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은 교회의 위협 요소 아닌 성숙의 동력입니다."

갈등 해결의 실마리는 문제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있다. 8월 18일 기독연구원느헤미야에서 교회 분쟁의 해결 방안을 고민하는 기독인 20여 명이 모였다. 교회개혁실천연대(공동대표 박종운·방인성·백종국·윤경아)가 주관한 이번 모임에서 박지호 센터장(하나누리 한국갈등전환센터)은 '교회와 갈등 전환'이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박지호 센터장은 갈등을 바라보는 새 패러다임, '갈등 전환'을 소개했다. 이 패러다임은 갈등이 가진 긍정적 에너지에 주목한다. 갈등을 제거의 대상이 아닌, 건설적 변화를 이끌어 낼 선물이자 기회로 보는 시각이다. 그러면 갈등은 공동체 분열의 요인이 아닌, 공동체를 건강하게 하는 창조적 요인이 될 수 있다.

▲ 8월 18일, 박지호 센터장(하나누리 갈등전환센터)이 '교회와 갈등 전환'이란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박 센터장은 갈등 전환을 통해, 교회는 평화 공동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갈등은 인간관계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박 센터장은 말했다. 그래서 성숙한 대화와 토론이 중요하다. 교회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현상 자체를 제거하거나 외면하면 안 된다. 먼저, 원인과 배경을 고찰하고 토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산적 에너지로 바뀔 수 있다.

이 때, '누가 잘못했나', '무엇을 잘못했나', '어떻게 처벌할까'와 같은 질문은 지양해야 한다. 공동체 회복을 위해, '누가 어떠한 영향(피해)을 받았는가', '회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를 묻는 것이 중요하다.

강의에 참석한 이들의 반응을 들어 봤다. 한 참석자는 교회에서 갈등을 경험하고 있었다. 그는 강의에서 배운 대로 가해자를 징계하는 질문법이 아닌, 공동체 회복을 위한 질문법을 적용해 보겠다고 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문제를 긍정적으로 보는 새로운 관점을 배웠다며 앞으로 더 공부하고 싶은 부분이라고 했다.

▲ 교회 안에 서로 다른 입장은 공동체 분열의 요인이 아닌, 공동체를 건강하게 하는 창조적 요인이 될 수 있다. '교회와 갈등 전환' 강의에 참석한 이들이 갈등을 긍정적으로 보는 새로운 관점을 배우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다른 의견은 자연스런 현상…대화와 토론으로 평화 공동체 건설

박 센터장의 강의처럼 갈등이 교회 성숙의 동력이 될 수 있을까.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동교동 갈등전환센터에서 박지호 센터장을 만났다.

박지호 센터장이 '갈등 전환'에 집중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았다. 지난 7년간 <미주뉴스앤조이> 교계 기자로 활동해 온 그는 교회 안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숱하게 봐 왔다.

"이런 마귀 새끼들", "야, 이 XXX들아, 이게 교회야?" 목사·장로·집사가 같은 하나님을 부르며 서로 싸웠다. 경찰도 말리지 못하는 싸움은 중재자로 나선 변호사의 말 한마디로 끝이 났다. "평화를 지키십시오. 몸싸움과 언쟁을 피하십시오." 이를 지켜본 박 센터장은 마음이 아팠다. 세상에 평화를 선포해야 할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평화를 지키라는 권면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박 센터장은 "왜 교회가 싸움터가 된 것일까", "기왕 싸우는 거 좀 유익하게 싸울 수 없을까" 고민했다. 미국 이스턴메노나이트대학에서 갈등전환학을 공부하고, 평화주의 신앙 공동체인 메노나이트 교회에 다녔다. 메노나이트 교인들은, 안건을 논의할 때 상대방이 자신의 의견을 반대하거나 문제를 제기해도 과격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을 기뻐했고, 대화와 토론으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했다. 그들은 갈등을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사랑 안에서 찬성하고 반대하라(Agreeing and disagreeing in love)"는 메노나이트의 핵심 가치를 구현했다.

한국교회의 의사 결정 과정은 조금 다르다. 대체로 수직적으로 이뤄진다. 보통 한국교회의 의사 결정은 담임목사를 비롯한 일부 당회원이 결정권을 갖고, 형식적인 의결을 거쳐 추진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당회와 교인 사이에 긴장 관계가 형성된다. 발생한 긴장을 너무 손쉽게 해결하려 한다. 교회에 다툼이 일어났을 때, 목회자를 바꾸면, 마치 모든 일이 해결될 것처럼 여기는 것이다.

박 센터장은 한국교회가 갈등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기고 대화로 풀어 나가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미국 선한청지기교회(송병주 목사)를 예로 들면서 '사역원 제도'를 소개했다. 사역원 제도는 사역별로 장로 1명과 안수집사 5~6명이 사안에 대해 미리 논의한 후 결정된 안건만 당회에 올리는 방식이다. 사역팀별로 장로와 안수집사 모임이 '작은 당회' 혹은 '제직회'가 된다. 일부 목사나 당회원만이 아닌 교인이 평등하게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장로들은 해당 사역팀의 안수집사와 논의 없이 당회에 안건을 상정할 수 없다. 이 제도로 당회와 안수집사 그룹 간의 긴장 관계가 자연히 해소된다.

필요한 제도를 마련하는 것과 함께 교회가 전문가에게 교육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목회자와 교인 모두 평화와 갈등 교육을 받는 것이다. 외부 조정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내부에서 갈등 해결과 조정 능력을 갖추는 것이 좋다. 미리 조정위원을 선발하여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 <갈등 전환- 갈등을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 / 존 폴 레더락 지음 / 박지호 옮김 / KAP 펴냄 / 96면 / 7000원

박 센터장은 현재 학교와 교회에서 갈등 전환을 소개하며 평화 수업을 가르친다. 앞으로도 교육 활동을 지속할 것이다. "평화는 갈등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갈등을 통해 정의가 실현되는 것을 말한다." 마틴 루터 킹의 말처럼, 그는 교회가 갈등 전환을 통해 교회가 평화 공동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박 센터장은 <갈등 전환>(한국아나뱁티스트출판사·KAP)을 번역했다. 이 책에는 갈등 전환 이론과 적용 방법이 담겨 있다. 갈등을 파괴와 폭력이 아니라, 평화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소개한다. 저자는 20년 넘게 국제분쟁조정 전문가로 활동한 존 폴 레더락이다. 

박 센터장은 9월에 '갈등 전환 실천 과정 워크숍' 1기를 진행할 예정이다. 15명을 선착순 모집한다. 강의는 9월 19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30분에 시작하며, 4주간 진행된다. 내용은 갈등 전환의 개념과 적용(개인·공동체), 실습 및 워크숍으로 구성된다. 참가비는 학생은 5만 원, 직장인은 7만 원이다. 참가 문의는 갈등전환센터 홈페이지(www.hananuri.org)와 전화(02-743-4113)로 가능하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