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18일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기념해, 교보문고 광화문점에는 코너가 마련됐다. 서점을 찾은 이들이 오가며 다양한 출판사에서 나온 교황 관련 책들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앤조이 임수현

출판계는 교황 방한 특수를 누리는지도 모르겠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들어서면 입구에서 얼마 지나지 않은 곳에 프란치스코 교황 코너가 마련돼 있다. 언뜻 봐도 50종이 넘는 책들이 놓였다. 가톨릭계는 물론 다양한 출판사에서 교황을 소재로 어록이며 묵상집, 자기 계발과 어린이를 위한 책 들을 펴냈다. 제266대 교황에 착좌한 지 이제 1년 5개월, 그를 향한 사람들의 관심은 이미 교회를 뛰어넘은 듯하다. 일부 개신교인들이 그의 방한에 위기감을 느끼는 것도 크게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가톨릭의 이단성을 짚어 보는 것보다 중요한 건 아시시 성인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가진 교황, 한 사람에 대한 이해일지 모른다. 로마교황청은 어제도 오늘도 있었지만, 지금 교황을 향한 사람들의 관심과 존경은 이전과 다르지 않은가.

가톨릭 언론사 <지금여기> 한상봉 주필은 교황을 이해하는 열쇳말로, "우리의 끝없는 슬픔은 끝없는 사랑으로만 치유될 수 있다"는 그의 말을 제시한다. 교황은 자신의 말처럼 가던 길을 멈춰 병자들을 끌어안아 입 맞추고, 신도들에게 가난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묻고, 생존을 위해 바다를 건너던 이들의 죽음에 관심을 촉구했다. 사람들이 그에게 감동한 모습들이다.

▲ <행동하는 교황 파파 프란치스코> / 한상봉 지음 / 다섯수레 펴냄 / 312면 / 1만 4800원.

한상봉 주필이 최근 펴낸 <행동하는 교황 파파 프란치스코>(다섯수레)를 보면, 프란치스코 교황을 어떤 배경 아래, 정세 속에서 이해해야 하는지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아르헨티나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가, '가난한 이들의 벗'이란 별명을 가진 교황이 되기까지, 시간순 배열이 아니라 로마교황청 역사와, 가톨릭 내 화두들로 그의 행보를 추적하는 형식으로 쓰인 책이다.

한 주필이 <지금여기>에 올렸던 관련 기사를 주로 모아 펴낸 책이기 때문에, 사실에 근거한 이해가 가능하다. 흥미로운 지점은, 가톨릭 안에서도 주류 세력들에게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불편한 존재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난과 정치적 문제에 서슴없이 행동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은 특히 이전 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가 재위한 35년 동안 봐 오지 못한 것이었다. 한상봉 주필은 35년 세월로 터가 닦인 지금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을 지지하는 사람이 겉으로는 몰라도 실제로는 거의 없을 거라고 출간 기념 미팅에서 말했다.

'교황'이 가진 권위를 생각하면 단순히 정리할 문제는 아니지만, 어쨌든 한 사람의 신념에 따른 행동이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군대 내 살인적 폭력, 위안부 문제 등, 눈앞이 캄캄한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사랑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는 교황의 말이 종교를 뛰어넘어 희망의 메시지가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때문에 가톨릭이 이단이고 교황이 적그리스도라 하더라도, 개신교인들이 그 자체를 반대하는 데 그쳐선 얻을 게 없다. 많은 이들이 그를 주시하는 이때, 교황 자리에 앉은 프란치스코라는 한 사람의 행적이 복음에 비춰 봤을 땐 어떤가. 타산지석의 마음가짐으로라도, 고민해 볼 만한 부분이 있다고 여겨진다. <행동하는 교황 파파 프란치스코>를 소개하는 이유다.

"미국 개신교의 번영신학이 일반화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한국 가톨릭교회도 '성공하는 교회'를 위해 교회의 물적 자원을 총동원해서 돈을 벌어들이고 인적자원을 총동원해서 '고객 늘리기'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이 모든 일이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이루어진다고 믿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교회를 위한 교회' 콘셉트가 대세다. 이 마당에 나타난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에게 과연 은총일까, 걸림돌일까?" - 에필로그, 3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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