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간 분쟁을 겪은 봉천교회가 최근 위임목사 청빙 결의 무효 소송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봉천교회 2대 담임 정준 목사 위임식이 열린 교회 입구 모습. 이날 정 목사의 위임식은 박영선 원로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당시 박봉수 관악노회장이 위임식을 연기하자, 정 목사를 청빙한 장로들은 총회 재판국에 박 노회장을 고소하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당회원을 무더기로 징계해 3년간 내홍을 겪은 서울 봉천교회가 이번에는 위임목사 청빙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일부 장로들이 정준 목사의 청빙 절차가 잘못됐다면서 총회 재판국에 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재판국이 장로들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부임한 지 2년도 안 된 정준 목사와 지지 교인 측은 판결에 반발하며 특별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다.

봉천교회는 지난 2012년 12월, 명성교회(김삼환 목사) 부목사로 있는 정준 목사를 2대 위임목사로 청빙했다. 당시 교회는 박영선 원로목사를 지지하는 교인과 반대하는 교인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었다. (관련 기사 : 분쟁 4년차 봉천교회, 올해도 소송전 예고) 원로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지난 2010년 은퇴한 박 목사를 대신할 후임 목사를 뽑기 위해 청빙 작업에 들어갔다. 장로 3인으로 구성된 청빙위원회는 서울대 출신에 명성교회 부목사로 있는 정준 목사를 낙점했다. 청빙에 앞서 세 차례 면접을 진행하고, 설교도 들었다.

청빙위원회는 2012년 12월 17일, 정준 목사를 청빙하기로 결의했다. 나흘 뒤 열린 당회에서도 안건은 통과했다. 이후 12월 30일 공동의회를 열어 위임 투표를 진행했다. 정 목사는 총 224표 중 205표를 얻어 자격을 갖췄다. 관악노회는 2013년 4월 23일 위임 청빙을 허락했다. 이어 8월 위임식을 열 계획이었지만, 원로목사 반대 측 교인들의 반발에 가로막혀 무산됐다. (관련 기사 : 용역 동원으로 무산된 봉천교회 목사 위임식) 봉천교회는 11월 3일 위임식을 다시 열어, 정 목사를 2대 위임목사로 맞았다.

"정 목사, 이력서만 내고 청빙" VS "장로들 주장 거짓"

지난해 10월, 원로목사 측과 마찰을 빚어 온 반대 측 교인들이 대법원에서 패소 판결을 받아, 조건 없이 교회를 떠나면서 봉천교회는 안정을 되찾는 듯했다. 하지만 청빙을 주도했던 장로들이 정 목사를 반대하고 나서면서 교회는 다시 갈등을 겪고 있다.

대척점에 서 있는 장로들은 정 목사가 목회자로서 자질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9월 7일 봉천교회에서 만난 한 장로는 "김삼환 목사의 영향 때문인지 몰라도 정 목사가 제왕적 통치를 한다"고 말했다. 모든 행사에 장로들을 배제하고, 권사들과 진행하면서 사실상 당회장 1인 체제를 구축했다고 했다. 또 다른 장로는 정 목사가 교회를 기업에 비유하며 당회장은 회장, 장로는 이사급이라고 수차례 발언했다고 했다. 막내아들뻘 되는 38살 목사가 장로들의 말을 무시한 것이 '씻을 수 없는 상처'였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청빙 절차라고 했다. 청빙을 공고한 날짜가 2012년 12월 15일부터 17일까지인데, 정 목사가 서류를 낸 날짜는 12월 14일이라고 했다. 청빙 기간 내에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천 무효라는 것이다. 제출해야 할 서류도 7가지인데, 1가지만 냈다고 했다. 당시 청빙위원장이었던 이병철 장로는 "정 목사가 잘했다면 덮어 두고 갔을 문제"라며, 결국 모든 책임은 정 목사에게 있다고 했다. 청빙 절차에 문제가 있다면 청빙위원장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장로는 "청빙위원회 서기와 정 목사가 주도한 것"이며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정준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장로들의 주장이 전부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정 목사를 교회에서 쫓아낼 요량으로 서로 입을 맞춘 것이라고 했다. 한 권사는 성찬식이 끝난 뒤 정 목사가 남은 포도주를 마신 것 가지고 문제 삼을 정도로, 장로들은 꼬투리 잡기에 혈안이라고 했다. 한 장로는 반대 측 장로들의 말은 억측과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전도유망한 젊은 목사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고 했다.

청빙 절차도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했다. 당시 청빙위원회 서기였던 이 아무개 장로에 따르면, 청빙 공고 날짜는 12월 15일이 아닌 12월 12일이다. 12월 10일 교단 신문 <기독공보>에 공고를 냈고, 총 24통의 이력서를 받았다. 12월 17일, 청빙위원장 이병철 장로와 청빙위원 백남주 장로와 함께 이력서 등을 검토했다. 정 목사가 낸 서류를 본 적도 없다고 말한 이병철 장로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청빙위원회 회의록과 청빙실행위원회 전체회의 회의록을 근거로 제시했다. 12월 19일 열린 실행위원회 회의록에는, 이병철 장로가 후임 목사 이력서를 받은 사실과 정준 목사 청빙이 심사 결과라는 것이 나와 있다.

총회 재판국, "청빙 절차 문제 있어"

▲ 양측의 대립이 첨예한 가운데, 정준 목사 측은 총회에 특별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양측의 대립이 첨예한 가운데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김동엽 총회장) 총회 재판국은 장로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장로들은 지난 5월, 관악노회 최동환 노회장을 상대로 청빙 무효 확인 및 결의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총회 재판국은 청빙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봤다. 청빙위원회가 요구한 제출 방식대로 정 목사가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했다. 7가지 서류 중 이력서만 냈는데, 입학원서를 제출하지 않고 학교에 합격한 격이라고 했다.

청탁 배경도 있었다고 했다. 정 목사의 장인인 김 아무개 목사가 총회 재판국원의 지위를 이용해, 봉천교회가 정 목사를 청빙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반대 측 장로들은 2대 담임목사로 다른 목사가 내정된 상태였는데, 김 목사가 사위를 천거하면서 결과가 뒤바뀐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국은 장로들의 주장을 전부 인정하고, 9월 5일 정 목사에게 팩스로 판결문을 보냈다.

반대 측 장로들은 9월 7일 교인들에게 '성도님들에게 알려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문서를 돌렸다. 문서에는 정준 목사의 위임목사 청빙 결의가 무효 판결을 받았다는 내용과 함께 지교회는 총회의 치리에 복종해야 한다고 나와 있었다. 과거는 땅에 묻고 총회 판결에 순응해 더 나은 미래와 옛 영광을 회복하기 위해 전진하자고 제안했다.

정준 목사, "용역까지 써 가며 위임식 하려 한 장로들이 내쳐"

지난해 11월 위임목사에 오른 정준 목사는 약 10개월 만에 무임목사 신세가 됐다. 정 목사는 총회 재판국에 청빙 서류와 답변서를 제출했지만, 재판국이 이를 제대로 읽지도 않고 판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목사는 총회 재판국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9월 12일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앞서 9월 4일 기자를 만난 정 목사는 용역까지 써 가며 자신을 위임목사에 앉히려 했던 장로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반대 측 교인들에 의해 위임이 무산되자, 장로들은 당시 노회장 박봉수 목사(상도중앙교회)를 총회에 고소하기도 했다. 예정된 위임식을 진행하지 못한 책임을 물으려는 의도였다.

장로들과 사이가 틀어진 계기는 재정 문제였다. 교회 예산을 임의로 쓰는 한 장로에게 "그런 식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고 말한 뒤로부터, 일부 장로들이 등을 돌렸다고 정 목사는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병철 장로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재정 장부가 유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2012년 6월부터 2013년 2월까지 작성된 '예비 자금 운영에 관한 내역'에는, 총회 재판국원을 비롯한 교단 내부 목사들, 인터넷 언론 기자 등에게 수차례에 걸쳐 수백만 원의 돈을 준 것으로 나와 있다.

장부 유출과 관련해 이병철 장로는 파일이 도용, 변조됐다며 법적 대응 의사를 밝혔다. 재정은 장로들이 갹출한 것이며, 교회 돈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준 목사를 지지하는 한 장로는 이 장로의 말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박영선 원로목사에게 지급할 은퇴금 8억 중, 2억 원을 끌어와 로비 자금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당회에서 은퇴금 지급 결의를 한 사실이 없다는 부분이다. 은퇴금 지급 문제는 소송으로 이어졌고, 현재 고등법원에 계류 중이다.

정준 목사 측은 장로들의 로비 탓에 재판에서 진 것으로 보고 있다. 총회에 특별 재심을 청구할 예정인 정 목사 측은 제99회 총회가 열리는 소망교회를 찾아 총대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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