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국내 최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총회가 9월 22일부터 26일까지 광주겨자씨교회(나학수 목사)에서 열린다. 예장합동 총회는 수년간 한국교회와 사회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어 왔다. 재작년 총회에서는 황규철 총무가 가스총을 들고 정준모 전 총회장이 기습 파회를 선언해 파행을 겪었고, 작년 총회에서는 제자교회 관련 모호한 결의와 황규철 총무 해임 불발 등으로 몸싸움이 난무하는 부끄러운 광경을 수차례 연출했다.

올해는 어떨까. 안타깝게도 예장합동 총회는 잠잠할 날이 없다. 이번에도 몇 가지 굵직한 이슈로 총회 현장이 소란스러울 예정이다. 자의든 타의든 이번 예장합동 99회 총회에서 혼란의 중심에 선 목사들을 소개한다.

▲ 지난 3년의 임기 동안 '가스총 사건' 등 예장합동의 이슈를 주도(?)해 온 황규철 총무는 올해 9월 21일로 임기를 마쳤다. 두 번의 해임 위기를 모면한 황 목사가 이번 총회에서 '재선'에 도전한다. ⓒ마르투스 구권효

'가스총 총무', 3년 더?

첫 번째는 올해 9월 21일로 총무 임기를 마친 황규철 목사다. 황 목사는 지난 3년의 임기 동안 예장합동의 이슈를 주도(?)해 왔다. 황 목사에게 불만을 품고 총회 사무실로 찾아와 '똥물'을 뿌리는 목사가 있었는가 하면, 상복을 입은 채 관을 들고 온 목사도 있었다. 이들이 폭로한 황 목사의 과거는 충격적이었다. 세 차례 이혼, 아버지 폭행, 동료 목사 폭행 등의 의혹이 제기됐고, 이 중 상당수는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총대들은 이런 황규철 목사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황 목사는 2012년 9월 97회 총회와 2013년 9월 98회 총회 때 두 번이나 해임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지난해 총회에서는 황 목사를 결단코 해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하지만 의사봉을 쥔 안명환 총회장의 미온적인 태도로 총대들은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당시 안 총회장은 한 달 안으로 황 목사의 해임을 결정할 것이라며 총대들을 달랬지만, 황 목사는 별 탈 없이 올해 9월까지 임기를 꽉 채웠다.

두 번이나 가까스로 해임을 모면한 황 목사가 이번 총회에서 '재선'에 도전한다. 예장합동 총무는 임기가 3년이고 한 번 연임할 수 있다. 오늘부터 열리는 총회 기간 중에 총무를 투표로 선출하게 된다. 여기에 황 목사가 출사표를 던졌다. 총무를 3년 더 하고 싶다는 소리다.

이번 총무 선거는 황규철 목사의 총무 후보 등록을 인정할 것인지부터 혼란이 예상된다. 총회 임원회는 9월 17일, 황 목사를 총무 후보에서 제외하고 퇴임 예우를 총회 유지재단 이사회에 넘겼다. 황 목사에게 '퇴임 예우'를 갖춘다는 것도 따져야 할 일이지만 일단 지금은 논외로 한다. 그런데 이틀 후인 19일, 황 목사는 총회를 상대로 제기한 '총무 후보 등록 거부 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황 목사에게 총무 피선거권이 있고, 그의 후보 등록을 거부하거나 방해하면 안 된다고 판결했다.

황규철 목사는 이 가처분 전에도 소송으로 총무직에 미련을 나타냈다. 지난 5월 말에는 총회를 상대로 '총무 선거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원래 총무 임기가 5년이라며 이번 총회 때 총무 선거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관련 기사 : 가스총 총무', 임기 2년 연장하려 총회 상대 소송) 이 소송은 8월 20일 기각됐다. 지난 97회 총회에서는, 총회를 상대로 사회법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하면 당사자뿐만 아니라 소속 노회의 총대권을 5년 동안 박탈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결의는 황 목사를 피해 갔다.

▲ 총신대 총장 길자연 목사는 교단이 정한 70세 정년제를 어겼다. 예장합동에서는 만 70세가 넘은 목사가 공직을 맡지 못하게 돼 있지만 길 목사는 지난해 12월 만 72세의 나이로 교단 직영 신학교인 총신대 총장이 됐다. (마르투스 자료 사진)

황 목사가 총무 후보에 오른다 해도 과연 선출이 될까. 97회와 98회 총대들의 여론을 보면 그가 뽑힐 확률은 낮다. 하지만 이런 예상도 확신할 수는 없다. 현재 총회 총무에 출마한 사람은 이기택(구미노회)·김창수(부산노회)·문찬수(경신노회)·서광호 목사(경남동노회) 등 4명으로 모두 영남 지역 인사다. 이에 비해 황규철 목사는 호남 지역을 발판으로 하고 있다. 만약 황 목사의 후보 등록이 인정된다면 누가 선출될지는 미지수다.

바람 잘 날 없는 '정치 1번지' 총신대

예장합동 직영 신학교인 총신대학교. 정통 개혁주의 신학을 가르치는 우리나라 최고의 신학교임을 자부하지만, 언젠가부터 총신대는 '교단 정치 1번지'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갖게 됐다. 96·97·98회 예장합동 총회장이 모두 총신대 재단이사고, 이번 99회 총회에서 총회장으로 출마하는 백남선 목사와 부총회장으로 출마하는 김승동 목사도 모두 재단이사 출신이다. 현 재단이사장 김영우 목사도 지난해 부총회장으로 출마한 적 있다. 교단 총회장은 물론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도 지낸 길자연 목사가 총장이다. 가히 정치 1번지라 할 만하다.

이번 총회에서도 역시 총신대와 관련한 사안은 논란을 불러올 전망이다. 학교의 수장인 총장과 재단이사장이 연루됐다.

총장 길자연 목사는 교단이 정한 70세 정년제를 어겼다. 예장합동에서는 만 70세가 넘은 목사가 공직을 맡지 못하게 돼 있다. 하지만 길 목사는 지난해 12월 만 72세의 나이로 교단 직영 신학교인 총신대 총장이 됐다. 이에 대한 교단 내 반발이 거세다. 총장 선출의 불법성을 지적하고, 총장 선임을 철회하는 것과 동시에 이를 용인한 재단·운영이사들을 징계해야 한다는 내용의 헌의가 30개가 넘는다.

재단이사장 김영우 목사를 비롯한 이사들의 임기를 문제 삼은 헌의도 있다. 2011년 9월 96회 총회에서는 "4년 임기를 마친 재단이사는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고 결의한 바 있다. 2회, 8년 이상 총신대 재단이사를 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김영우 목사를 비롯한 몇몇 재단이사들은 10년 넘게 자리를 꿰차고 있다. 특히 이들은 96회 총회 결의 후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총회 결의에 반하는 '연임'을 결정했다.

▲ 재단이사장 김영우 목사를 비롯한 이사들의 임기도 문제 제기되었다. 자지난 96회 총회 결의에 의해 2회, 8년 이상 총신대 재단이사를 할 수 없다. 그러나 김영우 목사를 비롯한 몇몇 재단이사들은 10년 넘게 자리를 꿰차고 있다. (마르투스 자료 사진)

총신대 운영이사회는 총회 결의를 이행한 후 다음 총회에 보고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운영이사회는 재단이사들이 3번 이상 연임하고 있는데도, 96회 총회 이후 재단이사 임기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또 2011년 11월 12명의 재단이사를 대거 선출할 때, '개방이사'가 불법적으로 선임됐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당시 재단이사회는 자체적으로 김영우 목사를 포함한 4명의 개방이사를 최종 선출했다. 하지만 총신대 운영이사회 규칙에 따르면, 모든 재단이사는 운영이사회 본회에서 선출하게 돼 있다. 이런 과정을 생략한 채 재단이사회는 독자적으로 이사 선출을 단행한 것이다.

게다가 개방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추천위원회'는 '총회'가 임명하는 3인으로 구성하게 돼 있는데, 2011년 당시 추천위원회를 구성한 3인은 '총회 임원회'가 임명했다. 일부 교단 인사들은 총회가 임원회에 일임한 사항도 아닌데, 어떻게 임원회가 임의로 개방이사추천위원회 위원을 임명할 수 있느냐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예장합동, 건설적인 총회 가능한가

규모가 가장 큰 교단인 만큼 예장합동의 결정은 교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예장합동 총회에서는 한국교회와 사회에 도움을 주는 건실한 결의가 나온 적이 별로 없다. 총대들은 정치적으로 이리저리 얽힌 문제를 다투느라 진을 뺀다. 그러다 보니 논의할 게 너무 많이 남아 5일 동안의 긴 회의에서도 결정하지 못하는 사안들이 수두룩하다.

이번 총회는 세월호 참사 이후 처음 열리는 교단 총회다. 온 국민이 애도하는 한편,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이념적 갈등으로 비화돼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예장합동이 교단 총회를 통해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가 관건이다.

구권효 / <마르투스>·<뉴스앤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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