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15일 <국민일보 : 미션라이프>에 실린 최성규 목사의 글이다. 최 목사는 세월호 침몰로 나라까지 침몰할 위기에 처했다고 했다. 특별법은 정부에 맡기고, 희생자 가족들은 이제 그만 팽목항과 진도 체육관, 광화문에서 나오는 결단을 하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세월호 참사 5개월째,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환갑 나이에 20여 일 동안 단식을 이어 가는 목사가 있는가 하면, 신문에 광고를 내 이제 그만 세월호를 잊자는 목사가 있다.

9월 15일 <국민일보 : 미션라이프>에 인천여의도순복음교회 최성규 목사의 '효앤하모니 시리즈' 30번째 글이 광고로 실렸다. "이제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나라를 위해 결단해 주어야 합니다"라는 제목이다. 최 목사가 바라는 결단은 가족들이 진도 체육관에서, 팽목항에서, 광화문에서 이제 그만 나오는 것이다. 특별법은 국회에, 진상 조사는 정부에, 책임자 처벌은 사법부에 맡기고 말이다.

최 목사는 세월호 침몰로 정치가 멈추고,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특별법 협상에 가로막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만 7000여 개라고 했다. 안산의 일부 상인들은 장사가 안 돼, 지난 9월 초 시내에 걸려 있는 추모 현수막 24개를 철거했다며, 한국 경제가 이번 참사로 내수 부진의 어려움에 처했다고 말했다.

그는 28번째 효앤하모니 시리즈에서도 같은 요지의 말을 했다. 7월 30일 마찬가지로 '미션라이프'에 실린 당시 글의 제목은 "돌을 던지면 맞겠습니다"였다. 돌 맞을 각오로, 최 목사가 얘기한 건 진상 조사를 정부에 맡기라는 것이었다. 희생자를 기억하는 해상 기념탑을 세우고, 국민 성금을 모아 돕겠으니 가족들은 서명받는 것을 그만두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참사 100일이 지난 시점이니, 수색 작업을 멈추라는 말도 했다. 산 자는 사는 게 먼저 간 이에 대한 예의라고 말했다.

최 목사가 희생자 가족들에게 결단을 바란다는 광고를 낸 이날, 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가족대책위)는 국회 정상화를 바란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 목사의 글을 본 듯이, 가족대책위는 죽은 가족의 억울함을 단 하나도 풀지 못했는데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 조용히 기다리라는 말을 따라야 하겠느냐"고 물었다.

최근 '전원 구조'라는 최초 보도가 정부에서 비롯한 오보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책임 징계를 받은 자는 없었다. 가족대책위는 세월호 재판은 공소장 안에서만 진행되고, 대통령이 약속한 적폐 척결은 말뿐인 이런 현실에서, 피로감을 조장하는 건 누구냐고 했다.

하루가 천 날 같다는 희생자 가족들은,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묻어 버리면 안전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앞날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 다른 누가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나서서 진실과 안전을 위한 희망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기자회견에서 가족대책위는 국회가 정쟁을 멈추고 특별법을 제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대통령에게는 참사 진실을 밝히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 가족들의 고통을 돌아봐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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