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장합동(안명환 총회장)과 예장통합(김동엽 총회장)은 한국교회에서 가장 큰 세를 자랑한다. 두 교단은 1955년 세계교회협의회(WCC) 가입 문제를 놓고 분열했다. 분열 이후 55년 만에 처음으로 양 교단 전 총회장들이 연합 기도회를 연다. 기도회는 8월 10일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에서 열린다. 전 총회장들이 한데 모여 기도회를 여는 것은 교단이 분열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제4의 연합 기구 설립을 위한 준비 작업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전 총회장단은 '삼류 소설'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미지 왼쪽부터 예장통합, 예장합동 총회 로고.

한국교회의 양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과 통합(예장합동·예장통합) 전 총회장들이 8월 10일 서울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에서 연합 기도회를 연다. 교단이 분열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전 총회장단은 양 교단의 일치와 협력이 연합 기도회의 주요한 목적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새로운 연합 기구 창설 의혹은 '삼류 소설'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연합 기도회는 예장합동 서기행·김동권 목사가 예장통합 김순권·김삼환 목사에게 만남을 제안하며 시작됐다. 한석지·최기채·김동권·서기행·홍정이 목사(이상 예장합동 전 총회장)와 림인식·김창인·박종순·김순권·김삼환 목사(이상 예장통합 전 총회장) 10인이 3월 31일 처음 만났다. 이 자리에서 양 교단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고, 이후 6월 9일 열린 두 번째 모임에서 '한국교회 회복과 치유'를 위한 연합 기도회를 8월 10일 열기로 합의했다.

전 총회장단은 사전 모임 격으로, 6월 30일 서울 그랜드앰배서더호텔에서 연합 예배를 드렸다. 김삼환 목사(명성교회)와 림인식 목사(노량진교회 원로)가 각각 설교와 축도를 맡았다. 이날 예배에는 이광선(예장통합 증경총회장)·길자연·최병남·김삼봉(예장합동 증경총회장) 목사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양 교단의 일치와 협력 △한국교회 연합 운동의 정상화 및 효율적 이단 대처 등을 위해 연합 기도회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 총회장단은 7월 24일 서울 앰배서더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연합 기도회의 진행 상황과 구체적 취지를 설명했다. 연합 기도회의 배경을 설명한 예장통합 증경총회장 김순권 목사는 아무런 정치적 의도가 없음을 강조했다. 단지, 내년에 있을 100회 총회와 광복절 70주년을 앞두고 양 교단이 일치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함께 기도회를 갖게 됐다고 전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홍재철 대표회장)를 둘러싼 분열이 기도회를 열게 된 계기라는 점도 밝혔다. 예장합동 전 총회장 김동권 목사는 한기총을 처음 발기한 교단은 예장통합과 합동이라고 했다. 그는 "소천하신 한경직 목사 등이 주축이 되어 한국교회를 아름답게 섬기고자 출발했는데 작금에는 교계와 사회에서 (한기총을) 걱정하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등으로 한국교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이때야말로 양 교단이 나서서 회개해야 할 시기라고 했다.

"새로운 연합 기구 위한 사전 모임 아니다"…기도회 장소는 예장합동이 제안

연합 기도회의 실무를 맡은 조성기 목사(예장통합 전 사무총장)는 한국교회 분열의 단초는 예장합동과 통합이며, 이로 인해 파생된 한국교회의 문제를 반성하자는 취지로 연합 기도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예장합동과 통합은 세계교회협의회(WCC),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황 방한 문제 등 얽히고설킨 이해관계가 많다. 현 총회 임원들이 연합 활동을 벌이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증경총회장들이 나서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새로운 연합 기구 창설 의혹에 대해 양측 실무진들은 강하게 부인했다. 김순권 목사는 "연합 기구를 만들기 위한 수순이 아니다. 순수하게 양 교단 증경총회장들이 모여 한국교회의 일치와 회복을 위한 기도회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기 목사는 천박한 삼류 소설에 불과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여생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분들이 한국교회가 더는 망가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화해와 협력을 위해 나선 것이다. 그들의 순수성과 진정성을 왜곡하지 마라"고 했다. 6월 19일부터 실무회의에 참석했지만, 연합 기구 얘기는 일절 없었고 상상해 보지도 않은 일이라고 했다. 조 목사는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라며 상당히 불쾌해했다.

조성기 목사는 교황 방안으로 위축될 개신교의 위상을 세우겠다는 뜻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 기도회가 열리는 8월 10일은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을 불과 4일 앞둔 시점이다.

연합 기도회는 8월 10일 오후 4시, 사랑의교회에서 열린다. 한 예장통합 전 총회장에게 내홍을 겪고 있는 사랑의교회를 기도회 장소로 잡은 이유를 물었다. 그는 예장통합은 오래 전부터 교회 연합 운동을 펼쳐 왔지만, 예장합동은 교회 연합 운동에 조심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예장합동 측 교회에서 기도회를 열어야 예장합동 목회자들이 참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장합동에 기도회 장소 제안을 요청했고, 합동 측에서 충현교회와 사랑의교회를 추천했다고 말했다.

그는 1만 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잠실체조경기장을 기도회 장소로 물색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체조경기장은 일요일 사용이 불가했다고 말했다. 전 총회장들이 사랑의교회 문제를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5000명 이상이 모일 수 있고 접근성이 용이한 곳으로 정하다 보니 사랑의교회로 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모일 수 있다는 것에 의의를 뒀다고 했다.

준비위원회 측은 구체적 순서나 내용은 현재 소위원회를 구성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도회가 예장합동 측 사랑의교회에서 열리는 만큼, 사회자는 합동 측에서 설교자는 통합 측에서 맡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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