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 재난 사고 등이 일어나면 하나님이 하신 것이라고 말하는 목사들이 있다. 2005년 인도네시아에 쓰나미가 닥쳤을 때, 김홍도 목사는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세월호가 하나님이 침몰시키신 것이라고 외치는 목사도 있었다. 현재 서부 아프리카를 강타한 에볼라 바이러스를 가리켜 '하나님의 저주'라고 하는 목사도 나타났다.

서부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기니, 시에라리온에서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다. 백신은 개발 중이고, 치료약도 없어 사람들은 전통 주술사에 의존하거나 기도 집회에 가기도 한다. 라이베리아의 한 목사는 에볼라 바이러스를 '하나님의 저주'라고 했다. (구글 지도 갈무리)

에볼라는 지난해 12월 기니에서 시작되었지만 올해 3월까지는 발견되지 않았다. 잠복기를 거쳐 라이베리아, 기니, 시에라리온에서 빠른 속도로 퍼져 1000명 가까이 사망자를 냈다. 백신이나 치료약이 없어서 환자들은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빠르게 목숨을 잃고 있다. 이 상황을 보며 라이베리아의 크리스천 리더들이 바이러스를 하나님이 내린 전염병이라고 불렀다고 미국 <릴리전뉴스서비스>(RNS)가 보도했다.

8월 초, 라이베리아의 수도에서 다양한 교파 출신의 목회자 및 교단 관계자들 약 100여 명이 모임을 가졌다. 그들은 이 자리에서 에볼라 위기에 따른 교회의 역할에 대해 의논하고 결의안을 채택했다. 우선 하나님은 라이베리아에 화가 났으며 에볼라는 그에 따른 전염병이라는 점에 모두 동의했다.

그들은 라이베리아교회협의회(LCC) 이름의 결의안에서 "라이베리아 국민들은 기도하며 하나님의 용서를 구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소리 없이 침투한 부정부패와 동성애 같은 비도덕적 행동을 반성해야 한다. 크리스천으로서 우리는 회개하며 하나님의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또 LCC는 전국에서 3일간 금식 기도를 제안하며, 이 전염병에 대처하기 위한 초교파적 위원회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모임에 참석했던 라이베리아 생명수오순절교회(Living Water Pentcostal Church)의 밥브로(Bobbroh) 목사는, 에볼라 바이러스는 사람들이 회개하길 바라며 내리는 '하나님의 저주'라고 말했다. 유니세프(UNICEF)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을 막는 예방책으로 최대한 자주 손을 씻고 염소(CI)가 포함된 물을 마시라고 권고했다. 그는 이런 예방책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오직 하나님의 은혜만이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모든 교회 지도자가 이런 의견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고 <RNS>는 보도했다. 라이베리아 루터교에서 은퇴한 해리스(Harris) 주교는 "많은 사람들이 에볼라가 하나님의 저주라고 오해하고 있다. 성경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이 화가 나서 우리에게 벌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이 병을 처음 인지했을 때, 전염성이 있는 강력한 바이러스인 것을 몰랐다고 전했다. 그래서 일부는 약초 치료를 했고, 크리스천은 환자들을 기도 집회 등으로 데려갔다고 한다. 해리스 주교는 "시간이 지나고, 이것이 전염병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크게 번져 나간 후였다. 우리는 지금 이 바이러스에 완전히 뒤덮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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