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세월호 참사, 의료 민영화만큼은 막아야 합니다." 일부 시민 단체는 의료 민영화가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부를 것이라고 합니다. 의료 민영화가 이뤄질 경우, 의료비 폭등, 의료 서비스 약화 현상이 두드러질 거라고 합니다. 경제를 넘어서, 공공 서비스인 의료에서도 빈익빈 부익부를 경험하는 것입니다. 현재 국내 의료 기관은 비영리 기관입니다. <뉴스앤조이>는 의료 민영화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에 대한 영향과 교회의 역할이 무엇인지 취재했습니다. 기사는 ①의료 민영화란 무엇인가 ②의료 민영화가 사회에 주는 영향 ③기독인들은 의료 민영화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④기독인 의사 인터뷰 순으로 연재됩니다. - 편집자 주

'의료민영화·영리화저지와의료공공성강화를위한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상임대표 박석운)'는 8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발표한 6차 대책 보건·의료는 의료 민영화의 결정판이라면서 폐기를 촉구했다. (관련 기사 : [기획2] 의료 정책 수혜자는 국민인가 대형 병원인가)

이날 기자회견에는 보건의료단체연합 김정범 공동대표(56)도 참석했다. 의료 민영화 저지에 앞장서고 있는 김 대표는 인천 동춘교회 안수집사다. 지난 2008년부터 '의료 민영화'로 흐르는 정부 정책에 반대해 왔다. 인천 남촌가정의원에서 김 대표를 만나, 정부가 발표한 6차 대책과 의료 민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2008년부터 의료 민영화를 반대해 온 김정범 의사를 만났다. 의료 민영화(영리화)는 맘몬주의의 산물이라며, 한국교회가 반대에 앞장서서 생명과 정의를 세워 줄 것을 요청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 먼저 본인 소개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려 달라.

나는 기독인 의사다. 기독인 의사로서 인도주의를 실현하는 게 목표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존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곳 남촌동에 병원을 개업한 지 20년이 흘렀다. 남촌동은 남동공단에 의지해 살아가는 노동자와 도시 서민이 주로 거주한다. 힘들게 살아가는 서민들이 건강한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환자 진료를 잘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더라. 인도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함을 느꼈다.

- 일부 시민단체는 8월 12일 정부가 발표한 6차 대책이 사실상 '의료 민영화·영리화'라고 주장한다.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재 여러 사회 분야에서 민영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철도나 발전소 같은 공공재를 특정 재벌이나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 팔아 치우고 있다. 의료 역시 민영화의 길로 접어들어 서는 중이다. 정부가 의료라는 무형의 서비스를 상품화해, 제공하는 측이 이익을 볼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6차 대책은 의료 민영화의 결정판이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병원은 비영리 의료 법인이다. 병원은 수익이 나면, 다시 병원에 재투자해야 한다. 주식회사처럼 수익을 투자자에게 직접 배당하는 것을 못 하게 법으로 막고 있다. 이는 병원이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의료법을 바꾸려면 국회가 논의하고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정부가 입법부를 거치지 않고, 의료 민영화를 진행하려 한다. 소수 재벌을 위해 보건·의료 정책을 바꾸고 있는데, 이는 편법이다.

▲ 8월 13일, '의료민영화·영리화저지와의료공공성강화를 위한범국본'은 정부의 의료 민영화 정책은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왼쪽에서 두 번째, 김정범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 정부의 주장은 정반대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6차 대책의 혜택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6차 대책은 의료 민영화 내지 의료 영리화의 결정판"이라는 시민단체의 주장을 '괴담'으로 본다.

이 정부는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니다. 6차 대책은 소수 재벌의 투자 이익을 위한 민영화 조치다. 가령 병원은 환자 진료를 우선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6차 대책의 핵심은 영리 자회사 설립 등 돈벌이를 위해 진료를 왜곡시키는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 병원이 돈벌이를 할 수 있는 길을 터 준 것이다. 대병 병원에 유리한 부대 사업 범위도 대폭 허용했다. 이를 통해 재벌은 막대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 일반인들은 정부가 발표한 6차 대책이 피부에 잘 와 닿지 않는다. 대책이 실행되면, 서민들은 어떤 부담을 떠안게 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진료비가 폭등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보건·의료의 속성은 의료 서비스를 공급하는 공급자(의사)와 소비자(환자) 사이에 (정보의) 경사가 있다. 그래서 환자는 의사가 하라는 대로 따르게 마련이다. 6차 대책이 시행되면 공급자가 유혹에 빠질 수 있다. 환자의 질병을 핑계 삼아 최대한 지출을 하도록 꾀할 수 있다. 환자들은 이를 인지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의사가 고가의 물리치료나 아로마 치료, 건강 음료 등을 권할 때 환자는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의사가 권하는 치료 방식이나 건강 음료 등이 모두 병원 자회사 상품인 것이다.

건강권 침해도 심각한 문제다. 누구든지 의료 혜택이 필요하면 차별 없이 진료받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 헌법이다. 이것이 바로 의료의 공적 속성이다. 의료는 돈이 있으면 사고, 없으면 살 수 없는 상품이 아니다. 누구나 아프고 고통받을 때,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의료 접근권을 갖는다. 그런데 6차 대책이 실행되면, 평등하게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구매력에 따라 차등될 위험도 크다. 의료 서비스가 상품화되기 때문이다.

숙박의 경우 구매력에 따라 별 다섯 개 최고 호텔을 가거나 여인숙에 갈 수 있다. 경제력에 따라서 차등되는 것이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이것은 크게 불편하지 않다. 그러나 보건·의료는 완전히 다르다. 부자가 받는 맹장염 수술과 가난한 자가 받는 맹장염 치료에 차이가 있어서 되겠는가. 보건·의료 자체는 평등성을 내포하고 있다. 거기에 합당한 제도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6차 대책은 빈익빈 부익부를 양산할 것이다.

▲ 김정범 공동대표가 원장으로 있는 남촌가족의원에는 의료 민영화 설명지와 반대 서명지가 놓여 있다. 진료를 보러 오는 환자 중에 서명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 경제적인 의미에 있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의료 영역에서 나타난다고 할 때 이를 환영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다. 의료 민영화의 물꼬를 잡아 쥔 6차 대책인데, 기독교인은 어떻게 바라보고 행동해야 할까.

예수의 제자라면, 당연히 의료 민영화를 반대해야 한다. 의료 민영화는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사람의 생명보다 물질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정책이다. 즉 맘몬주의(물질 숭배)가 생명보다 중요한 우상이 될 것이다. 이 시대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기독교인이라면 사회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사회에서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의료 민영화가 정부의 뜻대로 실행될 때, 일부 대기업은 돈을 잘 벌지 모르겠다. 하지만 대다수 서민은 힘이 들고, 건강 수준도 약화될 것이다. 성경은 분명하다. 약자를 돌보라고 말한다.

최근 아모스의 성경 구절이 갑자기 떠올랐다. "오직 정의를 물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같이 흐르게 할지어다(5:24)." 아모스 선지자가 살던 시대는 정치·경제적 번영기였다. 하지만 동시에 종교와 도덕에서 부패가 심한 시기였다. 아모스는 불의를 행하는 정부와 사회 지도층을 향해 비판과 경고의 메시지를 선포했다. 동시대 기득권 선지자였던 아먀사와 상당히 대조적이었다. 국가권력이 잘못하면, 기독교인은 저항해야 한다. '틀렸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불의를 보면 참지 않고 비판을 통해 문제점이 개선되도록 해야 한다. 그 자체가 신앙적인 삶이 아니겠는가. 한국교회가 불의로 흐르는 사회 현실을 직시하고, 적극적으로 비판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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