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학교 학부생들이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99회 총회 현장을 찾아왔다. 넷째 날 9월 24일, 총신대 총학생회와 신학과 학생회가 광주겨자씨교회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태풍 때문에 비가 많이 내렸지만 학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뜻을 총대들에게 알렸다. 이들은 총장 길자연 목사의 사퇴와, 여성들도 목회학 석사(M.Div.) 과정에 입학할 수 있도록 운영이사회 결의 취소를 요구했다.

▲ 총신대 학생들이 광주까지 내려왔다. 총신대 신학과 학생회는 광주겨자씨교회 입구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학생회는 "학교의 주인은 학생인데 길자연 총장과 운영진들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신학과 학생회 16명은 예배당 입구 좌우에 서서 '현 총장 즉각 퇴진', '여성 신학생 교육권 보장', '운영이사회는 각성하라', '학생회 입장 전면 수용하라'는 글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점심을 먹고 들어오는 총대들에게 호소문을 나눠 줬다. 몇몇 학생들은 예배당 2층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인데, 운영이사회를 비롯한 학교 운영자들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길자연 목사가 총장 하마평에 오를 때부터 총신대 학생들의 의견은 명확했다고 학생회는 말했다. 29대 학생회장 정진혁 씨는 금권 비리, 교회 세습, 정계 유착 등 교계와 사회에 파장을 일으킨 길 목사를 운영이사회가 묵인했다고 했다. 또 길 목사가 3월 28일 총장직을 사임한다고 말했다가 번복해 학생들을 우롱했다고 지적했다. 학생회는 대자보를 붙이고 입장을 표명했지만 학교 측은 무반응으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 학생회는 길자연 총장의 사퇴와 운영이사회 결의 취소를 요구했다. 한 여학생은 운영이사들의 주장과는 달리, 여성들이 M.Div. 과정에 입학하지 못하게 되면 총신 안에서 신학을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지난 9월 18일 총신대 운영이사회가 "목회학 석사 과정은 목사 후보생만 입학하도록 허락한다"고 결의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여자들은 총신 신대원 입학조차 불가?) 학생회는 이 결의가 "본교 신학과에 재학 중인 모든 여학우들의 교육권을 순식간에 박탈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총신대 신학과 4학년 안소희 씨는 여성이 신대원을 가는 목적은 목사의 권위에 도전하자는 게 아니라, 바른 신학을 배워 교회를 교회답게 세우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안 씨는 여성들이 M.Div. 과정에 입학하는 걸 막으면 더 이상 총신대 안에서 신학을 공부할 수 있는 길이 없다고 했다. 교육학 석사(M.A.) 과정은 기독교교육과 유아교육밖에 없고, 신학을 공부할 수 있는 신학 석사와 철학 박사 과정은 M.Div. 과정을 이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떻게 신학 공부를 더 하라는 것인지 운영이사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학생회는 99회 총회가 운영이사회의 결의를 취소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학생회가 서울에서 총회 회의장인 광주까지 오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1500명의 목사·장로들 앞에서 시위하는 것도 그렇지만, 학교에서 이들을 압박했다. 한 학생은 "학교 측에서 '너희 배후에 누가 있는 것 아니냐. 후원금을 받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은 너희를 이용하려는 것이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단체와도 연관돼 있지 않으며 자비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 총학생회는 비를 맞으면서 피켓 침묵 시위를 했다. 길자연 총장과 이사들의 문제를 말씀 앞에서 엄정하게 처리해 달라는 요구였다. ⓒ마르투스 구권효

총신대 46대 총학생회도 신학과 학생회와 별도로 총회 현장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잠언 29장 2절 "의인이 많아지면 백성이 즐거워하고 악인이 권세를 잡으면 백성이 탄식하느니라"는 말씀이 적힌 대형 현수막을 들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원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총학생회장 최승한 씨는 "길자연 총장과 이사들 문제가 이번 총회에 많이 헌의된 것으로 알고 있다. 총대들이 말씀 앞에서 헌의안을 잘 처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99회 총회에는 총신대 길자연 총장과 재단·운영이사들을 성토하는 헌의안이 36개나 올라왔다. 이 안건은 모두 정치부로 이첩됐으며, 정치부 보고는 총회 넷째 날 9월 25일 오전부터 이뤄질 전망이다. (관련 기사 : [총회1] 혼란의 중심에 선 목사들)  

제99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에 부친 총신대학교 신학과의 성명서

학교란 무엇인가?

금년도를 중심으로 그 간에 이어져 오던 학교 측의 만행에 대하여 우리는 다음과 같은 불편한 질문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학교란 무엇인가?' 학교는 엄연히 학생을 위하여 존재한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학교 측은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짓밟았다. 학교는 교내의 불의를 향한 목소리들이 들릴 때마다 '재정 위기', '경쟁력 강화', '대학 평가'등을 이유로 외면했다. 동시에, 신학교라는 영문 모를 정체성의 문제는 학교의 주인이 학생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실조차 거부할 수 있는 성역이 되었다. 29대 온고지신 신학과 학생회를 중심으로 한 총신대학교 신학과 재학생은 더 이상 이러한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본교의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의 제99회 총회에 다음과 같은 사실을 상정하고자 입장을 성명한다.

1. 총장 거취 문제에 관한 신학과의 입장

2013년 말, 총장 선거에서부터 시작된 총장 관련 문제에 대하여 학교 측은 학우들의 목소리가 응집되어 명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들으려는 최소한의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잠깐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학교 측의 일관된 태도는 학우들을 우롱하는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 현 총장의 행보는 본교의 가르침과 교육 이념과는 너무도 대조되는 내용이었다. 외부 언론들은 기사들을 통하여 현 총장의 '금권 비리', '교회 세습', '정계 유착' 등을 지적한 바 있으며, 이는 교계를 넘어 사회 전체에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운영이사회는 많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총장 선거의 사안들에 대해 학생들의 알권리를 무시한 채 효용성을 이유로 의혹 많은 후보 등록을 마쳤다. 본 학생회는 본교 총학생회와 함께 총장 최종 후보자들이 정해졌을 때부터 일련의 후보 선정 과정에 대한 우려와 경고의 입장을 발표했다. 총장 선거 당일인 12월 19일에도 신학과 학생회를 비롯한 본교의 학생 자치 기구들은 언론과 침묵시위를 통해 총장 자격을 지적하는 동시에, 투표 과정 자체에 대하여 의구심을 제기했다. 또한 본 학생회를 중심으로 하여, 투표가 진행되었던 종합관 2층 세미나실 앞에서 총장이 선출되는 시점까지 기도회를 진행한 바 있다. 학우들의 학교를 향한 부르짖음과 절규의 목소리들이 회의장 안까지 들렸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학우가 우려한 바와 다를 바 없는 선거 결과가 나타났다. 이후 현 총장의 거취에 대한 적법성의 목소리들이 '총회법 위반', '교육부의 임원 취임 승인 취소'를 비롯한 교내외의 기관들 속에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진전된 사항은 없었다.

3월 28일 교외 언론을 통하여, 길자연 총장은 스스로 최근 교단 상황과 총신대 현황을 설명하고 자신의 심경을 표하면서 "총신대학교 발전과 총회의 안정 및 평화를 위해 총장직을 사임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이루어진 행보 속에서 길자연 총장은, 사임 발표는 '학교의 안정'과 '교단 화합'을 위한 전략이었다고 말하여 또다시 학우들을 우롱했다.

이후 이루어진 본교 총학생회의 대자보와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이사회를 비롯한 학교 측은 일관된 무반응을 보였다. 학교 측의 무반응은 신학과 학우들의 진실을 찾기 위한 목소리를 지극히 당연한 권리를 되찾는데 있기보다는 주시면 감사한 것을 요구하는 구걸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학교 측은 상황을 무마하기 위하여 간헐적으로 학생의 복지와 편의, 권익을 말했지만 지금까지 지켜진 사례가 전무하며, 학우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이러한 학교 측의 답변은 어불성설이다. 학교란 무엇인가?

2. 2014년 3차 정기 운영이사회에서 결의된 목회학 석사 과정 입학 자격에 관한 신학과의 입장

2014년도 제3차 정기 운영이사회에서 다뤄진 총회(98회) 헌의안 처리의 안건들 중 5번째 안건 '목회학 석사 과정 입학 자격'을 노회 추천 목사 후보생으로 제한한 것에 대하여 신학과는 강력한 반대의 입장을 표명한다.

'목회학 석사 과정 입학 자격에 대한 다음과 같은 제한'은 대단히 시대착오적인 발상일뿐더러, 현재 본교 신학과에 재학 중인 모든 여학우들의 교육권을 순식간에 박탈하는 행위다. 어떠한 차별 없이 동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존중받아야 마땅한 민주적인 사회와 교육 현장 속에서 다음의 운영이사회는 사전에 신학과 학우들이 입장을 묻거나 수렴하려는 단 한 번의 노력 없이 임의로 입학 자격을 제한하고 여학우들의 권리를 박탈했다. 본 학생회는 신학과의 재학 중인 모든 학우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의무를 지키고자 운영이사회에서 결의된 다음의 헌의안을 적극 규탄하는 동시에 제99회 총회 가운데서 본 헌의안의 부결에 대한 지원을 요청한다. 학생이란 누구인가?

신학도란 누구인가?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학생이라고 소개하기보다 개혁주의를 표방하는 신학도라고 소개하기를 자부한다. 개혁신학은 세상의 모든 불의한 제도와 구조에 맞서, 성경에 입각하여 하나님 나라의 가치인 '정의'와 '평화', '사랑'을 수호하고 하나님의 주권을 선포하는 것을 제1 사명으로 삼는다. 우리는 하나님을 하나님이라고 고백하는 것을 목숨보다 귀한 소명으로 여기며, 동시에 이를 위해 우상 앞에서 무릎을 꿇거나 굴복하지 않는다.

이러한 신앙 고백은 우리가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하는 직접적인 동인이 되었다. 먼저, 우리는 정기적으로 등록금을 납부하며, 이를 통해 학교로부터 일정한 권리를 보장받는다. 따라서 우리는 학교의 주인인 학생이다. 동시에, 우리는 개혁주의를 표방하는 신학도다. 우리는 위에서 밝힌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과 개혁주의의 가르침을 계승한다. 신학도의 양심에 따라 우리는 총장의 거취에 대한 사안과 목회학 석사 과정 입학 자격에 대한 결의에 대해 강력한 반대의 입장을 표명한다. 동시에, 제99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에 대해 다음과 같은 사안에 대하여 본 교단 직영 신학교인 총신대학교의 신학도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기를 청원한다.

2014. 09. 23

총신대학교 29대 溫故知新 신학과 학생회

구권효 / <마르투스>·<뉴스앤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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