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여성 비하. 표절한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기 위한 사재기. 쫓겨난 전 사역자들을 향한 막말. 미국 교계의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던 마크 드리스콜(Mark Driscoll) 목사가 지난 6개월 동안 겪은 일이다. (관련 기사: "성경은 남자에게, 여자는 목회 관두고 회개하라") 시간이 지나도 그를 둘러싼 잡음은 잦아들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는 모습이다. 이에 드리스콜 목사가 최소 6주 동안 강단을 떠나 있을 것이라고 미국 <릴리전뉴스서비스>가 보도했다.

8월 24일 일요일, 여름휴가에서 돌아온 드리스콜 목사는 사전 녹화된 비디오 메시지에서 "지금 혹은 이전에 마스힐교회(Mars Hill Church)에 몸 담았던 교인들에게 매우 미안하다. 쉽게 화를 내고 남을 이해하는 것이 부족하며,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려고 하지 않았던 과거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드리스콜 목사는 1996년 시애틀에서 마스힐교회를 개척해 현재 1만 4000여 명이 모이는 대형 교회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공격적인 언행과 계속되는 여성 비하, 표절과 교회 돈으로 책 사재기를 한 의혹을 받고 있다. (마스힐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하나님은 갈등·분열·다툼·논쟁·비방 등 성령의 열매와 반대되는 것으로 찬양받으실 분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과 평화롭게 지내지 못한 지난 시간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

드리스콜 목사는 이 메시지에서 앞으로 6주 동안 설교를 멈추고 외부 행사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반기에 예정되어 있던 책 출판도 무기한 미룰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떠나 있는 시간 동안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인격의 발전을 위해 기독교 카운슬러 그룹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휴가에서 돌아온 드리스콜 목사가 이렇게 서둘러 입장을 발표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지난 22일, 마스힐교회를 떠난 21명의 사역자들은 드리스콜 목사의 지난 행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교회에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21명의 사역자들은 드리스콜 목사가 자기 제어 능력이 부족하고 다른 사람들을 쉽게 모욕한다고 했다. 또 그의 목회 방법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드리스콜 목사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에게는 말로 모욕감을 준다고도 했다.

공식적으로 교회에 접수된 사안인 만큼 마스힐교회는 즉각 성명서를 발표했다. "우리는 이런 주장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또한 교회의 이사회와 장로회가 이 혐의를 심리하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계속되는 잡음에 드리스콜 목사의 입지는 내부에서는 물론이고 외부에서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10월 마스힐교회가 개최할 예정이었던 '부활 콘퍼런스(Resurgence Conference)'는 취소되었다. 10월 말 댈러스에서 열릴 한 콘퍼런스의 폐회 강사로 나설 예정이었지만, 이마저도 무산되었다.

동료 목사들도 그를 향한 비판을 이어 가고 있다. 뉴욕 리디머장로교회의 담임이며 <살아있는 신>, <정의란 무엇인가> 등으로 잘 알려진 팀 켈러(Tim Keller) 목사는 8월 22일 <뉴욕타임스>에 이렇게 밝혔다.

"드리스콜 목사는 인터넷 시대에 정말 중요한 사람이었다. 그는 복음주의 운동을 성장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그가 보여 준 경솔함, 교만함, 무례함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환멸을 느꼈다. 그는 자신을 사랑해 줬던 사람들로부터 빠르게 버림받았다."

드리스콜 목사는 8월 24일 일요일, 사전 녹화된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6주간 설교를 중단할 것임을 알렸다. 그는 교인들에게 미안하다며, 인격 성숙을 위해 필요한 카운셀링을 받겠다고도 했다. 사진은 녹화 후, 가족들과 포옹하는 장면. (마스힐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 <허핑턴포스트>는 21일 기사에서 드리스콜 목사와 마스힐교회를 둘러싼 또 하나의 의문을 제기했다. 마스힐교회는 작년 말, '지저스 페스티벌(Jesus Festival)'이라는 행사를 위해 모금을 진행했다. 하지만 올해 드리스콜 목사의 책 사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 이벤트는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졌다.

<허핑턴포스트>는 드리스콜 목사에 대한 의혹을 계속 제기해 온 그로브시티컬리지(Grove City College) 심리학 교수인 워렌 쓰록모튼(Warren Throckmorton)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한 교인으로부터 여름에 열릴 예정이었던 '지저스 페스티벌'이 취소되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의문을 품었다고 했다.

의혹의 시작은 이렇다. 지난 2013년 말, 마스힐교회는 대규모 헌금 모금을 진행했다. 모금 목표는 200만 달러(약 20억 원)로 2014년 8월, 시애틀에서 열릴 '지저스 페스티벌'의 준비를 위해서였다. 2014년 1월 13일, 마스힐교회는 헌금 모금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며 "2013년 12월 31일부로 299만 1852달러(약 30억 원)가 걷혔다. 이 돈은 더 많은 교회를 개척하고 8월에 열릴 '지저스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교인들은 페스티벌을 위해 헌금했지만, 지난주 열려야 했을 페스티벌은 개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쓰록모튼 교수는 "페스티벌은 몇 달 전에 취소되었다. 그렇다면 교인들에게 전후 사정을 확실히 알려 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들은 결국 개최되지 않을 페스티벌을 위해 돈을 낸 것이다. 2월 말에만 해도 드리스콜 목사는 페스티벌이 무료 행사라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고 말했다.

<허핑턴포스트>는 이 의혹과 관련해 마스힐교회에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저스틴 딘(Justin Dean) 교회 홍보 담당관은 연말에 모금을 진행할 때, 이듬해에 할 여러 중요한 사역들을 함께 소개한다고 했다. 지난해, '지저스 페스티벌'을 주로 홍보하기는 했지만 꼭 그것만을 위해 모금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딘 목사는 작년 말에 걷힌 돈은 목회 전반적인 사역과 전도, 교회 개척에 두루 쓰일 것이라고 대답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