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1일, 광화문광장은 26일·28일째 단식 중인 방인성·김홍술 목사가 지키고 있다. 주일을 맞아 함께여는교회는 장기간 동조 단식을 이어 가고 있는 방인성 담임목사와 함께 광화문광장에서 아침 예배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안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에서도 선뜻 광장의 중앙을 내주었다.

▲ 함께하는교회 교인들이 9월 21일 광화문광장에서 주일예배를 드렸다. 26일 동안 단식하고 있는 방인성 담임목사와 함께하기 위함이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방인성 목사는 교인들이 스스로 광화문에 나와 주일예배를 드리기로 한 것이 고맙다고 했다. 그는 목사가 솔선수범해서 아픔의 현장에 나오면 교인도 따라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방 목사는 "물론 교인 모두 내가 단식하는 것에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럴수록 목사가 더 담대하게 우리 사회의 가장 고통스러운 현장에 나와야 한다. 그로 인해 많은 교인들의 생각이 변할 것이다. 생각이 변하면 사회참여가 가능하고 그것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으로 사는 것"이라고 했다.

광화문광장에서의 예배는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인 최헌국 목사(촛불교회)의 사회로 시작되었다. 설교는 단식 중인 방인성 목사를 대신해 <뉴스앤조이> 김종희 대표가 말씀을 전했다. 김 대표는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 <뉴스앤조이> 김종희 대표는 26일 째 단식 중인 방인성 목사를 대신해 설교했다. 김 대표는 우리가 자발적으로 한 알의 밀알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예수님이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 것에는 모두 쉽게 '아멘'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한 알의 밀알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에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는 계속 희생양을 요구하는 사회입니다. 불합리·부조리·부정부패가 이 땅에 계속되는 한 다른 사람이 만들어 내는 희생양은 계속 생겨날 것입니다.

내가 자발적인 희생양이 되어야 합니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지금 방인성·김홍술 목사는 26일·28일째 단식하면서 자기 몸을 희생양으로 내어 놓은 것입니다. 저들은 목사니까 예수의 제자라서 희생의 삶을 사는 것입니까? 우리는 오병이어의 기적에서 떡과 물고기를 먹은 단순한 군중에 불과하여 예수의 말씀이 우리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것입니까? 우리도 한 알의 밀알로서 이렇게 작은 밀알 여럿이 모여 더 많은 생명을 살리는 불쏘시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26일째 동조 단식을 하고 있는 함께여는교회 방인성 목사가 잠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자신은 오히려 더 쌩쌩하다며 예배가 끝나고 돌아가면 유가족을 대변하여 주변 사람들을 이해시켜야 한다고 했다. 세월호 특별법과 유가족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아니라고 얘기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예배는 함께여는교회 교인들과 일반인이 '함께'하는 예배였다. 함께여는교회 교인 장대식 씨는 "담임목사가 교회를 놔두고 이렇게 광장에 나와 있으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 하지만 교회는 정의를 구현하는 데 앞장서야 하는 곳이다. 요즘 교회들은 부당함 앞에 너무 잠잠해하고만 있다. 이런 곳에 와서 예배하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 방인성 목사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을 우려하고 있는데 염려와 다르게 자신은 쌩쌩하다고 했다. 목사의 건강을 염려하지 말고, 속한 곳으로 돌아가 세월호 유가족을 대변하는 일에 힘써 달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시흥에 살고 있는 김성현 씨는 추석 전에 세월호 유가족들을 텔레비전으로 보고 가슴이 아파 도울 수 있는 일을 궁리하다가 이 자리에 나왔다고 했다. 현재 열심히 다니고 있는 교회가 있지만 오늘 하루 광화문에서 유족들과 함께하고 싶어 방문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광화문광장에 있는 것을 하나님도 이해하실 것이라고 했다.

예배가 있는 것을 알고 온 것은 아니지만, 주일예배를 드리게 되어서 감사하다고 했다. 특히 그는 대형 교회 목회자에 대한 불만을 토해 냈다. 그는 대형 교회 목사들이 세월호 사건과 유가족의 아픔에 너무 무관심하다고 했다. 그저 교회 성장에만 신경 쓰면서 폼 잡는 대형 교회 목사들을 보면 화가 나고 답답하다고 했다.

"호주에서 20년 넘게 살다가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목사들이 교회 성장만 강조한다. 사회참여를 주장하는 목사가 별로 없다. 듣기 싫은 소리를 하면 성장이 멈추니까 그런 것 같다. 하나님은 분명 다양함을 원하시는 분일 텐데 한국교회는 하나같이 다 대형 교회가 되고 싶어한다. 목사들이 더 나서서 다양성을 추구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

예배에서 유가족 한 명이 발언했다. 단원고 2학년 7반 고 오영석 군의 아버지, 오병환 씨는 우선 유가족이 폭행 사건에 연루되어 국민들을 실망시켜 죄송하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지지가 필요하다며 계속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여러분, 우선 유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사과합니다. 유가족이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진실입니다.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는 그날까지 싸울 수 있게 힘을 주십시오. 지난 사건으로 현재 임원진이 공석이고 오늘 밤 총회를 열어 새로운 임원진을 뽑을 것입니다. 우리는 잠시 멈춰 있습니다. 유가족들이 정말 많이 지쳐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여러분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끝까지 뒤에서 우리를 밀어 주세요. 똘똘 뭉쳐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겠습니다." 

▲ 광화문광장에서 드려진 주일예배에는 함께여는교회 교인 외에 일반인도 함께했다. 시흥에서 왔다는 한 기독교인은 대형 교회가 세월호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 특별법 제정이라는 유가족의 염원이 더 빨리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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