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하면서 절망감을 맛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지난 8월 3일 금란교회를 찾았습니다. 이날 김홍도 목사는 '하늘 축복의 문을 여는 열쇠'라는 제목으로 설교했습니다. 주제는 십일조였는데, 십일조를 농사의 종자에 비유하며 배가 고파 굶어 죽더라도 먹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십일조를 내지 않아 암에 걸리고, 집이 불에 탄 사례를 들면서 십일조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지난 8월 3일 금란교회를 찾았습니다. 이날 김홍도 목사는 '하늘 축복의 문을 여는 열쇠'라는 제목으로 십일조를 주제로 설교했습니다. 십일조를 내지 않아 암에 걸리고, 집이 불에 탄 사례를 들면서 십일조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십일조를 안 하면 벌 받는다 말에 교인들은 아멘으로 답했습니다. 순간 가슴 한편에서 거부감이 치솟았습니다. 그저 "돈 내라"는 얘기로만 들렸습니다. '이것도 설교인가', '십일조는 어디에 쓰일까' 잡생각이 밀려왔습니다. 한편으로는 초대형 교회 목사가 십일조를 강조하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지난 7월 가톨릭 평신도 신학자 김근수 씨와 인터뷰한 게 떠올랐습니다. 김 선생은 교회가 헌금을 강조하는 까닭은 '현상 유지'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교회 덩치가 커질수록 더 많은 돈이 들어가게 되고, 그러다 보니 성직자들이 헌금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가톨릭도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실제 최근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현상 유지를 위해 구조 조정을 했습니다. 얼마 전 만난 이 교회 홍보실 관계자는 교회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습니다.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해, 청소 용역 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고 교역자 인사이동도 단행했습니다. 목회자 일부는 기도원으로 발령이 나기도 하고, 교회를 떠나야 했습니다. 모두 교인이 줄어들면서 생긴 일입니다.

앞서 현상 유지를 언급한 김근수 선생은 기존과 다른 십일조 운동을 제안합니다. 교회 재산을 팔아, 10분의 9를 가난한 이웃에게 돌려주고, 교회는 나머지 십분의 일만 갖자는 것입니다. 예수는 사회적 약자, 가난한 이들과 함께했다면서 부의 축적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오늘날의 교회를 김 선생은 비판했습니다. 그의 말에 공감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광주광역시에 있는 나눔과섬김교회를 취재하게 됐습니다. 100명 정도 출석하는 이 교회에는 십일조가 없습니다. 헌금의 종류는 딱 두 가지인데, 감사 헌금과 목적 헌금만 있습니다. 헌금은 무기명으로 해야 합니다. 조인선 담임목사는 교인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헌금 봉투에 이름을 쓰지 않도록 했습니다.

▲ 광주에 있는 나눔과섬김교회에는 십일조가 없습니다. 무기명으로 해야 하는 감사 헌금과 목적 헌금만 있습니다. 교인이 100명 정도인 나눔과섬김교회의 올해 예산은 8000만 원이 조금 넘습니다. 예산의 절반을 우선적으로 선교·구제비로 책정합니다. 담임목사는 자비량으로 목회를 하며, 따로 사례비를 받지 않습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나눔과섬김교회는 예산의 절반을 선교와 구제 사업을 위해 쓰고 있습니다. 올해 예산은 8000만 원이 조금 넘습니다. 예산을 편성할 때는 선교·구제비부터 책정합니다. 형편이 어려운 이웃 가정과 해외 선교를 하는 교회 등에 지원합니다. 남은 예산으로 관리비와 예배비, 교육비 등을 충당합니다. 담임목사는 자비량으로 목회를 하며, 따로 사례비를 받지 않습니다.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할까 싶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소책자로 전해 드릴 예정입니다.)

조인선 목사의 말은, 김근수 선생이 한 얘기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선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전도지를 돌리는 것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밥 한 그릇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산의 절반을 선교·구제비로 내놓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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