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4일, 세월호 유가족은 800여 명의 목회자들의 기도와 격려에 큰 위로를 얻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황용대 총회장) 제99회 총회에서이다. 9월은 한국교회 많은 교단의 총회가 열리는 달이다. 기장은 매년 총회 때, 전통적으로 수요일 저녁 '고난받는 이웃과 함께'하는 수요 연합 예배 시간을 가져 왔다. 올해는 4·16 세월호 참사를 당한 유가족을 초청했다. 세월호 유가족은 총대들와 한자리에서 예배를 드리며, 은혜를 받았다고 했다.

▲ 9월 24일, 세월호 유가족이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황용대 총회장) 제99회 총회 장소에 방문했다. 기장은 세월호 유가족을 초청하여 800여 명의 총대들과 함께 예배를 드렸다. 유가족은 목회자들의 기도와 격려에 큰 위로를 얻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오후 2시, 세월호 유가족 6명은 안산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에서 기장 총회가 열리는 전라북도 변산으로 향했다. 그들은 "특별법이 반드시 제정되어야 합니다"라는 배너가 붙은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예배에 참석할 처음 예상 인원은 20여 명이었다. 하지만 전국과 대학교 다니며,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강연 일정들과 겹쳐서 불참한 사람들이 많았다.

변산으로 이동하는 길, 유가족의 얼굴은 지쳐 보였다. 평소에도 길거리 노숙이나 세월호 참사 및 특별법 제정을 위한 강연 등의 일정으로 쉴 틈이 없는 탓이었다. 그래도 그들은 기장 총회의 예배 초대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유가족은 자신들이 출석하는 교회 목사들이 대체로 특별법 제정에 소극적이라고 했다. 관심이 없거나, 심지어 특별법 제정에 나서지 말라는 목사도 있었다. 애쓰지 말라고 하는 목사들도 있었다. 하지만 유가족은 여전히 목사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었다.

목사들이 아픔을 겪는 유가족의 마음과 의견을 전달해 주는 통로가 되어 주기를 바랐다. 일반인 10명을 만나 한마디를 하는 것보다, 목사 한 명이 더 영향력이 크지 않을까 기대했다. 유가족의 이야기를 들은 목사들이, 자신의 교회로 돌아가 교인들을 설득해 주길 바랐다. 기독교인들이 예수의 사랑으로 앞장서 주기를 기대했다.

저녁 5시경, 총회 장소인 변산 대명리조트에 도착했다. 전국에서 온 목회자 800명이 모인 곳이다. 유가족은 떨리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긴장감이 얼굴에 감돌았다. 총회에 참석한 목회자들이 가슴에 노란 리본 배지를 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유가족은 그 모습을 보고 내심 안도했다. 사람이 많은 곳에 오면, 유가족은 상대방이 자신들을 어떻게 생각할지 가장 먼저 걱정했다. 예배 전에 식사와 차를 대접받았다.

예배는 7시에 시작했다. 예배에는 세월호 유가족 10명 모두가 참석했다. 안산에서 온 단원고 유가족 6명, 광주에서 온 단원고·일반인 유가족 2명이었다. 예배 장소에 들어서니, 강단 중앙에 십자가가 놓여 있었다. 십자가에는 노란 리본이 촘촘히 달려 있었다. 기장 총회 배너에 새겨진 제99회 로고에도 세월호를 상징하는 배가 들어 있었다. 유가족은 예배를 준비하고 기획한 총회에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 세월호 참사 영상이 나오자, 유가족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내 눈물바다가 되었다. 목회자들의 분위기도 한층 숙연해졌다. 예배는 계속 진행되었지만, 유가족은 고개를 숙인 채, 연신 흐르는 눈물과 콧물을 티슈로 닦기 바빴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세월호 참사 영상이 예배의 시작을 알렸다. 영상이 나오자, 유가족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담담한 모습으로 예배실 입구를 들어설 때와 다른 모습이었다. 목회자들의 분위기도 한층 숙연해졌다. 예배는 계속 진행되었지만, 유가족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예배실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고개를 숙인 채, 연신 흐르는 눈물과 콧물을 티슈로 닦기 바빴다. 찬양을 부르는 것도, 기도문을 함께 낭독하는 것도 너무 어려웠다. 흐느끼는 유가족을 두고, 목회자들의 센제니나(남아공 찬양으로 '무얼 했나'는 뜻) 찬양이 울려 퍼졌다.

진행된 예배에서는 '고난받는 이웃과 함께'라는 주제로 쌍용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제주 강정마을 마을 공동체, 송전탑으로 고통 당하는 밀양, 청도, 군산 주민, 내성천 영주댐으로 수몰위기에 처한 민중들을 위해 기도했다. 전남노회장 김은수 목사는 세월호 유가족을 위해 기도했다.

"경제지상주의의 규제 완화가 생명 안보 우위에 있는 미개 문명을 만들어…무능과 의혹으로 가득한 정부의 대처…망연자실한 유가족의 한을 돌처럼 응어리지게 합니다."

또한 이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교회의 모습을 회개하고, 참사 전말의 진상이 명백히 밝혀질 수 있도록 유가족과 함께하겠다고 했다.

단원고 2학년 3반 고 유예은 양의 어머니 박은희 전도사는 증언을 했다. 침착한 모습으로, 세월호 참사를 이야기했다. 참사를 처음 접한 순간, 전원 구조의 오보, 언론의 뉴스와 상이했던 실제 진도 체육관과 팽목항의 모습, 지금 유가족의 겪고 있는 일 등을 이야기했다.

"목사님들이 기도에서 지적했듯이, 저희 부모들은 무능한 정부와 진실을 가리고 거짓을 보도하는 언론을 보며 놀람을 떠나 무서웠습니다. 저희가 아직 4월 16일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언론은 아직도 저희가 말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저희를 팽목항에서처럼 고립시키고 있습니다.

어차피 이 사회에 거대한 악이 존재한다는 것을 저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무시하고 외면한 죄가 이렇게 크다는 것을 미처 몰랐습니다. 기업이 돈을 따라갈지라도 그들이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고 안전 문제를 해결하도록 국가가 중간에서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국가가 그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할 때, 누가 질책해야겠습니까. 저도 전도사이지만 여기 있는 목사님들이, 같이 회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라가 나라의 역할을 못할 때, 그들을 혼낼 수 있는 사명을 가진 자는 목사라고 생각합니다."

이어 박 전도사는 참사의 진실을 알고 싶다고 했다.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잘못했다. 벌을 받겠다"라는 고백을 듣고 싶다고 했다. 자신도 304명이 죽도록 내버려 둔 사람들 중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먼저 회개한다고 했다. 목회자와 어른들도 회개하고, 진실 규명을 위해 힘써 줄 것을 요청했다.

▲ 총대 800여 명은 세월호 유가족에게 노란 리본 목걸이를 받아 목에 걸었다. 그들은 하단해서도 자리에 앉지 않았다. 전체가 둥그렇게 서서 손을 잡았다. 유가족과 800여 명 목회자 모두가 하나로 연대한 것이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예배 끝부분에서, 예배 인도자는 모든 유가족은 강단으로 등단해 달라고 했다. 유가족이 오를 때, 참석한 800여 명의 총대들은 연대와 동참의 의미로 모두 일어섰다. 그리고 유가족이 서 있는 강단으로 한 명씩 올라왔다.

총대들은 등단하면서, 노란 종이에 적은 연대의 편지를 비치된 함에 넣고, 유가족과 인사를 나누었다. 유가족은 노란 리본 목걸이를 총대들의 목에 걸어 주었다. 총대들은 목걸이를 받으며, 유가족을 안아 주고 격려했다.

노란 리본 목걸이를 맨 총대들은 하단해서도 자리에 앉지 않았다. 전체가 둥그렇게 서서 손을 잡았다. 유가족과 800여 명의 목회자 모두가 하나로 연대한 것이다. 손을 잡은 채로 결단 찬송을 부르고, 축도로 예배는 마쳤다. 일부 총대는 유가족에게 다시 다가왔다. 악수를 건네기도 하고, 포옹하기도 했다. 그들은 함께 울며 유가족의 아픔을 공감했다.

유가족들은 모두가 손을 붙잡고 연대하는 모습이 큰 감동이었다고 했다. 오랜만에 은혜를 받았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너무 많은 목회자가 함께해 주어, 큰 힘과 용기를 받았다며 기뻐했다. 그들은 특별법 제정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이렇게 자신들과 함께해 주는 많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튿날, 다시 안산으로 올라오는 길. 창문 밖으로, 분홍 코스모스와 푸른 나무들이 눈에 띄었다. 푸른 바다도 보였다. 하지만 한 어머니는 좋은 풍경을 봐도 기쁘지 않다고 했다. 가슴에 잃어버린 자식이 맺혀 있기 때문이었다. 

▲ 이튿날, 다시 안산으로 돌아오는 길. 창문 밖으로 분홍 코스모스와 푸른 나무들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한 어머니는 좋은 풍경을 봐도 기쁘지 않았다. 가슴에 잃어버린 자식이 맺혀 있기 때문이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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