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 4대강(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에는 기현상이 일어난다. 지난해 '녹조 라떼'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평소보다 녹조가 심했다. 올해는 '큰빗이끼벌레'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도 새롭게 등장했다. 강의 오염도를 알 수 있는 지표인 '조류 농도'의 경우, 공사 이전보다 그 수치가 50배나 증가했다.

4대강 공사가 한창이던 2010년, 한국교회는 대부분 침묵으로 일관했다. 대형 교단들은 반대 성명서 채택을 미루거나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환경 운동을 하는 소수의 기독교인들이 반대 시위를 하고 일부 기독교 단체들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영주 총무)가 4대강 사업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긴 했지만, 대부분 한국교회에서 환경문제는 주요 관심사가 아니었다. 성장주의를 바탕에 깔고 있는 대다수의 보수적 한국교회는 자연보호를 외치는 그리스도인들을 향해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대통령의 일에 훼방을 놓는 세력으로 치부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기독교인들이 새로운 환경보호 운동을 시도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걱정하는 교단 및 단체들이 화석연료 회사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기로 했다고 미국 <릴리전뉴스서비스>(RNS)가 보도했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책임을 기업들에게 묻기 위해서다.

▲ 4대강 사업에 침묵한 한국 교계와는 다르게, 최근 미국 몇몇 교단들은 환경보호를 그리스도인의 주요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다. 화석연료 산업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기 시작한 교단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세계교회협의회, 유니테리언교회, 유니언신학교에 이어 미국장로교단(PCUSA)도 지난 6월 총회에서 화석연료 산업의 투자 철회 가능성을 검토하기로 결의했다. (사진 제공 Flickr)

지난 6월 뉴욕 유니온신학교(Union Theological Seminary)는 화석연료 회사에 투자한 돈 약 1100억 원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세렌 존스(Serene Jones) 총장은 깊은 회개에서 나온 결정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죄의 삯은 사망이요'라는 로마서 구절은 화석연료 문제에 있어서 문자 그대로 이해해야 하는 경고의 말씀이다. 기후변화는 인류에 대재앙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창조물을 지켜야 하는 청지기로서 옳은 행동을 취해야만 한다.

우리는 도덕적 이유로 투자 철회를 진행했고, 신학적 이유로 이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믿는다. 하나님이 주시는 능력 안에서 우리는 양심적으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결정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 것. 그것이 바로 기독교에서 얘기하는 부활이다. 나는 이 부활의 능력을 믿는다."

다른 여러 기관들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RNS>는 보도했다. 세계교회협의회(WCC)는 7월 10일, 유니테리언교회(Unitarian Universalist)는 6월 28일, 연합그리스도교회(UCC)는 2013년 7월에 모두 투자를 회수하기로 결의했다. 지역에 기반을 둔 교계 소규모 단체들도 뒤따랐다. 매사추세츠 주 성공회 교구와 복음주의루터교 오레곤 주 지부의 샬롬센터 등도 같은 입장을 취했다.

지난 5월 발간한 국가기후평가(National Climate Assesment) 보고서는 이 운동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과학의 발전과 인류 복지를 목적으로 결성된 미국의 과학자 조직인 내셔널아카데미오브사이언스(National Academy of Science)와 300명의 전문가가 작성에 참여했다. 이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우리의 생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라며 그 주요 원인으로 화석연료를 지목했다.

이렇게 많은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교계 전체로 볼 때는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 투자 철회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석탄 산업계의 로비를 받는 정치인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일부 보수 기독교 세력은 이런 행동이 국가 경제에 타격을 입히고 일자리 시장에 해를 가할 것이라 주장했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종교적 대응을 연구하는 단체인 인터페이스파워앤라이트(Interfaith Power and Light) 수전 스티븐슨(Susan Stephenson) 국장은 일자리와 경제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한 돈을 회수한 교계가 태양열·풍력 발전 같은 클린 에너지 산업에 재투자하면 해결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이런 비판 의견에 대해 다국적 화석연료 기업의 이권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