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에 불과하고,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사랑" 장으로 유명한 고린도전서 13장에 나오는 말씀이다. 그런데 사랑만 있으면 모든 것이 좋은 것일까? 아쉽게도 사랑이 모든 것을 망치는 주범일 때가 많다. 따지고 보면 아이들을 망치는 것은 엄마들이고, 바로 엄마들의 사랑이 아이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때가 많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가운데,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보면 하다하다 안 되어서 텔레비전에 도움을 요청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육아 전문가가 투입되면 금세 아이들의 행동이 달라진다. 달라진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엄마는 눈물을 흘린다. 그 동안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했던 말과 행동들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던 것을 생각하며 흘리는 통한의 눈물이다. 그 프로그램은 '우리 엄마가 달라졌어요'라고 명명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 

우리는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답답함이 생기는 것이고, 그 답답함 가운데서 아이에게 이런저런 행동을 하고 말을 한다. 그 아이가 잘되는 것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나오는 그 행동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사랑과 열정은 모든 나의 잘못을 정당화하는 면죄부인 것이다. 모든 일에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은 잘 알면서, 반대로 사랑에 지혜가 따르지 않으면 독약보다 더 무섭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나는 정말 후회할 것이 많다. 우리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아이가 되게 만들까 하는 열정으로 했던 나의 모든 행동들이 사실은 우리 아이들을 다 망쳐 놓았다는 생각이 나를 짓누르기 때문이다. 지금 다시 아이들을 양육하라고 한다면, 예전에 했던 그 실수를 다시 하지 않고 싶다. 그러나 이미 지나 버린 세월을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나의 아이들에게서 보이는 모든 단점들은 열정과 사랑만 있었지 지혜가 부족했던 나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들이다.

그래서 고린도전서 13장 '사랑' 장에서는 사랑을 말할 때, 단순히 사랑하는 마음으로 충분한 것으로 말하지 않는다. 그 사랑은 오래 참아야 한다. 생각나는 대로 다 말하는 것이 아니라, 듣기는 빨리 하면서 말하기는 더디 해야 한다(약 1:19). 그 사랑은 교만하지 않아야 한다.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며 대해야 한다(빌 2:3). 그 사랑은 무례하지 않아야 한다. 무례하게 전달되는 사랑은 결코 사랑이 아니며, 남을 죽이고 나도 죽이는 독이 든 사과에 불과할 뿐이다. 그 사랑은 조급하게 닦달하는 것이 아니라, 참고 기다리며 인내하는 것이다. 내가 사랑이 있고 열정이 있다는 사실이 내가 옳다는 것을 결코 증명하지 않음을 기억하자. 지혜롭지 못하고 한 수 앞을 바라보지 못한 채 생각나는 대로 답답해서 말하거나 행하는 사랑은 우리 아이들을 망치는 주범이다. 아니 우리의 모든 관계를 망치고 발전을 저해하는 주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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