교수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구 교수는 <경북매일> 독자인권위원회 정례 회의에서 "한동대 내 이명박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이 가시화되고 있다. 오는 30일 대학을 방문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달곤 전 행자부 장관과 기념관 건립을 의논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포항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을 기리는 기념관 건립은, 한동대가 지역사회와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구자문 교수의 발언은 한동대 독립 언론사인 <당나귀>를 통해 학생들에게 알려졌다. <당나귀>는 '구자문 교수, "한동대 이명박 기념관 가시화"'라는 기사를 학내 온라인 게시판에 게재했다. 기사는 학생들 사이에 일파만파로 퍼졌다. 학생들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기념관 설립은 어불성설이라며 학교 당국의 신속한 해명을 요구했다.

총학생회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9월 29일 '학교 당국에 말씀드립니다'라는 글을 학내 인트라넷인 Hisnet에 게재했다. 구 교수 인터뷰에 대한 정확한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총학생회는 성명에서 "3800여 명의 학우를 대표하는 총학생회는 이 사안과 관련하여 어떠한 사실도 전달받지 못했다. 기념관 건립은 학교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공동체의 중요한 일을 또다시 외부 언론을 통해 듣게 된 현 상황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 기념관 건립 논란이 학생들 사이에 빠르게 확산되자, 총학생회는 학교 인트라넷인 Hisnet에 글을 올려 구자문 교수의 발언에 대한 학교 당국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한동대 인트라넷 페이지 갈무리)

바로 다음 날인 9월 30일 오전, 학교 측은 총학생회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냈다. 대외협력실장 원재천 교수는 "전직 대통령 도서관 건립은 한동대학교가 여러 후보지 중 하나로 고려된 초기 탐색 단계로써 추후 (기념) 도서관 건립을 결정할 단계가 된다면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결정하겠다"고 했다. 원 교수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도 같은 입장을 전했다. 기념관 설립 문제는 내부 검토 단계로 확정된 사안은 아니라고 했다. 대개 대통령이 은퇴한 후 기념 도서관을 고향이나 서울에 짓는 게 관례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 소재 대학들이 물망에 오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 교수는 기념 재단이 설립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기념관 건립 추진은 사실상 어렵다고 했다. 이명박 기념 재단은 2014년 8월 정부의 설립 인허가를 통과했다. 원 교수는 전통적으로 한동대가 학생들의 리더십 향상에 노력을 기울였고, 기념관 설립 역시 이와 관련된 일이라고 말했다. 구자문 교수의 인터뷰에 대해서는, 구 교수가 마치 확정된 것처럼 말한 부분이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9월 30일 이달곤 전 행자부 장관의 학교 방문은 교내 문제라 밝히기 곤란하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법학부에 재학 중인 최 아무개 씨(23)는 "그간 학교의 운영 과정을 봤을 때, 모든 사안이 결정된 뒤 일방적으로 통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했다. 공간환경시스템학부 이 아무개 씨(26)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기념관 건립은 시기상조다. 이는 또다시 학내 정치적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는 게 먼저다"라고 말했다. 박사훈 총학생회장은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총학 측에서 진위 여부를 파악 중이다.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이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전했다. 

▲ 구자문 교수의 발언은 9월 26일 서의호 교수(포스텍), 배한동 교수(경북대) 등이 참석해 열린 <경북매일> 독자권익위원회 정례 회의에서 나왔다. 해당 기사는 학교 측의 요청으로 삭제된 상태다. (<경북매일> 모바일 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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