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울음소리가 17일째 가자 지구 내에서 울려퍼지고 있다. 7월 24일 보건 당국은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714명이 숨졌고, 이들 중 80%는 민간인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으로 민간인 특히, 어린이들의 희생이 커지자, 세계 곳곳에서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국내에도 일부 기독인들이 이스라엘의 학살을 규탄하며,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해 시민사회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는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을 비난하는 시민들의 1인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나눔문화(이사장 이정배 교수) 소속 한 회원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하나님은 고통 가운데 계신 분…침묵은 학살에 방조하는 것

7월 24일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양민 학살 규탄 기도회'가 열렸다. 향린교회 사회부가 주최했다. 고상균 목사는 지난 20일 교회 사회부 모임에서 팔레스타인을 놓고 무엇을 할지 고민하던 중 기도회를 열기로 결의했다. 기도회에는 향린교회 교인들과 일반 시민들을 포함해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말씀을 전한 고 목사는 하나님은 역사 속 한가운데에 함께하시는 분이라며, 폭격에 쓰러지는 사람들 옆에서 눈물과 피를 흘리고 계실 거라고 말했다. 고 목사는 내가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남 일이라고 생각하고, 눈을 감고 침묵한다면 폭력과 학살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기독인들이 고통받는 이의 편에 서서 이들을 위해 함께할 것을 촉구했다. 모든 순서가 끝나자, 참석자들은 서로 손을 잡고 한목소리로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

▲ 7월 24일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양민 학살 규탄 기도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의 손에는 "여성과 아이들 학살을 멈춰라!, 이스라엘아! 하나님의 비명을 들어라"라고 적힌 손팻말이 들려 있었다. ⓒ뉴스앤조이 임수현
▲ 설교를 전한 향린교회 고상균 목사는 지금의 이스라엘은 약자가 됐던 자신들의 과거와 하나님의 말씀을 잊었다며, 가자에서 자행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학살을 비난했다. ⓒ뉴스앤조이 임수현

향린교회 사회부는 이날 이스라엘이 학살을 즉각적으로 중단할 것을 호소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사태가 전쟁이 아니라 살육이며 광기가 빚어 낸 학살이라며,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은 당장 멈추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세계의 모든 평화 애호가와 함께 팔레스타인에 진정한 평화가 깃들고 정의로운 질서가 수립될 때까지 기도와 행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21일 샬롬을꿈꾸는나비행동(샬롬나비·회장 김영한 박사)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상생 공존을 촉구한다"며 성명을 냈다. 샬롬나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즉각 공격을 멈추고, 유엔을 비롯한 모든 국제사회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평화를 중재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동시에, 한국교회를 비롯한 세계교회가 팔레스타인 땅의 평화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의 침공은 정치적 목적…세계 시민사회, 이스라엘과 국제사회에 압력

그 이튿날인 22일 한국YMCA전국연맹은 '팔레스타인과 한반도, 한국 기독교 평화운동의 과제'라는 주제로 신학 세미나를 열었다. 발제자로 나선 박성원 세계개혁교회 전 사무총장과 김용복 한일장신대 전 총장은, 팔레스타인의 현 사태가 이스라엘의 정치적 목적에 기인한 것이라며 팔레스타인의 평화와 독립을 위해서는 전 세계적인 시민운동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박성원 세계개혁교회 전 사무총장은 세계 시민사회가 BDS 운동을 통해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 EU를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박성원 전 사무총장은 2008, 2012년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이어진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은 팔레스타인 정국을 전환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8년은 가자 지구에 대한 하마스의 통치력이 강화됐던 시기였고, 2012년은 팔레스타인 정부가 UN 회원국의 자격을 인정받은 해였다. 올해 하마스는 파타 정부와 통합 정부를 놓고 협상 중이었다. 박 전 사무총장은 이스라엘의 목적이 하마스의 약화와 붕괴, 고립과 분열에 있다고 밝혔다.

세계 시민사회가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국제사회를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 전 사무총장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타이트(Apartheid : 인종분리정책) 해법을 예로 들며, 세계 시민사회가 힘을 결집해 조직적인 BDS 운동1) 즉, 불매운동(Boycott), 투자 철회(Divestment), 제재 조치(Sanction)를 전개해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 EU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제사회가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하마스가 국경 봉쇄 해제 없이는 휴전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혀 팔레스타인 사태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7월 23일(현지 시각) 하마스 지도자 칼레드 마샬은 "7년 이상 이어져 왔던 가자 지구와 이집트 간의 라파 국경 봉쇄를 해제하는 조건은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수반이 이끄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도 이날 "침략 행위를 멈추고 모든 종류의 봉쇄를 풀라는 가자 지구의 요구는 모든 팔레스타인인의 요구"라며 하마스의 휴전 조건을 지지했다. 

*주
1) BDS 운동 : BDS 운동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권리 확보를 위한 운동으로, 지난 2005년 팔레스타인 민간단체에서 시작해, 2007년에는 '팔레스타인 BDS 국가 위원회'로 조직화됐다. 불매운동(Boycott)은 이스라엘 회사 또는 이스라엘에서 만들어진 상품을 구입하지 않는 것과 예술가들이 이스라엘에서 자신들의 작품을 전시하거나 공연하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투자 철회(Divestment)는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침범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대학 투자 자금과 연금 등이 사용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제재 조치(Sanction)는 캠페인 활동가들이 이스라엘에 대항하여 무역 제제 운동을 하는 것이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법 행태를 전 세계에 알려 각 나라들이 이러한 범법 국가와의 관계를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관련 사이트 : http://www.bdsmovement.net/B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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