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비회원의 혜택을 위해 존재하는 지구상의 유일한 협동 사회'라는 유명한 정의는 영국 성공회 켄터베리 대주교(1881-1944)가 그리스도인의 공동체가 집단의 이해나 사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이렇듯 교회의 존재 기반 자체가 사적이지 않고 공적이라는 것, 나아가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성경의 변치 않는 기초적 윤리에 따라 궁극적으로는 이타적인 것이라는 데에는 신학적으로 별 이견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작금의 한국교회의 여러 모습들, 이를테면 십일조를 하는 교인들에 한해서만 어떤 권리를 부여한다든지, 교회 건축 과정에서 만나는 상식적 규제를 정치적 압력과 억지 편법을 동원해서 해소하려는 모습들 속에서 이와는 정반대의 풍경을 보게 되는 것은 무척 씁쓸한 경험이다.

또한, 한국교회가 재정 공개를 최대한 배척하는 입장에 서 있는 것, 또한 목회자들의 소득을 신고하고 과세 대상으로 삼도록 하는 상식적 흐름에 대해 최대한 그 시기를 늦추고 수준을 낮추려는 시도들 역시 교회가 이타적인 공동체라는 시각에서는 영 불편하다. 그러나 사실 이기적인 입장에서 계산기를 두드려서 따져볼 때, 한국교회 전체적으로 소탐대실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면, 성도들의 입장에서는 달리 생각할 여지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간 목회자의 소득세 신고 납부와 관련해서 대두되었던 내부 공방 중 하나는, 실질 납세 여부와 사회복지 수혜 가능성에 대한 것이었다. 즉 90% 이상의 목회자들은 소득세 신고 납부를 한다 해도 면세점 이하여서 실질적으로 납부하는 금액은 없으며 도리어 이분들의 소득이 공적으로 신고되면서 소득분위상 복지수혜자로 분류되어 자녀들의 교육비 지원이나 여러 다른 공적 기회들을 얻게 되는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 그러나 아직도 목회 활동은 근로·노동이 아니라 성스러운 직무이므로 소득세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전근대적 신학 노선이 발목을 잡아 대다수의 목회자들에게 실질적인 손실을 입히는 셈이 되고 있다.

교회가 재정 공개에 저어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또 다른 관점에서 소탐대실을 지적할 수 있겠다. 현행 법인세법 시행령 제36조 1항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하여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 실적을 공개한다는 내용이 정관에 포함되어 있을 것"을 강제하고 있다. 정관에 이 내용이 없는 법인의 경우는 기획재정부가 재가하는 지정 기부금 단체로의 선정 자체가 불가하도록 되어 있다.

즉, 정부가 기부금을 통해 국민들의 소득 중 일부를 과세 대상에서 공제해 주는 혜택을 제공하는 단체라면, 모두가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 실적을 공개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물론 일정액 이상의 모금을 하게 되면 그 세부 내역을 국세청에 공시해야 하는 의무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교회는 어떠한가?

도리어 종교계는 정부와의 교섭을 통해 도리어 이러한 의무를 수행하지 않고도 종교 기부금이라는 별개의 기부금으로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우회로를 마련한 것을 일종의 성과(?)로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약 10년 전부터 과거 일괄적으로 10%였던 기부금의 소득공제 비율이 기부 문화 활성화 정책에 의거 연차적으로 상승하여 지금은 30%에 다다르고 있지만, 유독 종교 기부금에 대해서는 그 불투명성을 근거로 10%로 수년째 묶여 있기에 순수한 헌금으로 선한 일에 기여한 성도들의 정당한 사회적인 보상이 제한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모든 후원금과 헌금 내역을 깨알같이 대내외적으로 공개하고 국세청에 신고하여 전산 기록으로 공시하는 여러 선교 단체들과 기독 시민단체들의 경우에는, 다른 일반 지정 기부금 단체에 비해 그 투명성과 건강성에서 아무 하자가 없고 심지어 선도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재정 투명성을 제공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제도권의 한국교회와 똑같은 세법상의 취급을 받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부터 가능하다면, 같은 종교 단체들 중에서도 현행 법령이 요구하는 재정 공개의 수준에 부합하는 단체와 교회들에 대해서는 기부금 공제 비율을 상향하고, 그렇지 않은 단체와 교회들에 대해서는 기부금 공제 비율 자체를 축소해 가는 법적·사회적 장치를 마련해서 공공적 성격의 기부금을 장려하고 불투명한 사익적 기부를 억제해 가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인다. 당장 법률가들과 시민단체들의 법적 검토와 연대 움직임이 필요한 영역이라 하겠다. 상상컨대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소득공제 혜택을 늘려 주는 교회 공동체에 헌금도 모여들고 해당 성도들의 가처분소득도 늘어나는 선순환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무슨 이유로든 재정 공개를 꺼려하는 교회 지도자들에게 반문하고 싶다. 그대들의 소극적인 선택으로 인해 한국교회 성도들 전체가 실질적인 손해를 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어찌 생각하고 있는지 말이다. 어쩌면 이렇게 생각하면 될지 모르겠다. 성도들이 사회적으로 당당하게 얻을 거대한 수혜를,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무지하고도 자기보신적 선택으로 말미암아 부득이 포기하게 됨으로써 기독교 전체적으로 볼 때는 이 사회에 그 유익을 환원하는 셈이라고 말이다. 어쩐지 씁쓸하지 않은가?

황병구 / 한빛누리 재단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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