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작은 교회 박람회가 오는 10월 11일,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열린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목회자와 교인 등이 한자리에 모여, 고민과 대안에 대해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지난 9월 19일 제2회 작은 교회 박람회를 기획한 이들이 모여, 작년 박람회 평가를 비롯해 작은 교회 운동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모색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 4월 16일 고등학생 257명을 포함한 승객 304명을 태운 세월호가 바다에 가라앉고 난 뒤, 대한민국 사회에는 자성의 목소리가 들끓었다. 참사는 대한민국의 적폐로 발생한 인재이자, 한국 사회의 성장주의 경제 정책의 결과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국교회도 함께 자성했지만, 일부 대형 교회 목사들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관련 기사: 김삼환 목사, "세월호는 하나님이 침몰시킨 것" / 기장, "대형 교회 목회자들 망언, 망동 회개하라") 유가족들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서자, 이번에는 "경제가 어려우니 광화문 농성을 해제하고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한 이도 대형 교회 목사였다. 유가족들은 다시 한 번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국가의 무능함에 침묵하고 공감 능력을 상실한 일부 교회와 달리, 절망하는 유가족들에게 손을 내밀고 함께 울어 주는 목회자와 교인이 있다. 광화문광장에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을 이어 가는 '작은 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이다. 작은 교회에서 '작은'은 단순히 수적인 개념을 뜻하지 않는다. 사회적 약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울고 아파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작은 교회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이런 교회들이 지난해 10월 한자리에 모였다. 이 모임을 기획하고 주최한 생명평화마당(공동대표 방인성·김정숙·이정배)은 성장주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한국교회를 향해 "작은 교회가 희망"이라고 외쳤다. 참가자들은 자신들과 같은 길을 걷는 공동체가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고, 어떻게 해야 사회에 녹아들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댔다.

오는 10월 11일, 작은 교회들이 1년 만에 한자리에 모인다.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박람회를 맞아 <뉴스앤조이>는 행사를 기획한 이들을 만났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24일째(9월 19일 기준) 단식 중인 방인성 목사(함께여는교회)를 비롯해 김영철 목사(생명평화마당 실행위원장), 이정배 교수(감신대), 정경일 원장(새길기독사회문화원)이 참여했다. 지난해 박람회를 돌아보고, 세월호 참사 이후 작은 교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좌담은 9월 19일 감리회관에서 열렸다.

- 제2회 작은 교회 박람회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야기에 앞서 지난해 10월 열린 작은 교회 박람회에 대한 평가를 나눴으면 한다. 70개가 넘는 교회와 단체가 참여하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농성 중인 방인성 목사. '생명은 작고, 평화는 낮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성장·물량주의에 빠진 한국교회가 해체되고, 더 낮은 곳으로 향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방인성 목사(방인성) / 작년에 준비도 열심히 했지만,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참여한 사람이 많았다. 그만큼 많은 이가 새로운 교회에 대한 열망과 대안을 바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다양한 교회가 모인 것에서 큰 희망을 봤다. 지속적으로 생명과 평화를 지향하는 작은 교회 운동을 전개할 필요성을 느꼈다. 단식 중에 묵상을 하는데 생명과 평화를 지향하는 작은 교회 박람회의 주제가 떠올랐다. '생명은 작다', 대안 교회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어야 할 철학이다. '평화는 낮다', 힘과 권력을 추구하는 것은 예수의 방법이 아니다. 하나님을 대적하는 것이다.

이정배 교수(이정배) / 작은 교회 박람회는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대안 교회를 모으기 위해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창조적 교회가 많다. 이런 교회들을 찾아 서로 격려하고, 후학들에게 소개도 하고, 교회에 등을 돌린 교인들에게 대안으로 제시해 주고 싶어 시작한 것이다. 작년에는 처음이었던 만큼 부족한 점도 있었지만, '다양한 형태의 작은 교회가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오는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인데, 기독교 진보 그룹에 속한 생명평화마당은 '어떤 준비를 통해 이 시점을 넘어설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이 강했다.

김영철 목사(김영철) / 이야기에 앞서 작은 교회가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수적인 개념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작은'이라는 의미 안에는 권력이 없고 소외된 사람을 비롯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개혁의 의미가 담겨 있다. 박람회를 통해 교계는 물론 사회에 '작은 교회'라는 의제를 제시했다고 본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기본적으로 '성장주의'에 치우쳐 온 게 사실이다. 그런데 크게 성장한 교회들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등 문제점을 노출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교회 전체가 떠안게 됐다. 탈성장주의에 발맞춰 '작은 교회'라는 화두를 던진 게 주요했다.

정경일 원장(정경일) / 지난해 작은 교회 박람회에 참가하고 나서 큰 설렘과 희망을 느꼈다. 작은 교회의 길을 걷는 것은 외로운 일이기도 한데, 박람회를 통해 '아! 나만 이 길을 가는 게 아니었구나' 생각한 이들이 많았을 것 같다. 소속 교단은 저마다 달랐지만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오히려 작은 교회들끼리 느끼는 유대감은 교단 안에 있는 교회보다 컸다. 진정한 의미에서 에큐메니컬 정신을 경험했다고 평가한다. 박람회 이후 작은 교회 담론이 형성된 것 같다. 지금까지 민중 교회, 대안 교회, 마을 교회, 평신도 교회 등 제도권 교회와 길을 달리하는 교회 운동이 있었지만, 그걸 묶어 낼 수 있는 교회 담론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 대안 교회들을 작은 교회 담론에 다 담을 수 있었다. 이정배 교수님이 작은교회론을 주창하듯이, 작은 교회 박람회 이후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대안적 교회 공동체 담론이 만들어진 게 중요하다. 이미 현장뿐만 아니라 신학교에서도 '작은 교회' 담론이 이야기되고 탐구되고 있다.

- 작은 교회 운동을 꾸준히 이어 가려면, 조직 정비 등 구체적인 노력들이 필요할 것 같다. 박람회를 통해 교회 간 상호 연대나 교류 등이 있었는가.

김영철 / 연대 움직임이 나타났다. 운영 방안이 비슷한 교회들끼리 연결 부분이 생겨난 것이다. 예를 들어 '카페 교회'를 하고 있는 교회가 또 다른 카페 교회를 방문해 서로 어려움을 나누고, 사업과 목회 병행의 지혜를 모으기도 했다.

▲ 사회가 급변하는 것과 함께 한국교회의 지형도도 뒤바뀌고 있다. 이정배 교수는 20년 안에 개신교인의 수가 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면서 미래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그 몫은 현재 목회를 준비하는 신학생들에게 있으며, 성장이 아닌 생명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이정배 / 그간 성장 신화에 짓눌려 온 작은 교회는 어떤 면에서 위축되기도 하고, 열등감도 느꼈다. 지난해 작은 교회 박람회를 통해 열등감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여러 교회의 고백을 들었다. 교인들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게 됐다는 교회도 꽤 있었다. 사실 우리는 대안적 가치를 지닌 작은 교회들 간의 역동적인 관계 형성을 기대했지만,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다. 행사가 열린 날 참가한 70여 교회와 단체의 상황과 특징이 담긴 자료집을 제공했다. 그 자료집을 통해 각자 자기 교회에 필요한 내용을 취할 수 있고, 모르는 것은 서로 물어보면서 교감이 생겼으리라 생각한다.

방인성 / 박람회를 개최하면서 특별한 조직이나 기구를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대형 교회 위주로 흘러가는 현상을 거스르는 새로운 흐름을 보여 주길 원했다. 부족하더라도 일단 그런 흐름을 펼쳐 보이고, 작은 교회들끼리 교제를 나누고 격려하는 장을 만들려고 했다. 신학생에게 성장주의 대신 대안 교회를 제시하고, 소위 '가나안' 교인에게 '이런 교회도 있어요'라고 소개하고픈 목적이었지, 지속적 조직화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대신 서로 연대하며 도움을 주고받는 것을 시도했다. 가령 지난해 박람회에서 한 여성 목사님이 찾아와 조언을 구한 적이 있다. 서울 송파구에서 건물 없이 작은 교회를 해 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노인복지관을 통해 지역 어른들을 섬기면 교회 공동체를 꾸릴 수 있다고 자문했다. 이런 교회들이 하나둘 모여 연대하면 한국교회와 사회에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김영철 / 신학교에서도 작은 교회 운동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한일장신대에서 심포지엄을 열었는데 주제가 '작은 교회 운동'이었다. 신학자·목회자들과 같이 가서 작은 교회 운동을 소개하고 고민을 나누었다. 일반적으로 이런 자리는 소위 성공했다는 대형 교회 목사님들이 초청받기 마련인데, 시대가 변했다는 것을 느꼈다.

정경일 / 지난해에는 작은 교회 박람회를 주도한 목회자와 신학자가 해야 할 다른 일이 많았다. WCC(세계교회협의회)의 정치·신학적 논란을 시작으로 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 올해는 세월호 참사까지 겪었다. 나는 작은 교회들이 박람회 이후 조직을 정비·유지하는 데 힘을 쏟기보다, 사회적 고통의 현장으로 달려 나간 것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조직을 유지하고, 확대·강화하는 데 골몰하는 것은 대형 교회들이 하는 것 아닐까.

- 올해 작은 교회 박람회는 어떤 사업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가.

▲ '작은 교회가 희망이다.' 올해 작은 교회 박람회의 주제다. 김영철 목사는 국가의 무능함에 침묵하고, 공감 능력을 상실한 교회가 많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우는 자들과 함께하는 작은 교회도 있다면서 박람회를 통해 작은 교회가 널리 소개되고, 운동이 확산되길 바랐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김영철 / 기본적으로 작은 교회 간의 나눔과 연대가 있다. 한 교회가 너무 많은 일을 하려고 해서는 안 되고 특성화로 나가야 한다. 목회자의 달란트와 구성원의 특징 등을 잘 고려해야 한다. 이번엔 주제별로 심화했다. 여성 교회, 카페 교회, 마을 교회, 분립 교회, 협동조합 교회 등 다양하다. 새로운 교회도 소개하고, 특히 신학생과 예비 목회자를 위한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지난해엔 잘 안 됐는데, 새로운 세대들이 작은교회론을 접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얼마 전 한 간담회에서 신학생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금의 교회 풍토와 신학 교육만으로 새로운 교회 운동에 대한 고민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다. 학업에 집중해야 할 전도사는 파트타임인데도 일주일에 3~4번씩 교회에 나가야 한다. 신학과 영성의 깊이보다는 컴퓨터를 잘 다뤄야 하고 행정 처리를 잘해야 더 인정받는다. 새로운 세대들이 처한 상황이 열악하고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 작은 교회 운동을 통해 이를 극복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정경일 / 대형 교회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교회 주변 상권을 형성하고 있고, 심지어 신학교와 방송국도 가지고 있다. 그런 대형 교회 생태계는 강자 독식의 신자유주의 질서를 반영하고 있다. 반면 작은 교회는 (지난해) 존재를 드러냈지만, 아직 작은 교회가 더불어 생존할 수 있는 생태 환경을 구축하지 못했다. 모두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어려움이다. 작은 교회 박람회는 서로 돕고, 배우며 공존·공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바라기는 장기적으로 작은 교회 운동을 위한 연구도 병행하고, 워크숍과 영성 수련도 했으면 한다. 이번에는 그 단초로 '좋은 교회 학교 교사 강습회, 교회 개혁을 위한 집담회, 갈등 전환 강연, 떼제 기도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 결국 작은 교회 운동도 누군가가 계승해야 보완·발전할 수 있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세대의 역할이 중요한데, 기존 신학 교육 체계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방인성 / 신학교에서 가르치는 실천신학은 중요한 학문임에도 무척 취약하고 왜곡되어 있다. 단순히 성장주의적 목회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참된 목회 철학을 가르쳐야 한다. 작은 교회와 관련된 이론이 실천신학에 들어가면 좋을 것이다. 실천신학은 인간 이해, 사회적·신학적 기반을 가지고 해야 한다. 무엇보다 신학생들에게도 희망을 줘야 한다. 본인의 은사에 맞게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꿈을 가져야 하는데 너무 대형 교회만 가고 싶어 한다. 사회의 젊은이들이 대기업에 가려고 몸부림치는 것처럼 신학생들도 대형 교회만을 욕망한다. 비참할 따름이다. 작은 교회 박람회와 운동이 신학생들로 하여금, 진정한 생명과 살맛 나는 평화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 지난해 평신도 신분으로 작은 교회 박람회에 참여한 정경일 원장. 그는 작은 교회 운동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교계 생태계의 변화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대형 교회가 구축한 인프라에서 벗어나, 작은 교회끼리 연대와 화합을 통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정경일 / 요즘 젊은이들이 고통의 공감이 없고, 스펙만 쌓는데 열중한다고들 비판한다. 하지만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세대는 대학 생활을 거리에서 투쟁하며 보냈지만, 그래도 그때는 대학을 졸업하면 큰 어려움 없이 직업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갖기 어렵고, 그것도 다 비정규직이다. 정규직이 되는 게 꿈인 세상이 왔다. 신학생들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가난해도, 풍족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목회하며 살 수 있다는 믿음과 확신이 있어야 신자유주의적 목회의 길을 거부할 수 있다. 그러니 신학생들이 조금 배가 고파도 생명과 평화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선배 신학자, 목회자들이 대안적 모델을 보여 줘야 한다.

이정배 / 이런 이야기가 신학생들에게는 아직 현실로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아직도 대형 교회 꿈을 꾸며, 잘 살고 싶어 목회자가 되려는 신학생들도 있다. 20명이 넘으면 분가하는 교회? 여기에 놀라기는 하나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럴수록 이들과 만나 더 역사적·사회적 분석을 토대로 대화해야 한다. 작은교회론을 교과 과정에 넣어, 그 실상을 적실히 소개하고 대비토록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현재 감리회에서는 서울연회가 제일 여유 있는 집단이다. 그런데 대략 과반수가 1년 예산 3500만 원이 못 되는 미자립 교회라고 한다. 앞으로 20년 안에 교인 수가 반으로 줄어들 거라고 한다. 자연히 헌금도 줄 것이고, 교회 지형도가 엄청 달라질 것이다. 이런 상황을 신학생들은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 신학교도 이런 현실에 맞게 자신의 살을 도려내는 개혁을 준비해야 한다.

- 공동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뒤따라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앞으로 펼칠 사업들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김영철 / 새로운 것을 창출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행사를 토요일 하루 날 잡고 하니까 지방에서 오기에는 무리가 있다. 앞으로는 지방에서 박람회를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정경일 / 장기적으로는 작은 교회 박람회 이후 작은 교회들이 함께하는 신학 아카데미, 영성 수련, 청소년·청년들을 위한 생명 평화 순례와 같은 대안적 에큐메니컬 운동을 벌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 작은 교회 운동이 침체된 개신교에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좌담에 참석한 이들은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학교를 시작으로 기독 단체에서 '작은 교회'를 다루기 시작했다. 작은 교회는 단순히 수적인 개념에 한정되지 않는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먼저 찾아가 위로하고, 크기보다는 나눔을 택하는 교회가 '작은 교회'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작은 교회는 생명과 평화를 중시하고, 실제 생활에서 이를 구현하려고 애를 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304명의 생명을 앗아 간 세월호 이야기를 나눴으면 한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라고들 한다. 대형 참사 이후, 작은 교회는 무슨 일을 해야 할까.

방인성 / 아무리 생각해도 세월호 사건은 부패한 자본과 권력의 합작품이다. 바다 한가운데 257명의 학생이 수장됐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아이들을 자본과 국가권력이 죽인 것이다.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도 모르는 상황인데도, 여전히 교회는 물질과 힘만 추구하고 있다. 심각한 문제다. 교회가 오히려 하나님나라를 망치고 있다. 교인들이 성장주의, 물질주의에 물든 교회에서 탈출하지 않으면 한국교회의 미래는 없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 한국교회가 깨어나야 한다. 하나님 앞에서 철저히 낮아져야 한다. 기존의 성장만을 추구하는 교회 문화와 인식을 해체해야 한다. 사실 세월호 참사는 대형 교회에 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오히려 대형 교회 목사들은 교인들 눈치만 보며 제대로 된 설교 한 번 하지 못하고 있지 않는가.

작은 교회 박람회는 이런 상황에서, 하나님나라를 향해 가는 교회 모습이 어때야 하는지 보여 줄 수 있다. 침몰해 가는 한국 사회를 어떻게 구조할 수 있을까. 굉장히 중요한 운동이고 과제다. 단순히 대형 교회에 맞서 작은 교회 박람회를 여는 것은 아니다. 바라기는 작은 교회 운동을 통해서 대형 교회 지도자들도 변화했으면 한다.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깨트리고 해체해, 작은 교회로 나누는 운동이 일어나길 바란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공동체를 만들고,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낮아지는 것 아닌가.

김영철 / 이번 박람회의 주제는 '작은 교회가 희망이다'로 정했다. 취지문에 '생명 평화 교회가 대안이다'라고 천명했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뒤 한국교회가 새로운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현 정권이 유가족들을 내치고 대형 교회가 유가족에 대한 막말을 하는 것을 보면서 절망했다. 교회가 그래서는 안 된다. 우는 자들을 끌어안고 가야 한다.

이정배 / 작은 교회 박람회 취지문을 쓰기 위해 미가서를 봤다. 하나님은 성직자와 권력자를 혹독하게 비판하며 너희들은 이제 끝이 났다고 말씀하셨다. 더 이상 예언도 환상도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오늘날 강하게 선포해야 할 메시지이기도 하다. 오늘날 교회는 예언과 환상을 잃어버렸다. 한국교회가 보인 세태를 보면서 완전히 바닥까지 내려갔음을 인정하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정경일 / 세월호 참사 이후 드러난 한국교회의 근본 문제는 고통의 감수성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규모가 크고 가진 게 많을수록 작고 약한 자에 대한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아니 느끼고 싶어하지 않는다. 성장과 확대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부유한 교회, 대형 교회가 반생명 반평화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반면 작은 교회는 작기 때문에, 낮은 곳에 있기 때문에 이웃의 아픔을 자기 것으로 느낄 수 있다.

이정배 / 광화문광장에 한 여성이 들고 있는 플래카드에 '고통받는 사람이 있을 때, 고통받지 않는 사람이 더 크게 분노할 때 정의는 세워진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문구처럼 고통받지 않는 사람이 더 분노할 때 정의가 이뤄지는 것이지, 소수의 약자들만 고통받게 하면 안 된다. 최근 작은 교회 심포지엄에서 이원돈 목사가 말한 것처럼 한국교회는 이제 사회적 심방과 사회적 기도에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관련 기사 : 침몰하는 한국 사회, 작은 교회가 있다) 기도는 사회성과 공공성을 가져야 하며, 우리 발걸음이 현장을 향할 때 한국교회는 예언과 환상을 지닌 모습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방인성 / 결국 생명 평화가 대안이다. 그게 핵심이다. 제왕적 목회자 위주로 가는 대형 교회는 생명과 평화의 길을 가기 어렵다. 생명과 평화를 위한 교회는 평신도가 중심이 되는 작고 민주적인 교회다. 작은 교회 운동은 그걸 강조할 필요가 있다. 교인들과 함께 생명 평화 공동체를 이뤄야 한다. 

▲ 세월호 참사 이후 드러난 한국교회의 근본 문제는 고통의 감수성을 잃어버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참사가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가진 게 많은 교회일수록 작고 약한 자에 대한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9월 19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 중인 방인성 목사와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박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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