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가 한국교회 부목사의 현실을 연재합니다. 부목사들을 만나고 설문 조사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부목사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습니다. 이번 연재를 통해 부목사 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①근로조건 ②담임목사·교인과의 관계 ③경제 사정 순으로 게재하는 기사에서, 본 기사는 세 번째 부목사들의 '경제 사정'입니다. - 편집자 주

한 부목사가 있다. 그는 40개 교회에 원서를 넣었는데 모두 떨어졌다. 성경 공부를 좋아하는 부목사를 반기는 교회는 별로 없었다. 가까스로 한 작은 교회에 들어갔다. 담임목사도 인격적으로 대해 주고 교인들도 목사로서 존중해 주었다. 교회가 규모를 키우는 데에 큰 에너지를 들이지 않았다. 행사에 치이지 않으니 성경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돼 만족했다.

사역 환경도 좋고 담임목사·교인들과의 관계도 좋은데 단 한 가지, 경제적인 형편이 어려웠다. 이 부목사는 월 150만 원의 사례비와 10만 원의 도서비를 받는다. 교회 예산이 적어 부목사에게 제공되는 사택은 없었다. 그는 몇 개월 후에 여자 친구와 결혼 날짜를 잡았다. 막상 결혼하려고 하니 집은 어떻게 하고 생활은 어떻게 할지 앞날이 깜깜하다.

부목사 사례비, '최저생계비'와 비교하면

부목사들의 월급은 얼마나 될까. '월급'이라는 말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목사는 성직이기 때문에 월급이 아닌 '사례비'이고, 교인들이 사역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주는 것이니 그게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얘기한다. 그러나 목사에게만 하늘에서 만나가 내리는 게 아닐진대, 돈을 얼마 주는지는 목사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그게 월급이든 사례비든 말이다.

이전 기사에서 언급한 대로 대부분의 부목사들은 청빙될 때 자신이 얼마를 받게 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들어가게 된다. 교회에서 먼저 가르쳐 주지도 않고, 부목사 입장에서 먼저 물어보기도 뭣하다. 한 5년 차 부목사의 말이다. "돈 문제를 언급하면 영성에는 관심 없는 사역자 취급을 당해요. 일단 들어가서 다른 부목사에게 들어 알게 되거나 첫 사례비가 나오는 날 알게 돼요."

취재에 응한 부목사 중 80% 이상이 100만 원에서 250만 원 사이의 사례비를 받고 있었다. 100만 원 이하의 사례를 받고 있다고 답한 부목사도 있는 반면, 300만 원에서 400만 원, 500만 원 이상 받는 부목사도 있었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만 교회 규모가 클수록 봉급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100~250만 원. 이게 어느 정도의 소득 수준일까.

2014년 우리나라 최저생계비는 보건복지부 기준으로 2인 가족 102만 7417원, 3인 가족 132만 9118원, 4인 가족 163만 820원이다. 대법원은 보건복지부가 정한 금액으로 실제 생활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 금액의 1.5배를 최저생계비로 정하고 있다. 대법원이 정한 최저생계비는 개인회생제도의 기준으로 쓰이는데, 2인 가족 154만 1126원, 3인 가족 199만 3677원, 4인 가족 244만 6203원이다.

▲ 보건복지부와 대법원이 책정한 최저생계비는 각각 위와 같다. <뉴스앤조이>의 취재 결과, 부목사 중 80%가 100만 원에서 250만 원 사이의 사례비를 받았다. 결혼한 목사들 중 60% 남짓이 최저생계비에 걸맞는 사례비를 받고 있지 않았다.

최저생계비는 말 그대로 '최저' 수준, 단순한 생존을 위해 필요한 액수다. 이를 부목사의 사례비에 대입해 보자. 부목사들은 대부분 배우자와 아이가 있다. 결혼하거나 결혼 예정인 사람에게만 목사 안수를 주는 교단이 많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보다 빨리 결혼한다. 최저생계비 기준으로는 배우자와 아이 하나가 있으면 200만 원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취재한 목사 중 200만 원 이하의 사례비를 받고 있는 목사가 60% 남짓이었다.

박한 사례비에서 부목사는 헌금도 '다' 낸다. "사례비를 150만 원 받고 있는데 십일조 내고 각종 헌금을 한 번씩은 다 내요. 헌금이 사례비의 2/10 정도는 되더라고요." 한 부목사의 말이다. 담임목사가 부교역자들의 헌금 내역을 일일이 검토하는 교회에서 사역했다는 목사도 있었다. 내라고 하지는 않아도 눈치가 보여 건축·구제·선교 헌금 등을 한 번씩은 다 내야 했다. 목사로서 헌금이 아까운 건 아니었지만, 1~2만 원이 아쉬운 상황이기는 했다.

부목사들은 대부분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생활이 어렵다 보니 목회에 집중할 수 없고, 교인들이 알음알음 주는 돈 봉투에 의존해 생계를 이어 가는 목사들도 있는 게 현실이다.

"주위 동료들과 후배 목사들의 공통된 의견은 '생존'이었습니다. 그저 목회만 해서는 먹고살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최소한 소명받은 성직자로서의 정체성은 흔들리지 않는 생존 구도가 재정립됐으면 좋겠습니다."

"생활비 걱정 없이 목회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회가 책임져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돈 때문에 마음이 약해져요. 성도들에게 구걸하지 않는 목회자가 되도록 최소한의 생활은 보장돼야 합니다."

사례비 외에 교회가 주는 여러 혜택은 부목사의 경제 사정에 큰 역할을 한다. 특히 교회가 사택을 제공하거나 전세금을 지원해 주는 경우 부목사들의 생활은 한결 나아진다. 1000여 명의 교인이 출석하는 교회에서 월 180만 원을 받고 있다고 밝힌 한 부목사는, 교회가 사택과 공과금을 제공해 줘서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500명이 출석하는 교회에서 월 230만 원을 받고 있는 부목사도 있었다. 이 교회는 부목사의 자녀가 고등학생이면 학비 전액 지원, 대학생이면 한 학기당 150만 원의 학비를 지원했다. 그나마 숨통이 좀 트이는 경우다.

사택이 제공되지 않으면 청빙이 확정돼도 가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교회 근처에 지낼 곳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은 열 평짜리 집도 전세금이 1억 원을 훌쩍 넘는 곳이 많다. 부목사들은 소득신고를 하지 않으니 큰 금액을 대출을 받기도 어렵다. 이사하는 비용도 적잖이 들어간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2² 법칙'을 아시나요

물론 교회가 부목사에게 안 주고 싶어서 안 주는 건 아닐 것이다. 예산이 부족하니 더 주고 싶어도 못 주는 것 아니겠나. 어려워도 다 같이 어려우면 덜 힘들다고들 한다. 하지만 여러 교회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은 담임목사와 부목사의 사례비 차이가 크다는 것이었다.

한 부목사가 물었다. '2² 법칙'을 아느냐고. 파트와 전임, 담임목사의 사례비 차이를 얘기하는 거라고 한다. 전임 목사는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목사의 2배 정도의 봉급을 받고, 담임목사는 전임 목사의 2배가 아니라 4배(2²) 수준을 받는다는 것이다. 가령, 파트 목사가 80만 원을 받으면 전임 목사는 160만 원, 담임목사는 640만 원을 받는다. 이런 말이 부목사 사이에 퍼져 있다고 한다.

"목사는 다 같은 목사일 뿐이며 각자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는 담당으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담임목사 한 명의 사례비가 부목사 4명보다 많은 걸 보면, 담임목사는 마치 기업의 사장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사례비 이외의 혜택도 담임목사에게 쏠려 있었다. 자립이 되는 교회의 경우 담임목사에게 사택과 차량, 주유비 등이 지급되는 게 일반적이다. 본 사례비 외에 목회 활동비나 심방비 등의 명목으로 지급되는 돈도 상당하다. 중·대형 교회의 경우 담임목사 자녀들의 교육비까지 교회에서 모두 책임져 준다. 이에 비해 부목사들은 사택만 제공해 줘도 감지덕지하는 수준이다.

부목사는 사역자, 아내도 사역자?

"맞벌이하면 되겠네"라고 쉽게 말할 수 있다. 사실 빈부 격차가 점점 커지는 한국 사회에서 서민들은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살기가 어렵다. 목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국교회에서 '목사 아내' - 한국교회 절대다수가 남자 목사이기 때문에 남자 목사 위주로 얘기한다 - 는 일반 교인이 아니다. 이들은 목사와 결혼하는 순간 '사모'로 불리며 목사와 같은 '사역자'가 된다. 목사가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항시 기도하고 보필해야 한다는 게 그동안 목사 아내에게 요구되던 행동이다.

"아내와 맞벌이를 했는데 '목사가 사역에 전념하지 않고 돈을 밝힌다'고 욕을 먹었습니다. 전임이 아닌 파트타임 목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부분 교회에서는 맞벌이를 부정적으로 봅니다. 배우자는 당연히 딸려 오는 사역자로 여깁니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생활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교회가) 맞벌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았으나, 맞벌이를 한다는 이유로 부목사에게 지출돼야 하는 예산을 지출하지 않는 경우, 즉 맞벌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가령 보너스 지급액이 애초 계획보다 적다든지 부목사 사택 관련 비용 분담에 있어 교회 부담을 더 줄인다든지 하는 것입니다."

"아내가 전문직입니다. 사역했던 교회에 이력서를 내면서 미리 맞벌이에 대해 허락을 받고 들어갔지만, 부부 동반 교회 행사 또는 사모들 모임에 빠지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있습니다."

'사모라면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관습적인 시각은 점점 사라지는 추세이긴 하다. 부목사 가정의 맞벌이에 대해 크게 상관하지 않는 교회도 많았다. 교회에서 주는 사례비로 부목사의 생활이 힘들다는 것을 짐작하고, 맞벌이를 인정하거나 오히려 권한다고 답하는 부목사도 있었다.

사례비 높은 교회, 담임목사와 차이 안 나는 교회

일반 대기업에 비해서도 연봉을 많이 받는 부목사도 만났다. 올해로 8년 차 목사인 그는 대전에 있는 C교회에서 사역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이 목사는 월 500만 원 정도의 사례비를 받고 있었다. 그의 말마따나 '동종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 교회는 왜 이렇게 사례비를 많이 줄까. 부목사 기획 연재를 죽 읽은 사람이라면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 담임목사의 목회 철학 때문이다. 물론 교회 규모가 커서 그런 것도 있지만, C교회보다 더 큰 교회도 부목사에게 이 정도의 사례비를 주지는 않는다. 이 교회 담임목사는 '목사가 돈 때문에 비굴해지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부목사들이 경제 사정 때문에 사역에 집중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최고 수준으로 연봉을 책정했다. 교인들도 이를 받아들이고 인건비에 많은 예산을 쓰고 있다.

사례비 기준도 나름 합리적이다. 근속 연수와 가족 수, 나이, 목사 안수 시기 등을 종합해 점수를 매긴다. 점수에 따라서 연봉이 산출된다.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졌듯이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백주년기념교회)는 교회 회계 기록을 모두 공개한다. 그중에는 담임목사와 부목사들의 사례비 - 백주년기념교회에서는 '신수비'라고 한다 - 도 있다. 가장 사례비가 적은 전임 목사가 300만 원 정도를 받고, 연차에 따라 400만 원 이상 받는 목사도 있었다. 한국교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주목할 점은 이재철 담임목사의 사례비가 460만 원이라는 것이다. 선임 부목사와의 차이가 불과 17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이 역시 이재철 목사의 목회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돈 이면에 보이는 마음

▲ 교회 사정도 중요하지만 담임목사의 목회 철학이 부목사의 사례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큰 액수를 지급하는 교회가 좋은 교회라고 말할 순 없지만, 담임목사에게 혜택이 집중되고, 부목사의 낮은 임금을 당연시하는 인식은 돌아볼 일이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부목사에게 사례비를 많이 주는 교회가 좋은 교회라는 말은 하려는 건 아니다. 앞서 말했듯, 사례비를 적게 주고 싶어 하는 교회가 어디 있겠는가. 많은 교회가 넉넉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힘닿는 대로 부목사를 지원하고 있다. 부목사도 돈을 보고 목회의 길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반 직업보다 못 버는 일인 것을 알면서도, 사명에 충성하는 마음으로 목사가 되었을 것이다.

사례비 액수와 사역 환경에 대한 만족도가 정비례하지도 않는다. 부목사들은 돈 자체보다 그 이면에 보이는 부목사에 대한 인식에 희비를 느낀다. 처음에 등장했던 월급 150만 원을 받는 부목사는, 미래가 걱정되기는 해도 교회를 원망하지는 않았다. 교회가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 연봉을 받는 부목사도 돈 자체보다 부목사를 위하는 담임목사의 목회 철학에 감동받는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교회는 대부분 담임목사에게만 혜택을 집중하고, 부목사의 낮은 임금은 당연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런 현상의 이면에, '부목사는 어차피 몇 년 있다가 떠날 사람이니 막 대해도 상관없다'는 인식이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할 일이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