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승훈 교수는 그동안 여러 차례 창조론 저서들을 집필하며 국내외 창조론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신간 <창조에서 홍수까지> 북 콘서트가 7월 24일 마포구에 있는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에서 열렸다. 양 교수는 <창조에서 홍수까지>를 통해 성경과 과학,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창세기 주해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창조와 격변>·<창조와 진화> 등을 집필하며 창조론 학계의 주목을 받아 온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 양승훈 교수가 신간 <창조에서 홍수까지>를 7월 24일 펴냈다. 양 교수는 출판 기념 북 콘서트에서, 창세기를 과학 교과서로 사용해서는 안 되지만, 창세기를 이해하는 데 과학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2008년, '젊은 지구설'을 부인했다는 이유로, 20여 년간 활동했던 한국창조과학회(이은일 회장)에서 제명됐다. 한국창조과학회의 핵심 주장은 지구의 나이를 1만여 년 내외로 보는 젊은 지구설과, 노아의 홍수에 의해 대격변이 일어나 현재의 모든 지층이 형성되었다는 격변설이다. 1980년대 기독교인 과학자를 중심으로 형성된 한국창조과학회는 보수 신학의 토대 위에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교회의 창조 담론을 주도해 왔다.

양 교수는, 성경을 통해 새로운 과학을 구성하려는 시도는 자칫 독단적이고 터무니없는 삼류과학을 만들 수 있다며 한국창조과학회를 비판했다. 양 교수는 성경이 말하는 구원의 원리는 시대와 역사 그리고 문화를 초월하지만, 그것이 묘사하고 있는 세계상은 성경이 기록되던 시대 사람들의 세계관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님은 그 시대 사람들의 언어와 상식을 사용해 구원의 도리를 말씀하시기 때문에, 창세기 해석의 시작은 과학이 아니라 성경 그 자체라고 주장했다.

<창조에서 홍수까지>는 복음주의 성경관에 기초하고 있다. 하지만 성경에서 현대 과학적 의미를 찾으려는 창조과학회의 입장은 단호히 반대한다. 성경의 특정 단어나 표현으로부터 과도하게 현대 과학적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것은 성경을 왜곡하는 것이지만, 과학으로부터 출발해 창세기를 더 깊이 이해하려는 시도는 창세기를 해석하는 데 유익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서는 총 2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장마다 "왜 하나님은 질서, 즉 코스모스를 창조하심에서 빛을 가장 먼저 창조하셨을까"라는 신학적 질문에 대한 과학적 대답을 시도한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신앙의 질문, 예를 들어 "하나님은 누구이신가?", "인간은 무엇인가?" 또한 "구원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제시하고 답한다. 이러한 질문들은 교리적인 관심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성경 본문과 관련해 창조주 하나님, 무로부터의 창조 등과 같이 본문과 연관된 근본적 질문을 제기한다.

30년 만의 회심…"창조과학은 비성경적·비과학적"

7월 24일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에서 열린 <창조에서 홍수까지> 출판 기념 북 콘서트에는 당초 예상 인원인 50명을 훌쩍 넘는 80여 명의 참석자가 자리했다. 목회자부터 일반 교인들까지 과학적 창조론에 관심 있는 다양한 기독교인들이 참석했다. 발제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 청중들은 지적 설계론부터 유신론적 진화론까지 그동안 누구에도 묻지 못했던 질문들을 쏟아 냈다. 이들은 양 교수의 발언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했다.

▲ 북 콘서트에는 예상 인원을 훨씬 초과하는 참석자들이 몰려들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자리에 앉지 못하고 선 채로 양승훈 교수의 강의를 들었다. 양 교수의 발제 후에는 질의응답 순서가 이어졌다. 청중들은 날-시대 이론부터 복음주의권에서 주목받고 있는 지적 설계론까지 그동안 누구에도 묻지 못했던 질문들을 쏟아 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양 교수는 과거의 잘못을 회개하는 마음으로 <창조에서 홍수까지>를 집필했다고 말했다. 학문에 첫발을 내딛던 20대 초반부터 50대 중반까지 창조과학의 열렬한 신봉자였지만, 미국 위스콘신대학과 휘튼대학에서 과학사와 신학을 공부하며, 창조론 운동에서 과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많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양 교수는 1997년 경북대 교수직을 사임하고 본격적으로 창조론 공부에 들어갔다.

양승훈 교수는 창조과학자로 활동할 때 대중 강연만 1000번을 넘게 했다고 말했다. 물리학 교수라는 사람이 창조과학에 빠져 잘못된 이론을 설파하고 다녔다는 게 교인들과 하나님 앞에 죄스럽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창조과학이 크게 3가지 오류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분야의 비전문가들이 전문가인 양 대중들을 선동하는 행위 △자신의 이론과 신념을 맹신한 채 자기 의견에 반하는 모든 사람을 적대시하는 태도 △과학의 권위를 성경의 권위보다 위에 두는 과학만능주의. 양 교수는 창조과학 운동은 세월호 사건과 유사하다며, 아마추어들에게 창조론이라는 중요한 배의 조타를 맡겨 놓은 꼴이라고 했다.

다음은 강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주류 과학자들이 틀렸다고 얘기하는 것을 해당 분야의 아마추어인 창조과학자들은 맞는다고 주장한다. 병리학 전공자가 지질학 강의를 하고,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고생물학 강의를 한다. 과학은 엄청난 역사와 수많은 분과 학문을 가지고 있다. 학부 때부터 철저한 공부를 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런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이 빅뱅이나 진화에 대해 떠드는 건 대중들을 선동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창조과학자들은 해당 분야의 논문도 제대로 읽지 않는다. 단지 미국 창조과학자들의 논문을 그대로 읊어 댄다.

둘째는 태도의 문제다. 창조과학자들은 경직되고 이데올로기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지구와 우주의 연대가 6000년이란 사실을 믿지 않으면 진화론자·자유주의자로 매도한다. 자신의 해석과 신학은 절대 오류가 없다고 생각한다. 주류 과학자들은 창조과학자들의 논쟁에 응하지 않는다. 자기 생각은 틀릴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는 생산적인 토론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창조과학자들의 성경관에도 큰 오류가 있다. 창조과학자들은 과학이 성경의 무오성을 입증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성경에 절대 가치를 부여하지만, 사실은 과학의 권위를 성경의 권위보다 위에 두는 것이다. 과학만능주의로 성경의 권위를 떨어트리는 일이다. 성경에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너무나 많다. 구원과 기적을 과학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성경은 무오하지만, 성경을 과학 교과서로 사용할 수는 없다."

양 교수는 창조론을 공부하는 데 있어 과학보다 중요한 것은 신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성경 무오성은 무엇을 뜻하는지, 창조론과 종말론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신학적 기초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학적 토대가 있어야만 창세기를 해석할 수 있는 최소한의 단초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창조과학자들은 신학적 기반이 너무나 부실하므로 창조과학 운동은 점점 쇠퇴할 거라고 내다봤다. 

▲ 양승훈 교수는 지적 설계론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주류 신학이나 과학계에서는 지적 설계론 역시 종교적 색채가 강하다고 지적한다"라는 기자의 질문에, 양 교수는 지적 설계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적 설계론은 창조론에 있어 중도적 위치라며 날-시대 이론, 다중격변 모델 등 과학적·신학적으로 열려 있는 이론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 모든 순서 후에는 발라드 가수 A-EL 씨의 축하 공연이 이어졌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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