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을 일삼는 목사가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닌가 보다. 미국의 한 목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너무 '여성스러운' 찬양 사역자에 대한 욕을 썼다. 또 불륜을 저질러 부인을 버리고 떠난 남자들을 옹호하며 그들이 그냥 가도록 허락한 아내들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말을 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마크 드리스콜(Mark Driscoll) 목사는 미국 시애틀의 대형 교회 마스힐교회(Mars Hill Church)의 담임이다. 마스힐교회는 매주 일요일, 약 1만 5000명의 교인이 예배에 참여한다. 드리스콜은 지난 몇 년 동안 끊임없이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오죽하면 <뉴욕타임스>가 그를 "존경받는 동시에 비판받고 있는 인사"로 꼽았을까. 그는 책을 표절했다는 의심도 받았다. (관련 기사: 미국 대형 교회 유명 목사들도 표절 논란)

▲ 마크 드리스콜(Mark Driscoll) 목사는 이미 거친 언행으로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다. 책을 표절했다가 사과한 전력도 있고, 자신의 책을 사재기하는 데 교회 재정을 썼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번에는 14년 전,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여성과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있다. (마크 드리스콜 목사 홈페이지 갈무리)

여성·동성애자 비하와 조롱, 인터넷에 가명으로

지난 7월 31일 영국 <크리스천투데이>는 마크 드리스콜의 또 다른 문제 발언을 소개했다. 그는 2000년 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여성과 동성애자를 강도 높게 조롱했다. 'William Wallace II'라는 이름으로 남긴 글은 화가 난 사람이 울부짖는 장황한 외침 같다고 기사는 전했다.

"지금 심하게 여성화되어 있는 이 나라는 아담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모든 것이 약삭빠른 페미니즘 편으로 흘러가는 것을 보며 아담은 그냥 입을 닫고 구경만 했다. 그의 부인은 사탄이 좋은 신학자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는 가만히 아내의 말을 듣고 있었다. 아담은 세상의 왕으로서, 이 세상을 대표하는 권력을 아내에게 행사해서 그녀를 이끌어야 했지만, 아내의 말을 들은 대가로 저주를 받았다. 그때부터 모든 남성들은 여성화되어 자리에 가만히 앉은 채, 페미니스트 성향이 강하고 남성의 성기를 갖기 원하는 분노한 싱글맘이 가득한 나라를 보고만 있어야 했다."

그는 140페이지나 되는 글에서, 여자들은 자신의 발언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신의 말에 동의하지 못하는 남성들을 향해 "여성화라는 전염병이 이미 공기처럼 남자들을 잠식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는 그가 동성애자를 향해 쓴 표현이 너무 거칠고 폭력적이라고 했다. 드리스콜 목사는 "사람들은 볼트와 볼트만으로는 아무것도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동성애자를 조롱했다.

드리스콜은 한 여성이 그가 동정심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것을 언급하며 "나는 주로 남성들을 상대하니 이렇게 천박한 용어를 쓰는 것"이라며 "아마 여성들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썼다. 또 자신은 여성이 아무리 질문을 해도 여자에게는 대답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대신, 여성들에게 외울 수 있는 성경 구절을 알려 주고 싶다. '여자는 일체 순종함으로 조용히 배우라. 여자가 가르치는 것과 남자를 주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아니하노니 오직 조용할지니라. 이는 아담이 먼저 지음을 받고 하와가 그 후며, 아담이 속은 것이 아니고 여자가 속아 죄에 빠졌음이라(딤전 2:11-15).' 이 구절에 대해 공부하고 싶으면 당신의 아버지 또는 남편에게 물어봐라. 만약 둘 다 없으면 다니고 있는 교회의 목사에게 도움을 청하라. 만약 목사가 여자라면 다른 교회를 찾아라.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여성 목회자라면 일을 그만두고 회개하라."

드리스콜 목사는 이전부터 남녀의 성 역할에 관해 보수적인 설교로 유명했지만, 이번 글은 도가 지나쳤다는 지적을 받는다. 복음주의권에서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몇몇은 드리스콜 목사의 정신 건강에 의문을 품기도 했다. 기독교 칼럼니스트 레이첼 에반스(Rachel Evans)는 14년 전의 글이긴 하지만 이 글을 쓴 사람은 굉장히 위험하고 정신적 장애가 있는, 상담이 필요한 남성이지, 강단에 서 있을 사람은 아니라고 했다.

드리스콜 목사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가 쓴 글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고, 자신도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의 사과문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예수님이 "일흔 번씩 일곱 번"을 용서해 주라고 하신 말씀을 인용하며 드리스콜 목사의 사과를 받아 주자는 의견도 있었다. 기독교 칼럼니스트인 조너선 메릿(Jonathan Merrit)은 8월 6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사과를 받아 주자고 해서 면죄부를 주자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기독교 공동체가 다른 사람의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드리스콜 목사에게 교회를 사임하고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으라고 진심 어린 충고도 남겼다.

'액츠29네트워크(Acts29Network)'는 드리스콜 목사가 공동 설립한 단체다. 이 단체는 '복음 중심'과 '선교'를 모토로 교회를 세우는 단체다. 액츠29네트워크의 이사회는 8월 8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마크 드리스콜 목사와 마스힐교회를 제명한다고 밝혔다. (액츠29네트워크 홈페이지 갈무리)

자신이 공동 설립한 교회 개척 단체에서 제명

드리스콜 목사의 발언은 사과문 발표 후에도 미국 교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 <릴리전뉴스서비스>(RNS)는 그가 공동 설립자로 참여했고 한때 대표까지 지낸 '액츠29네트워크(Acts29Network)'에서 쫓겨났다고 보도했다.

액츠29네트워크는 '복음 중심(gospel-centered)'과 '선교(missional)'를 모토로 교회를 세우는 단체다. 이 단체는 거룩함·겸손함·다양함에 중점을 두고 지금까지 전 세계에 약 500개의 새로운 교회를 세웠다. 드리스콜 목사는 2012년 3월 액츠29네트워크의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논란이 있고 약 1주일 후, 액츠29네트워크는 드리스콜 목사와 마스힐교회에 제명을 결정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RNS>는 8월 9일 보도에서, 편지 내용의 일부분을 소개했다. 액츠29네트워크는 "드리스콜은 은혜롭지 못하고 자격이 박탈될 만한 행동"을 했으며 "그에게 제기된 혐의 대부분이 그가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마크와 마스힐교회를 방어해 줄 수 없으며 우리 단체에 남아 있도록 도와줄 수도 없다"고 밝혔다.

"마스힐교회 이사회가 먼저 이 문제를 다뤄 주길 원했지만, 그들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우리는 마스힐교회가 제대로 된 화해 과정을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회개·변화·보상을 생각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지만, 그중 어떤 것도 마련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가 먼저 그들을 내보내는 것이다."

액츠29네트워크는 이 편지에서 "드리스콜 목사는 교회를 사임하고 성찰의 시간을 가지며 상담 전문가에게 도움을 구하라"고 권했다. 드리스콜 목사의 대변인은 이 편지에 대해 현재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남침례교단에서 운영하는 LifeWay(생명의길) 서점. 기독교 서점으로는 미국에서 큰 규모에 속한다. 이번 사건 후, LifeWay 서점은 마크 드리스콜 목사의 모든 책을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LifeWay 홈페이지 갈무리)

액츠29네트워크의 퇴출 편지가 보도된 후, 미국 남침례교단이 운영하는 생명의길(LifeWay) 서점 홈페이지와 전국 180여 개의 체인점 진열대에서 마크 드리스콜 목사의 책이 사라졌다. 생명의길 측은 <크리스채너티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드리스콜 목사의 최근 목회를 고려할 때 생명의길은 더 이상 그의 책을 팔지 않을 것이라 결정"했다고 전했다. 생명의길은 미국에서 가장 큰 기독교 서점 체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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