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와 매연이 끊이지 않는 광화문광장, 바로 이곳에 세월호 농성장이 있다. 간혹 속도가 센 차량이 지나가기라도 하면, 천막 전체가 흔들거린다. 더군다나 목회자 동조 단식장 앞에는 분수대가 있다. 하루 11번, 50분씩 물을 뿜어댄다. 요란한 물소리도 소리지만, 입추가 지난 지금은 찬 공기를 농성장 안에 채운다. 하지만 특별법 제정을 위해 동조 단식을 시작한 김홍술 목사(58·애빈교회)와 방인성 목사(60·함께여는교회)는 소음과 매연에 이미 적응한 것 같았다.

9월 17일은 김홍술 목사가 동조 단식 24일, 방인성 목사는 22일을 보낸 날이다. 20일 이상 단식한 목사들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미소를 잃지 않았다. 오전부터 저녁이 되도록 격려 방문을 오는 기독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기독인들은 두 목사에게 단식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목사는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너무나 확고했다. 기자는 이들의 하루에 함께하며 방문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 9월 17일, 김홍술 목사(애빈교회)가 동조 단식 24일, 방인성 목사(함께여는교회)는 22일을 보냈다. 두 목사를 응원하기 위해 전 교육부 총리 한완상 박사가 방문했다. 한 박사는 사랑으로 십자가를 지는 용기를 갖고 단식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사진 아래 왼쪽부터 김홍술·방인성 목사, 한완상 박사, 강경민 목사. ⓒ뉴스앤조이 이사라

전 교육부 총리 한완상 박사가 광장을 찾았다. 한 박사는 새길교회 장로다. 한 박사는 정부가 국민과 유가족의 특별법 제정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매우 힘들 것이라 전망했다. 이 사안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닌, 장기적인 문제라고 보았다.

한 박사는 이 문제에 동참하는 것이 바로 예수의 길이라고 했다. 그는 성경에 나온 백부장 이야기를 했다. 백부장은 로마군인이었고, 사형집행인이었다. 그는 예수가 원수를 사랑하면서, 십자가에 달려 죽은 것을 보고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다"고 했다. 한 박사는 백부장의 이 발언은 당시 황제를 신으로 추앙했던 로마 사회에서, 권력을 뒤엎은 선언이라고 했다. 즉 로마 권력이 예수의 사랑의 힘에 굴복한 것이라며, 예수가 승리의 길을 간 것이라 했다.

한 박사는 그 길이 기독인들이 따를 길이라고 했다. 특별법 제정을 위한 고난의 길을 꾸준히 걸어가는 것이다. 사랑으로 십자가를 지는 용기를 갖고 단식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진정성 있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필요하다고도 했다.

▲ 촛불교회 최헌국 목사(사진 위 흰 셔츠)가 김홍술 목사와 방인성 목사를 위해 보라색 가디건을 준비해 왔다. 두 목사가 착용하는 보라색 로만 칼라 셔츠에 색상을 맞춰서 사 오려고 일부러 여러 상점에 들렀다. 김 목사와 방 목사는 기쁘게 가디건을 받아 입었다. 날씨가 쌀쌀해지기도 했지만 단식을 하면 기본적으로 체온이 떨어지기 때문에 반가운 선물이 된 것이다. 사진 위 오른쪽으로 김희석 평화누리 사무국장도 보인다. 그는 17일 하루 동안 농성에 동참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한완상 박사가 떠난 후, 매일같이 김홍술, 방인성 목사를 찾는 조화순 목사(감리교 여성지도력개발원 이사장)가 왔다. 조 목사는 유가족의 시선으로 기독인이 함께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5~16일, 철야 기도회로 모였던 목회자들의 움직임이 한 번으로 멈추지 않길 바랐다.

▲ 김홍술 목사와 방인성 목사가 성결 교단 교회를 다니는 방문객을 반갑게 맞이했다. 그는 벌써 3일째, 0.5L 물병 20개를 사 오고 있었다. 교인은 목사들의 단식 소식을 듣고, 지지하는 마음에 이 같은 일을 했다. 물은 몸의 기능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른 음식에서 수분을 얻지 못하는 단식 기간엔 일정량 이상의 물을 필수적으로 마셔야 한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김 목사와 방 목사가 유달리 기쁘게 맞이한 방문객도 있었다. 성결 교단 교회를 다닌다는 한 교인이었다. 목사 둘이 20일 넘게 단식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벌써 3일째, 0.5L 물병 20개를 사 오고 있었다. 힘을 보태고자 준비했다고 말했다.

최헌국 목사(촛불교회)는 목사들이 추울까 봐 보라색 가디건을 준비해 왔다. 그는 이곳에 상주하는 멤버이기도 하다. 최 목사는 두 목사가 착용하는 보라색 로만 칼라 셔츠에 색상을 맞춰서 사 오려고 일부러 여러 상점에 들렀다. 방인성 목사와 김홍술 목사는 함박웃음으로 가디건을 받아 입었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진 바람에 선물 받은 가디건이 반가울 법했다. 이들이 집을 오가며 단식 농성을 이어 가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방 목사의 아내는 그때그때 남편의 옷가지들을 들고 오간다. 찾아온 아내는 환갑 나이에 장기간 단식을 하는 남편에게 안타까운 시선을 보낼 뿐, 다른 말은 없었다. 이날은 방 목사의 아들도 아버지 곁을 지켰다.

일반 방문자들 외에는 의료 봉사자, 언론사 기자가 있었다. 의료 봉사자들은 김 목사와 방 목사의 건강 상태를 살폈다. 피 검사를 하고, 침을 맞고 뜸을 뜨기도 했다. 모 언론사 기자가 방인성 목사에게 인터뷰를 청했지만, 이뤄지지 못했다. 그 기자가 속한 언론사의 성격상 평소 교회 개혁 운동의 선봉에 섰던 방 목사의 이야기가 제대로 다뤄질 가능성이 적었기 때문이다.

목사들은 초반에는 10시경 잠들었지만,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취침하는 시간이 앞당겨지고 있다. 오늘은 조금 피곤하다며, 평소보다 일찍 9시경에 잠을 청하겠다고 했다.

헤어지기 전, 두 목사에게 기도 제목과 하루 소회를 물었다.

"늘 평온하다.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어 반갑고 좋았다. 의료진도 반가웠다. 한방 의료진이 왔을 때는 누워서 쉬기도 했다. 내가 부산에 두고 온 애빈교회 식구들이 7명이다. 오늘은 이웃 교회 집사님 몇 명이 와서 부침개도 부쳐 주고 김치도 담아 주고 갔다는 문자가 왔다. 그 집사님들에게 고맙다. 교회 식구들에게도 미안하고 고맙다. 자식들에게는 미안하다.

기도 제목은 하나님이 바로의 마음을 꺾으셨듯이, 박근혜 대통령이 완고함을 풀고 국민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애빈교회를 위해서도 기도한다." (김홍술 목사)

"점점 힘들다. 당이 자꾸 떨어져서, 당을 조절하는 것이 제일 급선무이다. 어젯밤에는 당 수치가 57까지 내려갔다. 위험했다. 하지만 현재 기분 같아서는, 내가 약속한 단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도 제목은 동조 단식을 끝까지 가도록, 유가족들이 안전한 나라를 세우기 위한 정신을 잘 이어 갈 수 있도록, 기독교계에 많은 교회와 교인들이 세월호 참사를 통해 유가족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기도한다." (방인성 목사)

▲ 김홍술 목사와 방인성 목사가 건강 검사를 받고 있다. 두 목사는 나이도 적지 않다. 방 목사는 10년 전 신장 기증도 한 상태다. 소금과 물, 효소만 섭취하는 40일 단식은 하고 난 후에도 몸이 회복되기까지는 그 몇 배의 시간이 걸린다. 섭생을 멈추도록 이들이 바라는 것은 단순하다. 희생자 가족들의 아픔에 함께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두 목사는 더 많은 기독인이 나서 주길 바란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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