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처음교회 윤대영 전 담임목사. 8월 29일로 예정된 재판은, 윤 목사 측의 요청에 따라 9월 19일로 연기됐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부천 처음교회 담임목사와 당회장을 역임한 윤대영 목사가 교회 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8개월간 수사를 벌인 끝에 지난 7월 31일 윤 목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윤 목사는 2009년 12월부터 2013년 9월까지, 총 272회에 걸쳐 교회 통장에서 29억 7169만 원을 가로챘다.

검찰은 예산 집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봤다. 공소장에 따르면, 윤 목사는 인출 내역을 기재하지 않은 채 교회 통장에서 돈을 빼냈다. 액수는 10만 원부터 많게는 3000만 원에 이른다. 검찰은 교회 헌금은 교인 총유에 해당한다면서 헌법과 교회 정관이 정한 절차를 밟아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윤대영 목사는 검찰의 공소 제기를 인정하지 않았다. 윤 목사는 MBC와 인터뷰에서 "아무런 하자가 없다. 재판을 해 봐야 알 일"이라고 답했다. 횡령과 관련된 첫 재판은 8월 29일 예정이었지만, 윤대영 목사 측의 요청에 따라 9월 19일로 연기됐다.

윤대영 목사의 재정 비리 의혹은 2013년 초부터 제기돼 왔다. 교인들로 구성된 처음교회재정투명실천모임(재투모)은 재정 장부 열람을 요구하면서 윤 목사와 갈등을 빚었다. 쫓겨나다시피 교회를 나온 90여 명의 교인은 따로 모여 예배를 하며, 윤 목사의 재정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관련 기사 : 교회 살리려고 땅 투기?)

일반 매체들도 윤대영 목사의 재정 의혹에 관심을 보였다. MBC PD수첩은 지난해 8월 27일 '목사님, 돈을 어디에 쓰셨습니까' 편을 통해, 윤 목사 명의로 된 아파트와 땅, 고급 실버타운 분양, 자녀 유학비 문제 등을 다뤘다. 특히 부동산 형성 배경을 집중 보도하며 재산에 관한 의문을 제기했다.

▲ 지난해 11월 12일 교인들로 구성된 처음교회재정투명실천모임(재투모)이 기자회견을 열어 윤대영 목사의 재정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모습. 이들은 인천지검 부천지청에 윤 목사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재투모는 의혹 제기와 함께 법적 절차도 밟았다. 지난해 7월 검찰에 진정서를 낸 데 이어, 넉 달 뒤에는 윤 목사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윤 목사가 23년간 재직하면서 70억 원 대의 재산을 형성했다고 주장했다. 목사 사례비로 수십 억대의 재산을 모을 수 없다면서 교회 돈이 윤 목사에게 흘러들어 갔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윤 목사는 지난해 4월 <뉴스앤조이>와 인터뷰에서 "(교회에서) 사례비를 받은 적도 없다"면서 재정 유용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윤 목사는 단지 교회에서 돌려받을, 빌려 준 돈이 있다고 했다.

교회로부터 돌려받을 돈이 있다는 윤 목사의 주장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윤 목사는 1994년부터 2012년까지 교회에 117억 원을 입금했다. 반면 교회가 윤 목사에게 지급한 돈은 77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 검찰은 계좌 거래 내역을 봤을 때 교회가 윤 목사에게 상당한 채무를 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때 5000명이 다닐 정도로 컸던 처음교회는 담임목사의 재정 의혹이 불거지면서 교인 수가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달랑뉴스>에 따르면 현재 500여 명의 교인이 출석하고 있다. 교회는 부채 문제에도 시달리고 있다. 채권 은행에 부채 이자를 내지 못해 경매에 넘어갔고, 매각을 앞두고 있다. 부채 규모는 150억 원에 이른다. (관련 기사 : '교회 살리기' 처음교회, 이자도 못 내 경매) 윤 목사는 재정 의혹 제기가 들끓던 지난해 9월 사임했다. 

▲ MBC PD수첩은 지난해 8월 27일 '목사님, 돈을 어디에 쓰셨습니까' 편을 통해 윤 목사 개인 명의로 된 부동산을 집중 보도하며 재산 형성 배경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MBC PD수첩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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