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합동 소속 교회에서 지난 6월 시은소교회에 이어 또다시 부자 세습이 일어났다. 성장교회 2대 담임목사로 추대된 김승리 목사는 김인기 목사의 장남이다. 김승리 목사는 성장교회 전도사로 활동하다 2011년 10월 중경기노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제보자는 김인기 목사가 은퇴하려면 10년 이상 남았지만, 앞으로 세습이 어려워질 것을 염려해 미리 세습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성장교회 김인기 목사가 아들 김승리 목사에게 교회를 세습했다. 성장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안명환 총회장) 소속으로 교인 수 500명의 중형 교회다. 대부분 교회 세습은 원로목사의 은퇴를 1, 2년 앞둔 시점에서 진행된다. 하지만 김인기 목사는 은퇴까지 10년 이상을 남겨 두고 있다. 일부에서는 세습 금지법이 제정되기 전에 졸속으로 세습 절차를 마무리 지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세습은 빠르게 진행됐다. 성장교회 당회는 2014년 5월 4일 공동의회를 열었다. 안건은 △김인기 목사 원로 추대 △김승리 위임목사 청빙 청원이었다. 두 안 모두 90%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 통과됐다. 당회는 곧바로 중경기노회에 임시노회 소집을 요청했다. 임시노회는 5월 24일 열렸고, 김승리 목사의 위임 청빙 건은 무난히 가결됐다. 성장교회는 일주일 뒤인 5월 31일 김승리 목사의 위임 예배를 진행했다. 김승리 목사가 담임으로, 김인기 목사가 원로로 추대됐다.

세습 논란에 김인기 목사는, 부를 대물림한 게 아닌 '고난'을 대물림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건축 때문에 교회가 상당량의 빚을 지고 있다고 했다. 사정을 모르는 후임자가 오면 교회가 엎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세습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막중한 책임을 질 사람이 필요했다. 교회에 빚도 많고, 교인도 줄고 있다. 아들도 처음에는 고사했지만, 교회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알아 고심 끝에 승낙했다"고 말했다.

김인기 목사는 육신적인 욕망으로 담임목사직을 승계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건강이 좋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고, 교회의 어려움을 감당할 사람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그는 교회를 건축할 때 모든 재산을 헌금해 집 한 채 없다고 했다. 김 목사의 사택은 교회 6층이다. 교인들 역시 김 목사의 그런 사정을 잘 알고 있어 세습에 반대하지 않았고, 오히려 교인들이 김승리 목사 청빙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중경기노회, 절차상 문제 없어…99회 총회 때도 세습 금지법 제정 안 될 것

중경기노회 측은 성장교회의 담임목사직 승계가 행정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노회 관계자는 "김승리 목사가 김인기 원로의 아들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공동의회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세습이) 통과됐고, 법적으로도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담임목사직 승계는 성장교회 형편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덧붙였다.

▲성장교회는 2014년 5월 4일 공동의회를 열어 김승리 목사 청빙안을 통과시켰다. 성장교회는 중경기노회에 청빙안 승인을 요청했고, 5월 24일 열린 임시노회에서 최종 승인됐다. 임시노회는 성장교회 안에 위치한 중경기노회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예장합동 소속 한 목사는 김인기 목사가 정년을 10년 이상 남겨 두고 세습을 진행한 까닭이 다른 데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작년 98회 총회 때 총대들의 세습 금지 결의가 있었다. 머지않아 세습 금지법이 제정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교단 헌법상 세습을 불가하다. 세습 금지법이 제정되기 전에 미리 선수를 친 것"이라고 했다. (관련 기사 : 합동·통합, '세습 금지 결의' 유턴하나)

예장합동 정치부 이은철 총무는 이번 99회 총회 때도 세습 금지법 제정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여러 목회자의 의견을 들어 봤지만, 다들 세습 금지법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총무는 세습 금지법은 성급하게 결의할 문제가 아니라며, 치밀한 연구를 거친 뒤에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기 원로목사는 1984년 성장교회를 개척했다. 이후 △중경기노회 노회장 △총회 교육부 서기 △총회 고시부 총무 △총회 부흥사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예장합동 정치부 총대로 활동하고 있다.

원로목사 신분으로 총회 총대를 수행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은철 총무는 옥한흠 목사의 예를 들며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법적으로 만 70세가 넘은 은퇴 목사는 총대권이 없지만, 70세가 넘지 않은 원로목사는 총대로 활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랑의교회 옥한흠 목사 역시 65세 때 은퇴했지만, 이후에도 총대 활동을 계속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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