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목회자들로 넘쳐 나는 시대라고 한다. 한 해에 목회자가 한국에서만 약 6000명가량이 쏟아져 나온다고 하니 과히 목회자 과잉 공급의 시대가 아닐 수 없다. 홍수가 나면 정작 마실 물이 귀하다는 말처럼, 목회자가 넘쳐 나는 시대에 정말 마음에 맞는 목회자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우리 교회에 내가 부임한 지 아직 만 2년이 채 안 되었건만 벌써 네 번째 교역자를 구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갑작스럽게 사임한 목사님을 대신하여 사역을 함께할 목사님을 찾는 일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사람의 중심을 보시지만, 사람이기에 중심을 꿰뚫어 볼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목사님이라 하더라도 함께 같은 동역자들과 호흡을 맞추며 일을 할 수 없다면 큰 문제일 것이고, 아무리 설교를 잘하는 목사님이라도 삶이 엉망이라면 큰 문제일 것이며, 인간적으로 좋아 보이는 분이라 할지라도 신학적으로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큰 문제일 수밖에 없기에, 한 분의 새로운 동역자를 모시기 위해서 여간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고 하나님 앞에 간절하게 좋은 목사님을 보내 달라고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후보 목사님들이 제출한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 그리고 설교 영상들을 살펴보면서 과연 어떤 목사님과 함께하면 좋을지 고민이 많이 된다. 이런 저런 기준으로 몇 사람을 추려 놓고, 과연 그분들을 직접 경험해 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싶어서 조심스럽게 전화를 했다. 안타깝게도 그분들과 함께 일했던 분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게 아닌가. 가능성이 있다 싶어서 마지막으로 함께 일했던 분들에게 문의를 하면 별로 좋지 않은 반응만을 얻게 되니, 그야말로 같이 일할 목사님을 찾는 일이 정말 어렵게만 느껴진다. 넘쳐 나는 목회자 중에서 정말 믿고 같이 일할 목사님을 찾는 일이 그렇게도 어렵단 말인가?

오늘 새벽에 하나님께 새로 모실 목사님을 놓고 기도하는 가운데, 나는 기도의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가장 좋은 목사님을 보내어 달라는 기도 제목에 추가하여, 하나님께서 보실 때에 가장 적합한 분을 보내어 주시라고 기도하기로 했다. 그뿐만 아니라 어떤 목사님을 우리가 맞이하게 되든지 내가 그분의 영적인 성장에 도움이 되고 그분이 신실하게 사역을 할 수 있도록 내가 그분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자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의 방향을 바꾸었다.

기껏 좋은 목사님을 선발한 후에 내가 그분이 신실하게 사역을 하고 영적인 성장을 하는 것을 가로막아 버린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아무리 좋은 목사님이라 할지라도 옆에서 자꾸만 비난하고 책망하고 열정을 식게 만들어 버리면 무슨 소용인가? 조금 부족한 목사님이라 할지라도 옆에서 격려해 주고 도와주고 협력해 주어서 발전할 수 있게 한다면,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우리와 함께 사역하는 가운데 우리 교회에 크나큰 유익을 주게 될 것이고, 나아가 그 목사님이 우리 한국교회와 세계 선교에 크나 큰 영향력을 끼치게 될 것이 아니겠는가? 세계 선교는 단순히 얼마의 돈을 선교지에 보내는 것으로 다 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가까이 함께 사역하는 한 목사님을 도와서 성장하게 하는 데서 시작될 수 있다. 그 목사님을 통해서 수많은 헌신자들이 배출되게 될 것이고, 또한 그들을 통해서 세계 선교는 차곡차곡 그 열매를 얻게 될 것이다.

우리는 아쉽게도 붓 타령을 한다. 멋진 글씨를 쓸 수 없는 것은 붓이 나쁘기 때문이라는 그런 타령 말이다. 하지만 붓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아무리 좋은 악기가 있다 한들 그것을 연주할 사람이 없다면 그림의 떡에 불과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스마트폰이 있다 한들 탑재된 첨단 기능을 전혀 쓸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냥 플립폰과 다를 게 없다. 사용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더 나은 붓이 더 좋은 글씨를 쓰게 할 수 있지만, 사용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무용지물일 뿐이다.

아무리 좋은 목회자를 모셔 온다 할지라도 부족한 것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함께 협력하고 돕고 사랑하고 격려하면서 함께 성장해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옆에서 비난만 하고 책임만 추궁하면서 열정을 식게 만들고 있다면 모두에게 재앙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나의 기도는 좋은 목회자를 보내 달라는 기도를 하면서, 그 기도보다도 더 간절하게 어떤 목사님을 동역자로 보내 주시든지 간에 그 목사님을 도와서 발전하게 하고 함께 기쁨으로 사역할 수 있도록 나를 준비시켜 달라는 기도를 한다. 주여, 좀 더 인내하는 마음을 제게 주시고, 좀 더 보살피고 도와주는 마음을 제게 주옵소서. 이것이 나의 기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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