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직영 신학교인 총신대학교 운영이사회(김종준 이사장)가 여성은 목회학 석사(M.Div.) 과정에 입학할 수 없도록 결의했다. 언론사들이 비판을 쏟아 내자 김종준 이사장은 "다시 검토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번 결의는 예장합동 목회자들이 '여성 목사 안수'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한지 다시 한 번 보여 줬다.

9월 18일 총신대 운영이사회 회의에서는 다음과 같은 헌의가 통과됐다. "총회 직영 및 인준 신학대학원의 목회학 석사 과정은 노회 추천 목사 후보생만 입학하도록 허락한다." 예장합동은 남자만 목사가 될 수 있다. 여자는 목사 후보생이 될 수 없으니, 자연스럽게 예장합동 총회 직영 및 인준 신학교, 총신대·칼빈대·광신대 등의 M.Div. 과정 입학에 제한을 받는 것이다.

교계 신문들이 운영이사회 결의를 비판했다. 이 결의가 사실상 여성들의 신대원 입학을 막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총신대 신대원 M.Div. 과정에는 1179명이 재학 중인데 이 중 여성은 121명이다.

<마르투스>는 회의에 참석한 운영이사들에게 이 결의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들은 조금씩 다른 해석을 내놨다.

한 운영이사는 위에서 얘기한 대로 교단 내에서 여성은 M.Div. 과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M.Div. 과정은 목사가 되려고 수학하는 건데, 어차피 예장합동이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주지 않으니 굳이 여성들이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신학을 하고 싶다면 교육학 석사(M.A.)를 하면 된다고 했다. 그래도 교단 소속 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하는 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운영이사는 헌의안의 본뜻이 왜곡됐다고 말했다. 헌의는 남자든지 여자든지 '반드시 교단 소속 교회에서 사역자를 할 사람'만 M.Div.에 입학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신학을 공부하고 싶다거나 졸업 후 선교 단체 간사 등을 꿈꾸는 사람들은 굳이 M.Div. 과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런 사람들까지 M.Div. 과정에 지원하니 경쟁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총신대 신대원의 경쟁률은 평균 3:1 정도다. 이 운영이사는 "M.Div.에 지원하는 사람들이 정말 사역자로서 소명 의식이 있는지 노회에서 한 번 검토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안건은 이미 통과됐는데 운영이사들끼리도 해석이 분분한 건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이 헌의안이 회의석상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안건이 통과되기까지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대충 통과시키고 난 다음 보니까 여성들의 입학을 막는 결의였던 것이다.

사실 18일 열린 운영이사회에서 이 안건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 운영이사들은 재단이사 임기와 관련한 안건에서 두세 시간을 논쟁하느라 다른 안건은 금방 통과시켰다. 정치적으로 얽히고설킨 문제를 다투느라 여성 신학생의 입학을 막는 안건이 통과되는지도 몰랐다. 한 운영이사는 "그게 여성들의 M.Div. 과정 입학을 금지하는 뜻인지 몰랐다. 다른 이사들도 그랬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종준 운영이사장도 "다른 안건을 처리하느라 이 안건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다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이 단순한 실수로는 보이지 않는다. 예장합동은 예장고신·합신 등과 함께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주지 않는 대표적인 교단 중 하나다. 거의 매년 교단 총회에 여성 목사 안수를 허락해 달라는 헌의가 올라오지만, 논의 한 번 제대로 된 적 없다. (관련 기사 : [총회18] 여성 안수, 또 기각) 보수신학·개혁신학은 남자만이 목회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며 일축한다.

물론, 사회나 교회나 여성 지도력이 중요해지고 있는 시기에 이런 결정을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말하는 운영이사들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교단이나 학교의 전반적인 정서는 "여성은 목사가 될 수 없다. 따라서 M.Div. 과정을 할 필요가 없다. 여성들의 M.Div. 과정 입학을 금지하고 그만큼 남자들에게 더 기회를 주는 게 맞다"는 쪽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