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우매한 질문을 하고자 한다. 당신이 다니는 교회의 목사는 진짜일까, 가짜일까? 물론, 100% 진짜도 없고 가짜도 없지만, 조금 말을 바꿔서 '하나님 말씀만 전하는 목사일까 아닐까?'라고 바꾼다면 이해가 쉽지 않을까 싶다.

"하나님의 말씀만 전하겠습니까?"

한국교회에서 이 말의 의미는 정치, 사회적인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말과 동일시된다. 설교를 전하는 강단에서, 특별히 정치적인 이야기들은 금기시된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교인들의 정치적인 성향들이 제각기 다르므로) 어떤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면 사단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목사 스스로 그런 가능성을 차단해 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한 점은 소위 사회적인 약자를 대변하고자 하는 정치적인 이슈와 부자들과 기득권자를 대변하고자 하는 정치적인 이슈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이다. 약자들을 위한 발언은 정치적인 발언이라고 비난받지만, 부자들이나 권력자들을 두둔하는 발언은 그대로 용인된다.

일부 대형 교회에서 숨김없이 그대로 권력 집단을 옹호하고, 약자들의 아픔을 왜곡해도 '아멘'으로 화답하는 현상들이 일상화된 이유는 교회가 부자들의 교회이기 때문이다. 교회의 권력 역시도 이 사회의 권력과 다르지 않은 이들이 쥐고 있기에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하나님 말씀만 전하겠다'는 말의 함정에 한국교회가 빠져 있는 것이다. 결국, 교인들의 삶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들과 성공 신화(축복)와 내세에 파묻혀, 지금 여기서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결단하고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다.

'하나님 말씀'만 전하는 목사, 진짜 목사일까요

'하나님의 말씀'만 전한다면 진짜 목사가 맞다. 그러나 위에서 제기한 문제들에 있어 현실로부터 도피한 피안의 이야기만 한다면 가짜 목사다. 좀 더 쉽게 예를 들어 보자. 4월 16일 이후, 목사가 강단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어떤 견해를 밝히는지를 들어 보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러 부류가 있을 수 있지만, 명백하게 가짜 목사라고 단정할 수 있는 부류는 두 부류라고 본다.

첫째는, 노골적으로 세월호 유족들을 폄훼하는 이들이다. 맨 처음 사고가 터졌을 때에는 그들을 위로하는 것처럼 기도하고 설교했지만, 나중에는 그런 모든 일조차 '하나님의 뜻'이며 섭리이므로 이젠 유족들도 받아들이고 더는 사회문제로 확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 이들. 마치 유족들이 지나친 요구를 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이들이다.

둘째는, 워낙 사회적인 파장이 큰 사건이라 언급하긴 했지만, 이 사건에 대해 아예 관심이 없는 이들이다. 자신은 오로지 '하나님의 말씀'만 전한다며, 일절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노코멘트하는 부류들이다. 침묵함으로써 불의한 세력에 동조하는 이들 역시 가짜에 가깝다.

만일 이 글을 읽는 분 중, 기독교인이며 주일예배에 꼬박꼬박 참석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고통받는 유족들의 처지를 대변해 주는 설교나, 세월호 참사를 불러온 근본 원인에 관한 이야기들을 설교 시간에 들어 본 적이 없었다면, 당신은 의심하라. 당신이 출석하고 있는 교회의 목사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목사로서 이런 고민을 했습니다, 허탈해서…

▲ 지난 8월 15일 세월호 특별법 촉구 10만 범국민대회 때, 믿을 곳은 국민밖에 없다며 지속적인 관심을 호소하고 큰절로 인사하는 김영오 씨. 그는 단식 40일째 되던 22일 병원에 실려 갔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4월 16일 이후, 8월 24일로 24번째 주일을 맞이했다. 그러니까 최소한 목사라면 24번의 설교를 했다는 이야기다. 그 24번 중에 세월호 참사에 관해 교인들이 신앙적으로 어떤 입장을 견지해야 할 것인지 설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면 과연 제대로 된 목회를 하는 것일까. 아니, 언급은 했더라도 오히려 가진 자들과 권력자를 두둔하며 세월호 유족들을 비하하는 식의 설교를 했다면 그는 진짜 목사일까.

이런 사회적인 큰 아픔 속에서 진실을 규명하려는 유족들의 외침에도 침묵하고 있는 것이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는 일일까.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40일 동안 생사를 넘나드는 단식을 하며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단 한마디 언급하거나 기도도 하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만 전한다고 한다면, 그게 하나님의 말씀일까.

물론 모든 설교를 세월호 참사에 초점을 맞춰서 하라는 건 아니다. 여러 정황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설교의 큰 물줄기는 사회적인 약자들을 향해 흘러야 한다는 말이다. 꼭 광화문 광장에 나오거나 거리로 나와야만 세월호 유족들의 아픔에 동참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반드시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설교해야만 진짜 목사라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교인은 알 수 있다. 우리 목사님이 세월호 참사를 어떤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는지를.

나도 목사이기에 매 주일 설교를 했지만,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만 설교하지는 않았다. 대신 강단에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노란 현수막을 걸어 두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기도해야 하며, 끊임없이 관심을 두고, 진실 규명이 되어 다시는 이런 일이 이 땅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사명이 있다는 것을 종교인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다.

나는 진짜고 누구는 가짜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최소한의 양심, 그것을 지키자는 것이다.

목사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보다 당신은 진짜 교인입니까

진실이 외면당하는 세상, 그 세상에서 교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목사는 설교를 통해서 교인들에게 어떻게 살아가라고 해야 하는가. 그것에 대해 정확하게 설교하는 목사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목사가 아닌가. 그래야 진짜 목사가 아닌가.

나는 이번 주에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에 열광하는 종교인들, 그러나 고난받는 이웃들에게 냉담한 종교인들에 대한 설교를 준비했다. 준비하는 내내 고통스러웠던 것은 유민 아빠 김영오 씨의 단식 때문이었다. 이 문제 하나를 풀지 못해서, 40일 동안이나 곡기를 끊고 있는데 종교계에서는 누구 하나 나서 이걸 해결할 힘도 없단 말인가 싶어 허탈했다. 그 반성이다.

가짜 목사들이(나는 개신교 목사이므로 개신교에 관해서만 이야기하겠다) 가짜 교인들을 양산한 결과를 보는 중이구나! 이런 상황에서 일요일이면 교회마다 예배가 드려질 것이고, 찬양이 울려 퍼질 것이고, 기도가 올려질 것이다. 그런 예배를 하나님께서 기쁘게 받아 주실까. 심지어, 그들에 대한 위로는커녕 비아냥거리는 설교를, 거기에 "아멘!"으로 화답하는 교인들을 과연 '성도'라고 볼 수 있는 것일까.

이런 문제들을 교인들이 제기하면 언제든지 그 교회에서 쫓겨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가짜 교회에는 구원이 없을진대 무슨 미련이 있는가. 그냥 버리는 것이 그 교회를 살리는 일이다. 지금껏 한국교회는 (어느 것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으나) 가짜 목사가 가짜 교인을 만들고, 가짜 교인은 가짜 목사들 만들어 놓고 서로서로 속이고 있다.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는 격이다.

나는 목사다. 그럼에도 "당신은 가짜요!" 외치는 당찬 진짜 교인들이 보고 싶다.

김민수 /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들풀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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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언급된 이번 주 설교문은 '김민수 목사의 들풀교회' 까페 '말씀 나눔'에서 볼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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