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2일 서안 지구 남부 베들레헴 외곽 유대인 정착촌 부근에서 실종된 길라스 샤에르, 에얄 이프라흐, 나프탈리 프렌켈 등 세 명의 이스라엘 소년들이, 실종 20여 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이스라엘 정부는 사건 배후 세력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로 지목했다. 하마스는 이번 사건은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이스라엘은 믿지 않았다.

7월 8일(현지 시각),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향한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됐다. 날카로운 굉음과 함께 이스라엘 폭격기가 미사일을 퍼부었다. 공습은 9일간 계속됐다. 무차별적인 공격에 장애인 보호소와 모스크 등 민간·종교 시설도 큰 피해를 입었다. 사망자는 200명을 넘어섰고, 사상자도 1400여 명에 달한다. UN은 팔레스타인의 희생자 중 4분의 1은 어린이, 4분의 3은 민간인이라고 전했다.  

▲ 현재 팔레스타인은 동 예루살렘을 포함한 동쪽 요르단 강 서안 지구(WEST BANK)와 서쪽 가자 지구(GAZA)로 분리되어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의 임시 행정 수도는 서안 지구의 '라말라(Ramallah)'이다. (사진 제공 United Nations)

젊은 기독인들, 팔레스타인 평화 위해 기도

이스라엘 군의 폭격으로 희생된 팔레스타인 사상자의 대부분이 민간인으로 알려지자, 이를 비난하는 시위가 프랑스·독일·오스트레일리아·홍콩·인도·터키·이집트·영국·노르웨이 등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다. 국내에서도 이스라엘의 학살을 규탄하는 '팔레스타인의 평화와 정의를 위한 게릴라 기도회'가 16일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열렸다. 행사를 주최한 이는 SNS를 통해 알게 된 소수의 기독교인들이다.

대학생 김현우 씨(21)는 언론을 통해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는 참상을 보며 기도회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종교인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종교 집회는 사전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도 있었다. 기도회 홍보와 참석자 모집은 SNS를 통해 이뤄졌다. '게릴라 기도회'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모든 준비가 단 이틀 만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급하게 추진했냐는 질문에, 김 씨는 "팔레스타인 사태가 하루빨리 진정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고 말했다.

기도회에는 약 열다섯 명이 참석했다. 대부분 20대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들이었다. 이날 서울 낮 최고기온은 30도를 웃돌았다. 머리 위로 불볕이 내리쬐고 있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선 채로 예배를 드렸다. 자신을 전도사라고 밝힌 한 아무개 씨와 오 아무개 씨가 각각 찬양 인도와 기타 반주를 맡았다. 이들은 평화를 비는 찬양을 부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평화 평화로다 하늘 위에서 내려오네. 그 사랑의 물결이 영원토록 모든 생명을 덮으소서" 참석자들의 노랫소리가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울렸다.

찬양과 기도 사이에는 말씀을 읽는 시간이 있었다. 다윗의 노래와 예언자 미가의 글이었다. 본문 중 일부를 옮긴다. "못된 일을 하지 말고 착한 일을 하여라 평화를 이루기까지 있는 힘을 다하여라(시 31:13·공동번역)", "망할 것들! 권력이나 쥐었다고 자리에 들면 못된 일만 꾸몄다가 아침 밝기가 무섭게 해치우고 마는 이 악당들아, 탐나는 밭이 있으면 빼앗고 탐나는 집을 만나면 제 것으로 만들어 그 집과 함께 임자도 종으로 삼고 밭과 함께 밭 주인도 부려먹는구나(미가 2:1-2·공동번역)"

▲ 참석자들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이들에 손에는 십계명과 시편의 구절이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변성현 씨(23)는 SNS를 통해 기도회 소식을 알고 찾아왔다. "교회 사람들은 이번 일에 대해 냉담한 반응이에요. 모두 이스라엘 편인 것 같아요." 변 씨는 작년 교회에서 들은 설교를 잊지 못했다. 변 씨가 다니는 교회의 목사는 이스라엘이 주변 아랍 국가를 이긴 이유가 하나님께서 함께하기 때문이라고 설교했다고 한다. '약한 자들 편에 서는 것', 변 씨는 이것을 신앙인의 기본자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변 씨가 팔레스타인을 위해 기도하는 이유였다.

참석자들 중에서는 종교가 없는 사람도 있었다. 김 아무개 씨(27)였다. 김 씨는 유대교와 이슬람교가 왜 다른지 몰랐다. 하지만 김 씨는 이슬람 사람이 무조건 위험하거나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는 건 분명히 안다고 했다. 여행을 하면서 만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그랬다. 김 씨의 기억에서 위협적인 사람들은 체크 포인트(검문소)에서 만난 이스라엘 군인들이었다. 김 씨는 여성 인권을 위한 집회는 몇 번 참석했지만 기도회는 처음이라고 했다. 기도도 어떻게 하는지 몰랐다. 하지만 고통을 겪고 있을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렇게나마 빌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는 1인 시위를 하는 시민들도 보였다. 새날교회(우성구 목사) 교인들은 17일부터 대사관 앞과 무전교 위에서 피켓을 들기 시작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도 맞은 편에서 이스라엘의 학살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행인에게 나눠 주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종교도 교단도 소속된 그룹도 달랐지만, 메시지는 같았다. 그것은 이스라엘이 하루빨리 공습을 멈추고, 팔레스타인이 평화를 되찾는 것이었다.

▲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는 몇몇 시민들이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한국기독교장로회 새날교회(왼쪽·가운데)와 팔레스타인평화연대(오른쪽)에서 왔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국제사회, 이스라엘·팔레스타인에게 휴전 촉구…기장, 양측 모두 비판

가자 지구의 피해가 심각해지자, 국제 사회는 중재에 나섰다. 13일(현지 시각) AP, AF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반기문 사무총장은 "더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교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집트도 현지 시각으로 15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휴전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집트의 중재안엔 이번 공습의 원인인 이스라엘 청년의 실종 사건 배후를 밝히는 내용은 없었다. 휴전은 하마스가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었다. 결국, 하마스는 휴전을 거부했다.

국내 교계에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 충돌을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의·평화·생명'을 핵심 가치로 삼는 한국기독교장로회(박동일 총회장·기장)는 지난 11일 양쪽을 비판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기장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해 보복의 논리를 지적하며 그 어떤 논리와 명분도 생명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이스라엘 정부와 팔레스타인 하마스를 규탄하며, 양측이 국제법을 준수하고, 대화와 협상을 재개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중동을 비롯한 갈등과 분쟁으로 고통받는 현장에 하나님의 평화가 임하도록 계속해서 세계 교회들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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