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VF가 앞으로 활동 방향을 전면 수정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IVF(InterVarsity Christian Fellowship)는 전 세계 대학교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복음주의 기독교 학생 선교 단체로, 대학 내에서 동아리로 존재한다. 미국 <릴리전뉴스서비스>는 9월 8일, 캘리포니아주립대학(CSU)이 IVF를 더 이상 공식적인 동아리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가장 큰 공립 대학인 CSU는 캘리포니아 전역 23개의 캠퍼스에 44만 700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며, 19개의 IVF가 등록되어 있다.

IVF(InterVarsity Christian Fellowship)는 미국 616개의 대학에서 949개의 소그룹을 운영 중이다. 약 75년의 역사 동안 미국 대학교 사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IVF가 앞으로 사역의 방향을 전면 수정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주립 대학인 캘리포니아주립대학(CSU)은 2014-2015학년에 IVF의 공식 동아리 승인을 거부했다. CSU는 IVF가 비기독교인과 동성애자에게는 리더의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다며 차별 금지 정책에 위배된다고 했다. IVF는 리더가 되려면 기독교 믿음을 가져야 하고 단체의 ‘기본 신조’에 동의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IVF 홈페이지 갈무리)

IVF의 재승인이 거부된 가장 큰 이유는 동아리의 리더십 정책 때문이다. IVF는 비기독교인이든 기독교인이든 누구에게나 회원 자격을 부여한다. 하지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단체의 '기본 신조'를 인정해야 한다. 이 '기본 신조'는 기독교 믿음을 바탕으로 성경의 무오성을 믿는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성경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는 많은 기독교인들은 성경이 동성애를 금지한다고 논쟁 중인데 이는 주립 대학인 CSU의 차별 금지 정책과 상충한다.

CSU는 주립 대학으로서, 주에서 요구하는 차별 관련 정책들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했다. 마이크 얼렌캠프(Mike Uhlencamp) 행정국장은 "대학 내의 학생 조직이 승인을 받으려면 차별 금지 정책을 반드시 수용해야 한다. 우리는 IVF에 이 사실을 계속 알렸지만 그들은 수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립 대학이 이렇게 차별 금지 정책을 적극 수용하게 된 것은 미국 헌법재판소가 2010년에 내린 결정 때문이다. 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미국에서 공립 교육 시설은 종교를 이유로 학생을 차별할 수 없다. 학교는 이를 어기는 학교 내 종교 단체의 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CSU뿐만 아니라 밴더빌트대학교·롤린스칼리지·터프스대학교 등 40여 개 대학에서 IVF는 공식 동아리로 인정받지 못했다.

타 종교 동아리들은 대학교에서 공식적인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기존 차별 정책을 수정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였다. 유대교, 가톨릭, 주류 기독교 교단, 무슬림 등이 여기에 속한다. 힐렐(Hillel)이라는 가장 큰 유대인 학생 조직은 지역 지부에 한해 비유대인에게도 리더십의 일부를 허락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

CSU의 이번 조치로 인해 IVF는 더 이상 교내 동아리 모집 행사 등에 참여할 수 없고 학교의 시설도 무료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기사가 보도된 다음 날인 9일, 미국 IVF는 공식 홈페이지에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앞으로 IVF는 CSU의 모든 캠퍼스에서 기존 대학 구조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선교를 할 것이라고 했다. 19개의 동아리를 유지하기 위해 학생들과 더 쉽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CSU의 승인 거부 조치로 IVF는 학교의 건물을 무료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학기 초에 진행되는 동아리 박람회에도 참여할 수 없게 되었다. 보도가 나간 다음 날인 9월 9일, IVF는 공식 홈페이지에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서 IVF는 앞으로 CSU의 모든 캠퍼스에서 새로운 형태의 사역을 시도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IVF 홈페이지 갈무리)

IVF의 승인 취소 사태를 지역 교회에게 주어진 새로운 기회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올해 보든칼리지(Bowdoin College)도 IVF의 승인을 취소했다. 이 학교 출신이면서 남침례심학교에서 기독교 신학과 교회 역사를 가르치는 오언 스트래천(Owen Strachan)은 CSU의 이러한 결정이 앞으로 대학교 사역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스트래천은 새학기가 되면 캠퍼스 인근의 많은 지역 교회들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역 계획을 세운다고 했다. 하지만 IVF가 학교 내 강당과 강의실 등을 선점하고 학생들을 모집해 가는 바람에 그동안 설 자리를 잃었다고 했다. 그는 이번 기회로 교회들은 더욱 캠퍼스 사역을 강화하고, 학생들은 지역과 소통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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