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공격적 선교 방식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 7월 4일 한국의 기독교 청년 3명이 인도의 불교 성지인 마하보디 사원 경내에 들어가 찬송가를 부르며 선교 행위를 한 것이 페이스북과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면서다. 마하보디 사원은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장소다. 전 세계 불자 순례자들로 끊이지 않는 불교의 심장부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불교계는 ‘또 땅 밟기냐’며 발끈하고 있다. 2007년 부산 벡스코에서 기독교계가 연 ‘부산에서 다시 1907(평양 대부흥의 해)’ 부흥회에서 부산의 94개 사찰이 무너지라고 기도한 데 이어 2010년엔 서울 강남 봉은사에서 찬양인도자학교 교육생들이 속칭 ‘땅 밟기’를 하며 사찰이 무너지도록 기도한 모습이 동영상 유튜브에 올라 비난이 일었다. 또 2010년엔 한 목사가 한국 불교 1번지인 조계사 경내에서 소란을 피웠고, 2012년엔 대구 팔공산 동화사에서 불교 경전을 찢고 불화를 훼손한 뒤, 방뇨까지 하는 목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 가톨릭, 기독교, 불교, 원불교 4개 종단 단체가 공동으로 지난 7월 17일 서울 종로5가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교 간 차별 방지와 평화를 위해 증오방지법과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 제공 휴심정)

불교계뿐 아니라 이웃 종교인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가톨릭, 기독교, 불교, 원불교 등 4개 종단 단체도 공동으로 지난 17일 서울 종로5가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려를 나타내며, 종교 간 차별 방지와 평화를 위해 증오방지법과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주목할 것은 기독교계 내 성찰이다. 이번 일은 해외에서 발생해 자칫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할 수 있지만 기독교계에선 정작 선교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훼방만 된다는 자탄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2004년 김선일 씨가 이슬람 지역인 이라크에서 활동하다 살해된 데 이어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 단기 선교단 23명이 탈레반에 납치돼 2명이 살해됐을 때도 공격적인 선교 방식에 대한 따가운 비판과 부정적 이미지의 증폭으로 인해 기독교계가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은 바 있다. 당시도 무슬림 지역 등에서 기독교를 내세우지 않은 채 봉사 사역을 통해 수십 년간 신뢰를 쌓아 온 장기 선교사들의 공든 탑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는 짓이란 반성이 터져 나왔다.

이번 사건 뒤 한국교회언론회(김승동 대표)는 성명을 내 "종교의 자유를 따라 선교는 할 수 있지만 이웃 종교에 대한 배려 없이 막무가내 식으로 하는 선교는 사회로부터 칭찬을 듣지 못할뿐더러 결국은 선교의 결과도 맺지 못하고 한국교회를 곤란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훈계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 개신교인들이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며 전도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휴심정)

종교계에선 기독교의 신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데 반해 가톨릭 신자가 크고 늘고 있는 것은 이미지와 호감도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톨릭이 배타적이기보다는 관용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 반해 기독교는 명동과 지하철 등 곳곳에서 '예수 천국, 불신 지옥' 푯말을 들고 고성방가를 하며 공격적으로 선교하는 방식이 대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해 기독교에 대한 잠재적 반감만 증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미국 근본주의 선교사들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한국 기독교 목사와 신학생, 신자들에게는 '땅끝까지 전도'와 십자군 식 승리주의가 익숙하다.

때마침 '다원주의 사회를 사는 그리스도인의 시민 교양'을 알려 주는 책이 나와 목사와 신학자들이 한국 기독교인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복음주의 초교파 신학교로 수많은 한국 목사들의 모교이기도 한 풀러신학교 총장 리처드 마우의 <무례한 기독교>(IVP)다. 지난 10년간도 소리 소문 없이 13쇄를 찍은 이 책이 확대 개정되자 박득훈(새맘교회) 목사와 신원하(고려신학대)·임성빈(장신대) 교수 등이 '현시점에서 한국교회에 가장 필요한 책'이라며 추천했다.

▲ <무례한 기독교> / 리처드 마우 지음 / 홍병룡 옮김 / IVP 펴냄 / 226쪽 / 1만 원

리처드 마우는 복음주의적 풍토에서 자랐고, 동성애도 반대하는 이른바 보수파 또는 복음주의권으로 볼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도 '신앙의 확신 속에서도 왜 열려 있어야만 하는지' 사실적인 사례들을 들려준다. 가령 낙태 반대 운동에 열성적인 한 여성이 어느 날부터 캠페인에 나오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그의 열다섯 딸이 난폭한 강간을 당해 임신을 해 가족들이 고심 끝에 낙태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또 동성애에 대한 자유주의적인 견해에 반대하는 운동을 열심히 한 주류 교단 '갱신 단체' 회원은 아들이 게이인 것이 밝혀져, 동성애를 신학적으로는 인정하지 않지만, 그들을 포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악인은 지옥에 떨어져라'는 믿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실상 그렇게 할 수 없었던 상황도 고백한다. 독실한 기독교인 친구가 마약 거래에 깊이 연루된 아들에게 인생을 새로 시작하라고 거듭 당부했으나 이를 거부한 아들이 무장 강도 사건으로 살해당해 장례식에 갔을 때 "하나님의 은혜의 손길이 여전히 그에게 미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뜨겁게 기도했다"는 것이다.

그는 기독교인들이 현실에서 얻으려는 승리의 확신에 대해 "지금 여기에서 승리의 상급을 요구하라는 뜻이 아니라, 그리스도와 같은 방식으로 기꺼이 고난에 참여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승리임"을 책을 통해 전한다. 그는 전도가 시급한 이들에게 시민 교양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십분 이해해 주면서도 이렇게 말한다. "시민 교양은 전도의 열매나 정치적 효과를 떠나서 그 자체로 귀중한 가치가 있다. 남을 존중하고 좀 더 온유한 사람이 되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길이다."

조현 / <한겨레> 종교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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