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9월, 경영난으로 문 닫은 선한이웃병원. 기아대책은 2008년부터 3년간 이 병원에 42억 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병원이 파산과 함께 제3자에게 경락되면서, 지원금은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국제 구호단체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기아대책·이성민 회장)가 투자·경영해 온 선한이웃병원의 소유권이 경매를 거쳐 제3자에게 넘어갔다. 기아대책은 지난 2008년부터 3년간 경영 악화를 겪던 선한이웃병원에 42억을 지원했다. 하지만 병원이 파산과 함께 경락되면서 자금 회수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내부적으로 후원금을 허투루 사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관련 기사 : 기아대책, 병원 경영하다 '후원금' 42억 손실)

지난 2007년 선한이웃병원은 '하나님은 치료로, 우리는 봉사로'라는 비전을 내걸고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 개원했다. 빈민촌 무료 진료로 시작해 2008년 8월에는 종합병원으로 발돋움했다. 병원 운영은 CCC 산하 아가페의료봉사단(아가페)이 맡았다.

종합병원 승격과 함께 지역 병원으로 우뚝 섰지만, 재정 상황은 좋지 않았다. 한 해 수입이 100억 원 정도인 데 반해, 부채는 200억 원이 넘었다. 대출 이자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 이사장 노 아무개 씨가 제기한 소송으로 경영 자금이 법원에 압류됐다. 자금 흐름이 막힌 선한이웃병원은 기아대책에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CCC 출신 기아대책 이사들은 내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금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기아대책 이사회는 지난 2008년 8월, 선한이웃병원에 20억 원을 지원했다. 지원과 함께 병원 이사장, 이사, 행정본부장 자리에 기아대책 관계자를 파견했다. 특히 과반의 이사를 파송하면서 병원 경영권을 확보했다. 지원은 계속됐다. 2010년 14억 5000만 원, 2011년 7억 5000만 원을 보탰다. 총 42억 원을 쏟아부었지만, 선한이웃병원은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2013년 9월 문을 닫았다. 병원은 경매에 넘어갔고, 지난 7월 7일 145억 원에 낙찰됐다. 하지만 경매가 3차까지 유찰되면서, 당초 예상했던 액수보다 100억 원이나 모자랐다.

기아대책은 후원금 42억 원을 보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올해 초 기아대책 회장에 오른 이성민 선교사는 지난 4월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일차적으로 기아대책이 42억 채권을 변제받기 위해 병원 인수자와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아대책이 변제 우선순위에 밀리면서, 지원한 42억을 돌려받기 어렵게 됐다.

당시 이 회장은 협상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법적 절차를 밟아 손실액을 보전할 것이라는 나름의 대안도 제시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42억 중 20억은 이사회 결의를 거쳐 정식으로 지출했다. 이 금액은 이사들이 채워 넣게 한다고 했다. 나머지 22억은 지난해 11월 작고한 정정섭 전 회장과 일부 직원이 이사회 승인 없이 임의로 집행했다면서 법적 절차를 밟아 보전하겠다고 했다.

기아대책 측은 선한이웃병원의 낙찰 확정일자가 9월이라면서 지원금을 보전하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경영지원본부 김은희 본부장은 거액의 후원금이 선한이웃병원에 들어간 것은 인정하는 한편 아직 마무리된 게 아니기 때문에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상임이사와 선한이웃병원 행정본부장을 역임했던 김 아무개 목사는 근본적인 문제는 CCC 출신 이사들 때문에 벌어진 일인데, 이 회장과 그의 측근들이 정정섭 전 회장에게 잘못을 돌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계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유사한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스앤조이>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성민 회장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한편, 기아대책은 지난 7월 말 신임 회장 공채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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