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가 왔어요. 여의도인지 광화문광장인지 온다고 프란치스코가 난리를 치는데 … 50만, 100만 모였다는데 알고 보니 17만 명이 모였더구먼. … 교황이 가는 길에 그 화려한 빨간 양탄자를 깔고, 그 사람이 예수야 예수! 왜 하나님이 영광을 받아야 할 자리에 그가 서서 영광을 받습니까! 과연 예수님이 오시면 그렇게 대접을 받겠어요? 정말이야, 망조에요. 우리는 모두 뒷전에 서고 주님만이 영광을 받아야 합니다. 주님만 영광을 받으셔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일정이 한창인 8월 17일, 한기총 전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경서교회 원로)의 주일 설교 일부다. 개신교의 일부 단체가 시복 미사 맞불 집회를 열고, '적그리스도 로마 교황 반대'라는 구호와 글을 퍼 나르는 이때, 개신교의 개교회는 어떻게 반응할까. 몇몇 교회의 설교를 들어 보았다. '가톨릭과 교황'을 언급한 것은 모두 모아 정리했다.

"가난하고 소외된 자 돕는 것은 예수 없는 인본주의"

▲ 개신교 일부 단체가 시복 미사 맞불 집회를 열고, '적그리스도 로마 교황 반대'라고 외칠 때, 개신교의 개교회는 어떻게 반응할까.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일정이 한창인 8월 17일 몇몇 교회의 주일 설교 강단을 체크했다. 사진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카퍼레이드 도중 차에서 내려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 씨와 만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교황방한준비위원회)

기본적으로 가톨릭을 기독교가 아니라고 보는 시각이 존재했다. 홍재철 목사와 석기현·전광훈·조용기 목사는 가톨릭에 구원이 없다고 보았다. 가난하고 소외된 자를 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를 인본주의적이며 예수나 복음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하거나 언급하지 않았다. 가톨릭이 개신교를 잡아먹는 적그리스도 세력이요, 영적 원수라고 말하는 목사도 있었다. 이들이 말한 기독교의 본질은 예수 믿고 영혼 구원받는 것이었다.

교황이 하나님의 영광을 빼앗았다며 흥분했던 홍재철 목사는 가톨릭을 이교라고 말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때 만인보편구원론을 내세우고 그리스도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구원받을 수 있다고 한 것을 근거 삼았다. 아들 홍성익 목사(경서교회 담임)도 교회 주보 칼럼을 통해 같은 말을 했다. 가톨릭이 만인보편구원론을 내세우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가 없는 넓은 길을 제시하는 것으로 이는 거짓 선지자의 행위와 다름없다고 했다. 화려한 예복을 입고 가난한 자의 손을 잡으며 노동자와 만찬을 함께한다고 해도 그것은 윤리적 도덕적 차원의 인본주의일 뿐이라며 교황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경향교회 석기현 목사는 기독교를 대적하는 원수에 대해 설교했다. 밖으로는 우상 종교와 안으로는 이단 기독교라는 '영적 원수'와 전투하고 승리해야 함을 말했다. 설교 중간에 가톨릭이 개신교를 장악하게 될 것을 경고했다. "로마 가톨릭은 자신들이 불리한 입장에서는 양처럼 온순하고, 동등한 처지에서는 여우처럼 교활하지만, 번성하게 되면 이리처럼 사나워진다"라는 말을 교회사의 중요한 교훈이라고 소개했다. 교황이 기독교를 향하여 '나누어진 형제들'이라고 부르며 소위 '화합의 손길'을 먼저 내밀어 온다고 해서 그 손을 덥석 맞잡는 목사나 교회는 결국 도로 잡아먹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가톨릭을 '겉은 양의 탈을 쓰고 있지만 그 입으로는 용의 말을 하는' 적그리스도의 연합 세력'의 하나로 보았다.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도 설교 마지막에 교황 방한을 언급했다. "이번 교황님은 사회주의적 복음을 가지고 있는데, 지난번에 온 요한 바오로 2세만큼은 신앙이 없는 것 같다. 특히 프란치스코가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를 살피는데, 복음은 그런 게 아니다. 예수(복음) 없이 도와주는 것은 교회가 아니다"고 말했다. 요한 바오로 2세 때는 하늘에 무지개가 떴는데, 이번에는 뜨지 않았다고도 했다.

세월호 사고로 죽은 300명의 아이들에 대해 누가 가슴이 아프지 않겠느냐고 말하며, 교황이 죽은 아이들을 성모 마리아에게 의탁하겠다고 한 발언에 문제를 제기했다. 가톨릭에는 마리아에게 의탁하면 지옥에 있는 사람도 천국으로 옮기는 교리가 있음을 주장하면서 그럴 거면 자신은 목회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죽은 자가 다른 이의 기도로 천국에 갈 수 있다면 힘들게 질질 짜면서 목회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마리아 무죄설·승천설도 성경에 나와 있지 않은 내용임을 비판했다. 살아서 예수 믿고 구원받는다는 기독교의 본질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면서, 우리에겐 예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조용기 원로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는 훌륭한 분(교황)이 왔으니 손님으로서 잘 대접해야 한다고 했다. "말 잘못하면 큰일 나니 말조심해야 한다"면서도 가톨릭과의 차이 묻는 분들이 있어 잠깐 언급하겠다고 밝혔다. 가톨릭도 예수님을 믿는다고는 하지만 전적인 은혜로 구원받는 것이 아니며, 예수님의 은혜 90%에 사람의 선행 10% 정도가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구원은 오직 예수임을 믿는 것에서 오고, 이 땅에서의 선행은 오로지 천당에서의 상급을 위한 것으로 착한 일 하면 죽어서 계급장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영원한 제사를 단번에 드린 예수님을 믿는 것이 기독교라고 했다.

"가톨릭 비성경적인 면 있지만 프란치스코는 훌륭한 신앙인"

▲ 김지철 목사와 이동원 원로목사는 가톨릭과 개신교는 분명히 다르다고 말했다. 가톨릭엔 비판받을 교리가 있으며 개신교가 보다 성경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교황의 행보는 신앙적으로나 인격적으로 훌륭하고 개혁적이어서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교회는 끊임없이 자신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모든 교회가 프란치스코를 반대하거나 가톨릭을 이단시하는 것은 아니다. 김지철 목사와 이동원 목사는 교황에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교황청과 가톨릭교회를 개혁하고,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을 위하는 교황의 태도가 본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하나님나라를 위해서는 가톨릭과 연대를 할 수도 있고 가톨릭을 위해서 기도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종교개혁을 통해 나온 개신교가 더욱 성경적이고 바른 신앙을 지향하며, 가톨릭엔 비성경적인 전통과 교리가 있다고 분명히 못 박았다.

소망교회 김지철 목사는 8월 10일과 17일 2주에 걸쳐서 가톨릭과 교황에 관련해 설교했는데, 프란치스코는 서민적이며 '가난한 이를 위한 가난한 교회'를 말하고 실천하는 교황으로서 훌륭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또 권위주의적인 가톨릭교회를 뒤집는 개혁적인 면모는 가톨릭교회의 축복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 목사는 가톨릭의 교황 수위권(首位權)은 성경적이지 않으며, 이는 교회 안 사제와 일반 신도 계층을 엄격히 구분하게 만드는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회는 베드로라는 인물 위에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베드로와 같은 신앙고백 위에 세워지는 것이라고 했다. 목회자가 하는 일은 신자 각자가 그리스도에게 나아가는 것을 돕는 것이며, 개신교는 교황이나 사제, 목회자에게 집중하지 않고 그리스도에게만 집중하는 자유의 종교라고 했다. 교회와 성서의 관계도 다르다고 했다. 가톨릭은 교회가 성서를 규정하지만 개신교는 말씀이 교회를 규정한다고 했다. 전통이나 교황의 말보다 하나님 말씀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지구촌교회 이동원 원로목사 역시 설교 초입에 '교황 방한 신드롬'을 언급하며 방한 반대 집회는 옳지 않고 손님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말했다. 같은 하나님을 섬기고 있으므로 필요에 따라 협력해 이 땅을 가꾸어야 하고, 기나긴 역사를 지닌 가톨릭에게서 겸손히 배울 필요도 있다고 했다. 교황의 행보에서 소박함, 따뜻함, 겸손함, 소탈함, 검약함,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돌봄의 마음 등을 배워야 한다며 교황은 영적 아버지로서 신뢰받을 만하고 훌륭한 인품을 지녔다고 말했다. 교황이 쇼를 한다는 일부 비판에 대해 "거룩한 쇼라면 오히려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종교개혁 이후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에 교리적 차이점이 존재하므로 분명한 분별은 필요하며 교리적 토론과 비판도 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교황에 열광하기보다 그가 가리키는 삶에 주목

프란치스코 교황 한 사람에 대해서만 열광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설교자도 있었다. 프란치스코의 행적이 영웅으로까지 비춰지지만, 그럴 때마다 찬탄만 하고 있으면 안 된다. 교황의 아름다움이 그림자라면 예수 그리스도는 참빛의 근원이시다. 십자가를 보면서 만족하는 신앙 말고, 십자가를 지는 삶을 살아 내자고 김기석 목사는 말했다. 이찬수·김지철 목사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며 끊임없이 변화되고 새로워져야 한다고 했다.

▲ 김기석 목사는, 교황은 온몸으로 '십자가'를 꼭 붙드는 삶의 아름다움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온통 교황 한 사람에게만 초점을 맞추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묵묵히 십자가를 지는 삶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김지철 목사는 사람들이 영웅을 그리워하기 때문에 프란치스코를 영웅시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예수 그리도만이 우리의 영웅임을 주장했다. 가톨릭에 대해서는, 프란치스코를 통한 가톨릭교회의 성숙과 변화를 위해 기도하고 도와야 한다고 말하면서, 비판 지점이 있긴 하지만 교회 개혁을 하는 교황을 비난할 이유가 없고, 무엇보다 우리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교회 주인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잊지 말고, 내 자신과 교회가 말씀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끊임없이 개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찬수 목사(분당우리교회)도 다른 종교나 가톨릭, 교황 얘기할 필요 없이 우리만 잘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교황의 행보가 감동적이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지만, 가톨릭에서 교황의 영향력이 너무 큰 것은 옳지 않다고 봤다. 그렇지만 예의 없이 남의 종교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며 다른 종교 애기할 필요 없이 우리를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성경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교회가 성경의 영향력 속에 있는지 말이다.

김기석 목사(청파교회)는 프란치스코 교종이 많은 이들에게 도전과 위로를 주는 것은, 그가 끝없이 낮은 곳을 응시하고 스스로 그것을 향해 나아가기 때문이며 이는 철저히 성서에 기반한 것이라고 말하고는 다음과 같이 설교를 마무리했다. "교종 프란치스코가 온몸으로 가리키고 있는 것은 '십자가'를 꼭 붙드는 삶의 아름다움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시선은 온통 프란치스코 개인에게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기뻐하고 찬탄하는 것은 좋지만, 이제 그것을 넘어 그가 가리켜 보이는 삶을 향해 길을 떠나야 합니다. 그것은 고단하고 힘겨운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 묵묵히 십자가를 지는 이들을 통해 세상에 하늘의 희망이 유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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