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는 최근 10년 사이에 동성 결혼을 향한 태도가 급변했다. 현재 동성 결혼은 19개 주와 워싱턴 D.C.에서 허용된다. 오랜 시간 동안 교리적으로 동성애자를 정죄하며 그들을 비난했던 복음주의 기독교인들도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각이 점점 호의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미국 <Politico Magazine>은 보도했다.
지난 2월 비영리단체인 공공종교조사연구소(Public Religion Research Institute)가 발행한 보고서는 동성 결혼에 대한 복음주의자들의 인식 변화를 잘 보여 주고 있다. <10년간 성 소수자와 동성 결혼에 대한 미국인의 인식 변화>라는 보고서는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0년 동안 동성 결혼을 지지하는 복음주의자의 수가 두 배로 늘었다고 나와 있다. 복음주의자 가운데 약 25%가 동성 결혼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자신을 복음주의자로 규정한 사람들 가운데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비율은 세대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65세 이상은 19%, 50세 이상은 22%, 35세 이상은 33%, 20대부터 30대 중반을 나타내는 밀레니엄 세대는 43%로 나이가 어려질수록 동성 결혼을 지지하는 비율이 높았다. 이 조사에서 밀레니엄 세대의 70%는 종교계가 게이·레즈비언 문제에 너무 비판적인 모습을 보이는 현상 때문에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난다고 대답했다.
35세 미만 젊은 복음주의자들의 이런 변화는 기독교 대학 내 성 소수자 학생회가 증가하고 있는 경향과도 맞물린다. 휘튼칼리지(Wheaton College)·베일러대학(Baylor University)과 같이 복음주의 가치를 내세운 대학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사회가 변화하는 추세를 의식해 복음주의 교회들은 동성애, 동성 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형 교회 목사, 신학교 교수, 베스트셀러 작가 등 복음주의자들 중 몇몇은 공식적으로 동성 결혼 지지 의사를 밝혔다. 2009년 릭 워렌(Rick Warren) 목사는 "모든 동성애자 친구들"에게 지난날 자신의 행동(2008년 동성 결혼 반대법 지지)을 사과하며 동성 결혼법과 싸우는 것을 사역의 우선순위로 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주류 교단인 장로교(PCUSA)도 지난 6월, 목회자의 동성 결혼 주례를 허용했다.
동성 결혼에 대한 기독교인들 사이의 논쟁은 자연스럽게 성경이 이 문제를 어떻게 언급하고 있느냐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수년 전만 해도, 복음주의자들은 동성애에 반대하는 것이 보수 기독교를 이루는 근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동성애가 정통 교리에 대한 도전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진보적 기독교인들은 성경이 일부다처제를 지지하는 모습부터 독신 생활을 찬양하는 부분까지, 복잡하지만 역사 문화 관점으로 성을 묘사하고 있다고 대립하면서 수년 동안 논쟁을 지속해 왔다.
동성애자의 인권 옹호를 주장하는 복음주의자들은 동성 결혼을 지지하는 행위 자체가 성경의 권위에 반하는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미주리 주, 캔자스시티에 위치한 1만 명이 모이는 교회의 애덤 해밀턴(Adam Hamilton) 목사는 "하나님과 말씀을 사랑하는 신실한 그리스도인이라면, 동성 간의 성행위를 나타내는 성경 구절 몇 줄이 성경에 나타난 노예제도나 그보다 더한 관행을 인정하는 수백 개의 구절들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품성과 성격을 표현하지 않는다고 믿을 것"이라며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을 받아 쓰인 말씀이지 하나님으로부터 직접 받아쓰기를 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Politico Magazine>은 복음주의 학자이며 웨스턴신학교(Western Theology Seminary)에서 신약학을 가르치는 제임스 브라운슨(James Brownson) 교수의 발언도 실었다. 그는 동성애자들도 구원받을 수 있다며 "하나님이 게이·레즈비언을 부르시고 하나님의 사랑으로 마음의 변화를 경험하는, 성령의 역사하심을 체험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Yes"라고 대답했다.
물론 많은 복음주의자들이 아직도 동성애에 대한 전통적 가르침을 지지하며 그것을 옹호하는 데 애를 쓴다. 미국가족협회(American Falmily Association)는 성경 속에서 동성애에 대한 하나님의 가르침이 명확하다고 주장한다. 같은 복음주의 리더들 중에서도 동성 결혼을 불같이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캘리포니아 주의 그레이스커뮤니티교회(Grace Community Church)의 존 맥아더(John MacArthur) 목사는 동성 결혼을 지지하는 교회는 모두 사탄에 속한 교회라며 동성애에 대해 확고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