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만 시간을 내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 <예수 왕의 복음> / 스캇 맥나이트 지음 / 박세혁 옮김 / 새물결플러스 펴냄 / 304쪽 / 1만 4000원

우리의 타깃은 주로 캠퍼스 벤치에 앉아 혼자 담배를 피우는 예비역이었다. 친구도 없어, 재미도 없어, 공부도 못해. 예비역들은 학기 초에 어김없이 학교 부적응 현상을 겪기 마련이었다. 외로운 그들은 우리를 반겨 주곤 했다. 하지만 "예수 믿으세요!"라는 말에 반가움은 실망으로 바뀌기 일쑤였고 10분은 30분을 넘어 가는 것이 보통이었다. 예비역이 시계를 보며 엉덩이를 들썩거리기 전에 마지막 페이지를 가리키며 질문해야만 한다. "어느 의자를 선택하시겠습니까?"

많이 전도했지만 전도하면서도 궁금했다. '이게 될까? 30분에 사람 인생을 네 페이지로 바꿀 수 있을까?' 하지만 후배들에게는 말씀의 능력과 성령의 권능으로 영적 전쟁을 하자며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도 힘겨웠다. 목회를 시작하고서도 이 의문은 없어지지 않았다. 새가족반 4주. 네 번의 만남. 총 120분. 끝. '이것으로 복음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할 수 있을까?'

한 번이라도 '우리의 전도 방식이 복음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을까?' '과연 우리의 새가족반은 충분한가?' 하는 질문을 던져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스캇 맥나이트의 이 책 <예수 왕의 복음>을 읽기 바란다.

맥나이트는 1세기 팔레스타인에서 살았던 나사렛 예수에 대한 연구, 즉 '역사적 예수'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이다. 하지만 그는 비평적 관점에 매몰되거나 문화적 맥락을 성경의 권위 위에 두는 것을 거부한다. 그는 "예수를 만나는 곳은 학자의 연구보다 복음서"라고 주장하면서 복음서 저자들의 예수 묘사가 역사적 감각이 훨씬 더 뛰어나다고 인정해 왔다.

<예수 왕의 복음>에서도 맥나이트의 성경 이야기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은 매우 두드러진다. 그는 이 책에서 복음의 개념을 정립하려고 시도하면서, 복음을 "이스라엘 이야기의 해결로서의 예수 이야기"라고 정의한다. 도대체 이 말이 무슨 말인가?

맥나이트는 복음을 정의하기 전에 먼저 구원이 복음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는 현대 기독교의 복음 이해가 지나치게 구원론에 치중되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복음을 왜곡했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그는 복음이 구원의 문제로만 축소된다면 그것은 복음이 아니며 이는 복음에 대한 모욕이라고까지 표현한다.

창세기와 요한복음만 알면 복음을 이해할 수 있는가?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셨는데 그놈의 선악과를 먹고 타락했기 때문에 예수님이 과일 값을 변상하시러 내려오셨다. 그 사실만 믿으면 천국 go go? 맥나이트는 어림도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복음을 구원으로 축소시켜 이해하면 교회 안으로 불신자를 들어오게 하는 데 집중하며, 구원으로의 초대에 응하라는 결단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진정한 복음의 스토리를 생략해 버리는 결과를 야기하였으며, 복음을 성급한 의자 고르기로 만들어 버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맥나이트는 대안으로 "이스라엘 이야기의 해결로서의 예수님 이야기"라는 복음을 들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창조로부터 아브라함을 거쳐 다윗을 넘어 예루살렘의 멸망에 이르기까지의 하나님의 구원 이야기가 예수 이야기에서 어떻게 절정을 이루는지를 차분하게 설명해 주라는 것이다. 이 스토리가 복음의 핵심 메시지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저자의 말대로 이는 복음의 의미에 대한 수정이 아닌 확장이다. 복음은 예수 믿고 천국 가는 것보다 더 풍부한 것이다.

맥나이트의 호흡은 무척 길다. 복음은 30분 안에 설명 가능한 것이 아니다. 차분하게 성경 이야기 전체, 즉 복음을 들려주면서 긴 호흡을 갖고 교회 안팎의 사람들에게 진정한 복음 메시지를 이해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의 역사 이야기를 어떻게 현대인들에게 효과적으로 전할 것인가? 이것은 너무 무모한 전략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 저자는 사도행전의 7개의 복음 메시지와 바울의 그리스 전도에서도 이스라엘의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 우리의 전도 역시 이 모델을 지혜롭게 따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바울은 이스라엘의 역사와 전혀 무관했던 그리스 지역에 가서도 이스라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복음은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렸다. 바울은 그리스의 철학과 신화를 끌어 오면서 그들이 갖고 있던 종교와 삶의 궁극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성경 이야기에서 찾아 들려 주었다. 현대 교회는 바울의 이 지혜를 배워야 하는 것이다.

이제 공은 우리에게 넘어왔다. 오늘날 우리 시대에 성경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겠는가? 교회는 이 벅찬 사역을 감당할 준비가 되었는가? 아니 교회까지 갈 것도 없다. 우리의 가정에서 우리는 자녀들에게 탁월한 성경 이야기꾼인가? 맥나이트의 이 책은 우리를 이스라엘의 이야기, 예수 이야기를 현대인에게 지혜롭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꾼이 되라고 도전한다. 그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면 당신은 이 시대의 현대의 바울이요 베드로인 것이다.

이 도전이 너무 부담스럽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책과 더불어 션 글래딩의 <더 스토리>, 김기현의 <성경독서법> 등을 곁들여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들은 성경을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이해하고 있다. 또 그 이야기를 실제로 들려준다. 탁월한 실전 매뉴얼인 샘이다. 물론 최고의 매뉴얼은 성경 그 자체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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