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회 총회에서 예장합동은, 세습 금지는커녕 '세습'이란 말도 쓰지 말자고 했다. "헌법대로 하자"고 했다. 교단법엔 당회장직 세습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이번 총회는 세습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던 지난해 총회의 결의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마르투스 구권효

교회 세습을 금지하는 세칙을 제정하자는 헌의는 논의 한 번 되지 않은 채 기각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총회 마지막 날인 9월 26일, 당회장직 세습과 관련한 헌의가 상정됐지만 총대들은 헌법대로 하자고 가결했다. '세습'이라는 용어 사용도 금지하기로 했다. 사실상 교회 세습을 방치하는 셈이다.

이번 99회 총회 때 세습과 관련한 헌의는 4개가 올라왔다. 지난 98회 총회 때 '세습은 불가하다'고 결의했으니 세칙을 마련해 달라는 헌의 2개, 총회가 교회 세습을 금지했는데 회의록 채택을 보류한 임원회를 조사하자는 헌의 1개, '세습'이라는 용어 사용을 금지하고 담임목사가 청원할 때는 헌법대로 집행하자는 헌의 1개였다. 총회는 "세습 용어 사용을 금지하고, 헌법대로 한다"고 결정했다. 예장합동 헌법에는 당회장직 세습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

지난해 98회 총회에서 예장합동은 세습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고 결의한 바 있다. 교계 안팎에서는 보수적인 예장합동에서 시대의 요구에 부응해 개혁적인 결정이 나왔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금세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올해 3월, 총회 임원회는 이 결의를 보류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세습 금지 결의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올해 총회에서는 예장통합이 세습금지법의 조항들을 마련했다. 변칙 세습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당회장직 세습을 금지하는 데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반면, 예장고신은 세습금지법 제정을 부결했다. 그래도 교회 세습이 교계와 사회에 주는 부정적인 영향을 인정해 이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켜야 한다고 결정했다. 예장합동에는 경각심도 없고 세습금지법도 없었다.

구권효 / <마르투스>·<뉴스앤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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