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개신교인이 불교 최대 성지 중 하나인 인도 보드가야에 위치한 마하보디 사원에서 무례한 행동을 벌였다. 이 사건은 불교 <법보신문>뿐만 아니라 <오마이뉴스>, SBS 등에 보도되어서 일반인에게 알려졌으며, 이로 인해 한국교회가 또 다시 비난의 도마 위에 올랐다. 아울러 인도에서 자칫 심각한 종교 갈등이나 외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사건은 7월 4일 벌어졌다. 남자 2명과 여자 1명 등 3명의 기독교인은 사원에서 기타를 치면서 찬송을 부르고 큰 소리로 기도했다. 그러다가 한국에서 온 법수 스님에게 강한 항의를 받았다. 법수 스님은 이들을 제지하느라 지난해 9월부터 해온 묵언 수행을 중단해야만 했다.

법수 스님이 경위를 묻자 이들은 "하나님만이 오직 구원이다"며 "스님과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불쌍해서 이런 일을 벌였다"고 말했다. 말이 통할 것 같지 않다고 여긴 법수 스님은 "(이번 일을) 인터넷에 올릴 것"이라고 경고했고, 그제야 개신교인들은 철수했다. 법수 스님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서, "한국인이라는 게 부끄럽고 현지인에게 미안하다"며, "아무리 종교가 다르더라도 기본적인 예의와 상식은 갖추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아쉬움을 전했다.

개신교가 욕을 먹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칫 더 큰 문제로 비화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사건을 보도한 <법보신문> 김현태 기자는 9일 SBS '한수진의 전망대'에 출현해서, 이번 일이 외교적인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해 마하보디 사원에서 이슬람 무장단체인 무자헤딘의 폭탄 테러가 있은 후로, 인도 정부는 종교 성지에 대한 공격적인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개신교인들의 이러한 행동은 자칫하면 공격적인 행위로 내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이 국내에 알려지자 인도사를 전공하는 부산외국어대학교 이광수 교수는 페이스북에 '인도 보드가야 불교 성지 땅 밟기 한 한국 기독교 선교사들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써 유감을 표했다. 이 교수는 "인도 전문가로서 경고합니다. … 인도라는 나라는 한국과는 다릅니다"고 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했던 샘물교회 피랍 사건처럼, 사원에서 선교 행위를 한 이들도 비슷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힌두교 근본주의자 자극하는 도 넘은 선교…자칫하면 외교 분쟁

인도에서 오랜 기간 선교사로 활동했던 곽야곱 선교사는, 이번 보드가야 마하보디 사원에서 일어난 일은 인도 교회와 기독교 단체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인도 집권 여당은 인도국민당(BJP·Bharatiya Janata Party)으로, 힌두교 근본주의에 기반을 둔 극우 정당이다. 곽 선교사는 힌두교 근본주의 정당이 인도를 힌두교화하려는 마당에, 이번 사건으로 기독교 단체가 인도의 종교법(개종을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을 어기고 종교 자유를 침해하는 단체로 보일 수 있다고 걱정했다.

보드가야 남부에 있는 오디샤 주는 과거부터 힌두교도와 기독교도 간의 종교 갈등이 첨예하게 발생해 온 지역이다. <시사IN> 335호 기사에 따르면, 오디샤 주 전체 인구 중 기독교인은 2.4%를 차지해 2.1%인 무슬림에 비해 약간 더 많다. 그래서 오디샤에서는 개신교인이 힌두교 보수주의 단체인 '바즈랑달(Bajrang Dal:하누만 신당)'의 주된 공격 대상이기도 하다. 

바즈랑달은 과거 수차례 외국인 선교사와 인도 개신교인을 살해했다. 1999년에는 오스트레일리아 선교사 가족이 탄 지프차를 공격해 선교사와 그의 어린 두 아들을 사망하게 만들었고, 2008년에는 힌두교 측이 세계힌두교협회 지도자인 스와미 락스마난다 사라스와티의 살해 배후를 개신교인으로 여겨 학살 사건을 일으켰다. 이들은 교회와 부설 고아원, 기독교인의 집 등에 불을 질러 한 마을에서 순식간에 38명을 살해했다. 나중에 밝혀진 사라스와티를 살해한 진범은 개신교인이 아니었다.

▲ 개신교 목사라고 알려진 남성이 동화사에 들어가 불교 경전을 찢고 벽화를 훼손했다. 심지어 조사전에 들어가 청수 그릇에 소변까지 보았다. 사진은 CCTV에 찍힌 남성이 방뇨를 하는 장면. (동화사 사진 제공)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앞뒤 없는 선교 행위

타 종교에 대한 개신교인들의 배타적인 태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1년 중국에서는 한국 개신교인들이 티베트불교 사원 라부렁사 주변에 성경 문구가 적힌 말뚝을 박아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이들은 티베트인 가이드에게 이것을 박으면 티베트 불교의 힘을 더 강하게 해 준다고 거짓말까지 했다. 2010년에는 개신교인 10여 명이 미얀마 사찰에서 예배를 드리는 영상이 인터넷에 퍼져 네티즌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사찰을 대상으로 벌어진 기독교인들의 만행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관련 기사 : '무례한 기독교' 오명 언제 벗나) 2012년 대구 팔공산 동화사에서는 개신교 목사가 불교 경전을 찢고 불화를 훼손한 뒤, 방뇨를 해 사람들의 빈축을 샀고, 2011년 조계사에는 자신을 목사라고 소개한 3명이 찾아와 "하나님 때문에 밥 먹고 사는 거다. 예수를 믿으라"며 불교를 모독하고 폄훼하는 일이 있었다. 이들은 "예수를 믿지 않는 자는 다 공산당"이라고 말했다. 2010년 봉은사에서는 찬양선교회 교육생들이 사찰이 무너지도록 기도하고 이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고 유튜브에 올려 논란이 일기도 했다. (관련 기사 : 한국교회, 신자들 '시민'교육 시켜야) 

▲ 2010년 가을, 한 찬양 선교회 교육생들이 서울 봉은사에서 사찰이 무너지도록 기도하는 모습과 불교를 폄하하는 발언을 해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봉은사 땅 밟기 동영상 갈무리)

단기 선교 시즌…타 종교 이해가 우선

7월 말이면 대부분의 교회가 해외로 단기 선교 팀을 보내기 시작한다. 일각에서는 유사한 사건이 다시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교한국 이대행 상임위원장은, 이번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단기 선교 팀이 현지 문화와 종교를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원화된 세계 속에서 복음의 진리를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게 전할 수 있는 지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야곱 선교사도, 단기 선교를 가는 이들이 공공장소, 타 종교 기관 및 시설에서 기독교 찬양을 부르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도를 할 경우에는 강요하지 말고 상대가 거부감을 보이면 간단히 인사하고 그 자리를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인도에서는 개종을 강요하는 행위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어 상대의 종교에 대해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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