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이·취임 감사 예배가 9월 16일 열렸다. 장소는 여의도 63빌딩. 화환은 정중하게 사양하며 그 대신 '사랑의 쌀 모금'으로 대체하겠다고 적은 초대장이 무색하게, 로비에는 교단 대표, 교계 언론사, 여야 정치인 등이 보낸 화환 수십 개가 진열돼 있었다. 주인공 18·19대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경서교회 원로)와 20대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는 나란히 홀 입구에 서서 손님들에게 악수를 건넸다.
입구 안쪽에는 큰 얼음 조각상이 세워져 있고 한복을 차려 입은 여교인들이 양 옆으로 도열했다. 10개 좌석이 있는 55개의 원탁에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맨 앞 중앙에는 긴 직사각형 테이블에 주요 인사 20여 명이 빙 둘러앉았다. 이광선·이만신·지덕·엄신형 목사 등 한기총 대표회장을 지냈던 노목사들과 새누리당 김무성·이재오·이혜훈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정병헌 의원의 얼굴이 보였다.
그 중앙에는 조용기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가 앉았다. 조 목사는 대표회장 이·취임을 기념하는 케이크 커팅식에서도 센터를 차지했다. 왼쪽에는 홍재철 목사, 오른쪽에는 이영훈 목사가 자리했다. 고령의 조 목사는 자리에 앉아 있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표정 없는 얼굴로 테이블 밑을 응시하고 있었다. 자리를 이동할 때마다 이영훈 목사가 한쪽 팔을 붙들어 주었다. 하지만 이날 설교를 전할 때는 전혀 막힘이 없었다.
예배에서는 한기총 대표회장직을 사임한 홍재철 목사의 희생적인 결단이 칭송됐다. 목사들과 정계 인사들이 추어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홍 목사 스스로도 자신의 결정을 자랑스러워했다.
"저는 한국교회의 변화와 개혁을 완수하고자 임기 중 사임이라는 초강수의 결단을 내렸습니다.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내려놓는 사임에 대해 많은 선후배들로부터 빗발치는 항의와 아쉬움의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저는 제 스스로 이번 결단은 거룩한 희생의 결단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홍재철 목사는 이임사를 마친 후 한기총 원로 대표, 회원 교단 대표, 총무협의회 대표에게 세 번이나 공로패를 받았다.
이영훈 목사는 대표회장 취임사에서 "교회와 사회에 대한 '절대 섬김'의 자세로 기독교계의 머슴같이 낮아진 모습으로 헌신하는 선한 일꾼"이 되겠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을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바른 길로 이끌 수 있는 영적 지도력을 회복해, 정부와 사회를 향한 예언자적 사명은 물론 모든 사람을 향한 제사장적 사명도 감당하겠다고 다짐했다.
정계 인사들의 축사가 이어졌다.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 의원, 이혜훈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의원, 전병헌 의원이 축사를 전했다. 역시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이혜훈 의원의 축사가 돋보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영적 리더십의 교체, 그리고 한기총의 온전히 하나 됨을 이루게 해 주신 우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과 존귀와 찬송을 올려드립니다. 우리 홍재철 목사님, 온전히 자신을 내어 드림으로써 한기총의 연합을 이루게 해 주신, 그 물꼬를 트게 해 주신 귀한 헌신, 우리 하나님께서 낱낱이 기억해 주실 줄 믿습니다."
영상 축사도 상영됐다. 한기총 전 대표회장들과 국민일보 이사장 박종화 목사, 연세대 정갑영 총장, 장신대 김명용 총장, 아세아연합신학대 김영욱 총장, 한신대 채수일 총장, 복음신학대학원대 전용란 총장, 숭실대 한헌수 총장, 나사렛대 신민규 총장, 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 김근상 주교, 박원순 서울시장이 영상으로 한기총 대표회장 이·취임을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