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서 한 사람이 죽어 가는데, 이 생명에 무관심한 태도는 기독인의 모습이 아닙니다."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 농성장을 찾은 손은실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가 말했다. 손 교수는 8월 21일, 39일째 단식 중인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 씨를 위로하러 왔다고 했다. 한국교회가 국민을 대신해 대통령의 묵묵부답을 비판하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힘쓸 것을 강조했다.

▲ 8월 21일, 기독인들이 광화문 광장을 찾아 세월호 특별법을 촉구했다. 아래는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임원들이 하루 동조 단식을 마치고 기도하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사라

이날 광화문 광장은 '유민 아빠', 김영오 씨와 동조 단식을 하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 찼다. 한국교회여성연합·민주쟁취기독교행동 등 단체와 개인으로 참가한 기독교인들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안산에서 사역하는 전도사들도 동조 단식에 참여했다. 박경선 전도사(안산교회)는 교회에서 매일 하루 3번 기도회(새벽·정오·저녁)로 모일 때, 교인들과 세월호 유가족과 단원고 학생을 위해 기도한다고 했다. 박 전도사는 김 씨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단식으로라도 동참한다며, 이제는 행동하는 신앙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경선 전도사와 같은 교회 권선경 전도사도 나왔다. 권 전도사는 세월호 참사 이전엔 사회에 큰 관심이 없었다. 권 전도사는 이번 일을 겪으며, 현실과 괴리된 개인 중심 신앙생활을 돌아보았다고 했다. 권 전도사는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를 고민하며, 매일의 삶에서 신앙을 실제로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신앙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 8월 19일 새누리 당사 앞, 민주쟁취기독교행동은 세월호 특별법 촉구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독인들은 세월호 특별법 홍보 영상 차량을 운행하고, 거리 서명에 나섰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8월 20일에는 기독교 단체도 동참했다. 오후 12시, 민주쟁취기독교행동(공동대표 정태효·조헌정)은 서울 여의도 새누리 당사 앞에서 '유가족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기독인' 기자회견을 가졌다. 정태효 목사는 요구 사항이 적힌 기자회견문을 새누리당 민원국 직원에게 전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독인들은 세월호 특별법 홍보 영상 차량을 운행하고, 거리 서명에 나섰다. 집행위원장 정대인 전도사는 김영오 씨를 살려야 한다며, 야당이 유가족의 요구를 속히 수용할 것을 당부했다. 조헌정 목사는 기독인이 세월호 참사를 남 일이 아닌 자신의 일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실 규명이 되어야 행복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쟁취기독교행동은 앞서 8월 19일, 여야 원내대표의 2차 특별법 합의를 규탄하며, 유가족과 재협상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김영주 총무(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도 8월 21일, 22일 연이어 광화문 단식장을 찾아 김영오 씨와 유가족을 위로했다. 김영오 씨가 병원으로 응급 후송된 22일 오후, 교회협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서신을 보내 김 씨를 만날 것과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에 성실하게 임해 줄 것을 요청했다.

▲ 8월 15일 세월호 특별법 촉구 10만 범국민대회 때, 김영오 씨는 믿을 곳은 국민밖에 없다고 했다. 김 씨는 지속적인 관심을 호소하고 큰절로 인사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 8월 21일, 단식 농성장에서 김영오 씨가 건강 악화로 누워 있다. 다음 날 오전 그는, 더 이상의 단식은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는 주치의 판단에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아래는 교회협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 서신 전문. 

"김영오 씨와 만나 세월호 유가족의 목소리를 들어주십시오"

수신 : 박근혜 대통령

제 목 : 김영오 면담 요청의 건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이 대한민국의 국정 운영을 위해 애쓰시는 박근혜 대통령과 늘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올해 창립 90주년을 맞는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 기구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성서의 말씀을 따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 가족들의 아픔에 함께 아파하며, 그들이 원하는 세월호 참사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지지하며 함께 기도해 왔습니다.

현재 세월호 참사 가족들은 곡기를 끊고 목숨을 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그리 절박하여 생명까지 걸고 힘겨운 싸움을 이어 가겠습니까? 생명보다 더 귀한 것은 없습니다. 한 생명이 천하보다 더 귀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생명을 살리는 일은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로 304명이라는 소중한 가족과 이웃들을 잃었습니다. 왜 그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와 함께 희생되어야 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먼저 떠나보낸 가족들의 아픔과 한(恨)은 누가 달래 주어야 합니까?

수학여행을 다녀오겠다고 집을 떠났던 사랑하는 딸을 주검으로 만나야 했던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가 40일 동안 곡기를 끊고 사랑하는 딸이 왜, 어떻게 죽었는지 진실을 규명해 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이런 참사로 아픔을 당하지 않도록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해 달라고 절규하고 있습니다. 현재 유민이 아빠의 건강은 매우 위험한 상태입니다. 오늘 오전 더 이상의 단식은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는 주치의의 판단에 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하지만 유민이 아빠는 대통령께서 만나 주지 않으면 다시 힘겨운 사투를 시작할지 모릅니다.

박근혜 대통령께 간절히 호소합니다. 유민이 아빠의 면담 요청에 응해 주십시오.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유민이 아빠의 절규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왜 그가 목숨을 걸고 곡기를 끊어야만 했는지 들어주십시오. 유민이 아빠의 목숨을 건 사투를 멈추게 해 주십시오.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대통령께서 꼭 면담에 응해 주십시오.

우리는 지난 5월 19일 대통령께서 발표하셨던 대국민 담화를 기억합니다. 세월호 참사의 모든 책임은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고 밝히시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여·야와 민간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포함한 세월호 특별법을 약속하셨습니다. 이제 그 약속을 지켜 주십시오. 더 이상 국회에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직접 나서서 해결하여 주십시오. 대통령께서 세월호 참사 가족들의 눈물을 직접 닦아 주십시오. 그것이 대통령으로서 이 나라의 국민을 지키는 일이며, 비정상적인 국가를 정상적인 국가로 만들어 가는 길입니다.

다시 한 번 대통령께서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의 면담 요청에 응하시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그것이 곡기를 끊고 사투를 벌이고 있는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길입니다. 만일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다면 국민들의 큰 저항에 부딪힐 것임을 엄중히 경고합니다. 이제라도 진정성 있는 자세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명명백백한 진상 규명과 가족들이 요구하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직접 나서 해결하여 주십시오. 그것만이 세월호와 함께 침몰해 가는 대한민국을 구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길이 될 것입니다.

본회도 한국교회와 함께 세월호 참사의 숨겨진 진실이 밝혀지고, 가족들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이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하시기를 기도합니다.

2014년 8월 22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 장 박 종 덕
총 무 김 영 주
세월호참사대책위원회
위 원 장 이 승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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